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사람이 될 것이다 2
내 의견보다는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사람.
질문하고 싶지만 ”저런 것도 모르나? “라는 의심을 받을까 봐 질문을 삼키는 사람.
할 말이 있음에도 말 못 하고 뒤늦게 ‘그때 말할 걸’하고 후회하는 사람.
거절하지 못해 부탁 들어주고 혼자서 기분 나빠하는 사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깜냥을 넘어서 애쓰는 사람.
나는 다양한 모습 중에 이런 모습도 가진 사람이었다. 아니 지금도 그럴 수도.
20대 중반쯤, 심리상담사와 밥을 같이 먹게 되었다. 그분이 못 먹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셔서 매운 걸 못 먹는다고 답했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가던 중, 나에게 쌈을 싸주셨다. 매운 고추가 들어간 쌈이었다. 먹기 전에는 모르다가 먹으면서 ‘어? 뭐지? 나 매운 거 못 먹는다 말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혹시나 매운 표정을 지으면 그 사람이 기분 나빠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쌈을 다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상담사분이 못 먹는다고 한 걸 줬는데 왜 나한테 아무 말하지 않냐고 물으셨다. 그때 아차! 싶었다. 그때 왜 나는 아무 말을 못 했을까?
‘용기’가 부족하다는 걸 알고는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용기를 넘어서 한때는 기가 센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기가 세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나와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했었던 적도 있었다. 그랬던 시기를 지나 30대가 되고 나의 가치관이 조금씩 자리 잡아가면서 부드럽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다. 복직해서 같이 일하게 된 후배 두 명과 얘기를 나누던 중, 나보고 “해야 할 말 잘하고, 약약강강이세요~”라고. 듣고 놀랐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구나 싶어서. 부끄럽지만 10대, 20대 나는 약약강강(약자에겐 약하게, 강자에겐 강하게)보다는 약강강약(약자에게 강하게, 강자에게 약하게)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랬던 모습이 조금씩 바뀌고 있나 보다.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을 많이 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나타나게 된 변화가 아니었을까.
좋고 싫음 보다는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맞는 걸 맞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질문을 잘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거절하고 싶을 땐 부드럽게 거절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미움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렇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