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내 책상이 없다. 자연스레 식탁이 책상이 되었다. 집 중앙 거실, 거실 중앙에 있는 식탁에서 공개적으로(?) 내 시간을 보냈다. 혼자 있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출산 후 두 달 정도 됐을 때 신랑에게 안방에 작은 책상 하나 놓겠다고 했다. 집에 물건이 쌓이는 걸 싫어하는 신랑은 반대했다. 내가 뭘 하는 거에 반대하는 일이 없는 신랑인데 내가 다른 거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얌전히 책 읽기 위해 책상을 놓겠다는데 반대하니 너무 서운했다. 무조건 반대가 아닌, 안방에서 제일 멀리 있는 끝방에 서재처럼 책상을 넣어서 내 공간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시로 깨는 아기가 있는데 이 아기를 두고 끝방에 가서 있는다는 게 말이 안 됐다. 엄마로서 자격박탈 당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 발 물러섰다. 기분이 상하고 짜증 나서 집에 책상 따위는 죽어도 안 들이겠다고 오기로 말했다.
그렇게 2~3달이 흘렀다.
책상을 사지 않고 내 공간을 만들었다.
안방 안쪽에 붙은 화장대. 시간이 지나고 신랑도 미안했는지 책상 사자고 했지만 이제는 오기가 아닌 진심으로 책상 따위가 필요 없어졌다. 바로 옆에서 애 재우고 자기 전에 여기 앉아 책 읽다가 잠 오면 바로 침대에 누워서 스르륵 잠들 수 있는 이 공간이 있기에.
드라이기와 각종 로션들이 놓여있고, 급히 식탁에서 들고 온 의자로 만든 이 공간. 어수선하고 좁지만 이 공간 안에서 마음과 생각을 정돈하고 넓은 세상을 펼쳐나갈 수 있는 이 공간을 나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