친정살이 19일 차
우리 엄마는 참 부지런하시다.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된 후 친정엄마를 바라보니 더 위대해 보인다.
딸을 어린이집 보내고 운동 한 시간 하고 집에 오니 엄마는 두 종류의 국을 끓이고 집을 말끔히 치우신 후 일하러 나가시고 안 계셨다. 조용한 집을 가만히 보니 엄마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엄마는
아빠, 나, 손녀의 밥을 챙기신다.
근처 사는 언니네 식구의 밥도 챙기신다.
하루도 빠짐없이 집안 곳곳 청소를 하신다.
매일 뭔가의 요리를 하신다.
방학인 큰 조카를 돌봐주신다.
14개월 내 딸을 봐주신다.
서운할까 봐 둘째 조카도 가끔씩 봐주신다.
조그마한 텃밭도 가꾸신다.
대략 주 3~4회 일도 하신다.
며칠 전엔 손녀의 유모차까지 싹 씻어 놓으셨다.
“내가 해야 하는데 미안해. 고마워”
말을 하는데 코끝이 찡해졌다.
하루 24시간을 쉬는 모습을 보기 힘들 정도로 바쁜 엄마인데 주위 가족들은 그런 엄마의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나 또한 어릴 때부터 봐왔던 엄마 모습이고 엄마라 당연한 줄 알았다. 내가 막상 엄마가 되고 보니 나는 그 당연한 걸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 못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고 할 줄 모르기도 하지...
얹혀살면서 내가 도와주진 못할망정 자꾸 요구사항이 늘어나는 불편한 딸이 되어가는 것 같다. 나는 내 딸을 바라보느라 시선이 항상 딸에게 가 있는데 가끔씩 뒤돌아보면 엄마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 계실 때가 있다.
“너 그렇게 계속 안고 있으면 나중에 어깨랑 팔 시려서 못 써”
하는 엄마에게
“이미 아파~”
라고 말하는 딸을 보며
엄마가 업겠다고 먼저 나서신다.
30대인 내가 안아도 힘든데 엄마는 얼마나 힘드실지... 알면서도 엄마가 봐주실 때 잠깐이라도 드러눕게 된다.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고,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흔한 말이 나를 보면서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엄마는 오늘도 일 마치고 오시면 집 치우고 내일 밥을 준비하시겠지. 엄마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엄마 외 가족들을 위해서 보내신다. 나는 조금의 시간만 나면 책 읽고 싶고 잘 안 써지는 글도 끄적이고 싶고, 누워서 폰도 만지고 싶고, 혼자 카페 가고 싶고, 즉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엄마를 보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시대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 성격 차이라 누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엄마를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엄마의 손길에 감사함을 놓치지 말고 붙잡아가며 느껴보자고 다짐해본다.
엄마.
미안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