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6~7년 전쯤? 카톡 지인의 알림말이었다.
흔하게 쓰는 말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인데 뒤집어서 보니 더 맞는 말 같아서 마음속에 저장해 둔 문장이었다.
‘피할 수 없으면 배우자’
강원국 작가의 책을 읽다가 마주친 문장이다.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던 문장과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면서 ‘이거다!!!’ 싶었다. 그때부터 내 좌우명이 되었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으면 배우자
이 문장을 놓고 생각해 보니 당시에는 몰랐지만 집안일을 피해왔다는 걸 알았다. 즐길 자신이 없으니 못 본 척했고 실제로 눈에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이런 나를 아내로 둔 신랑이 자연스레 집안일을 더 많이 했다. 신랑이 이것 좀 해달라고 하면 그제야 그 일만 했다. 그래서 신랑은 내가 6개월 친정살이를 하는 동안 “장모님한테 집안일, 청소하는 거 좀 배워와~”라는 말을 많이 했다.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친정살이하는 동안 나는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배울 생각조차 없었다. 나중에 할 때 되면 어떻게든 하겠지? 하는 생각이 컸다.
다시 신랑과 집을 합치고 며칠 뒤 엄마가 집에 오셨다. 오시자마자 청소하고 정리정돈을 하셨다. 그때 이 문장이 생각나면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이제야(?) 느끼고 배우기로 한 거다. 배우며 막상 직접 하다 보니 나만의 방법이 생기기도 했다. 며칠 되진 않았지만 이제는 청소를 하지 않으면 허전하다.
요즘 퇴근하고 집에 온 신랑은 자주 놀란다.
예전엔 빨래를 널면 거기서 옷을 꺼내 입을 때까지 내가 개지 않았고, 가스레인지 음식물이 묻은 자국은 한 달을 둬도 내가 닦지 않았다나 뭐라나..-_-;;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ㅡ_ㅡ)
부족하고 자신 없는 건 일단 피하고 싶었는데 이 문장을 만난 후에는 배워보고 싶은 게 많아졌다.
각각 다르게 발견된 두 문장이 합쳐져 나를 변화시키는 한 문장이 되었다.
고맙다.
앞으로 또 어떤 문장들을 만나 나에게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