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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Aug 04. 2019

어떻게 해야 국회에서 일할 수 있냐고?

간신히 여의도 서식기_여섯 번째: 국회, 인재상은 없다

'국회에서는 누가 일하는가?'

'국회에는 어떻게 들어가는가?' 

'국회에서 일하려면 어떤 능력과 자질이 있어야 하는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다 보니, 종종 받게 되는 질문이다. 요즘엔 여러 단체에서도 '보좌진 양성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내 대답은 늘 궁색하면서도 일관되다. "국회(의원실)에 맞는 인재상은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실이 사람을 충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공채와 추천. 지금도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의원실 채용"이라는 메뉴가 있다. (http://www.assembly.go.kr/assm/memact/memjob/recr/recrList.do) 인턴부터 보좌관까지 사람을 뽑는 의원실의 채용공고가 올라와있다. 공채와 함께 국회 업무의 특수성에 따라 나름대로 형성되어 있는 '인력시장'을 통해 추천을 통해 사람을 뽑는 것도 많이 활용되는 채용방식이다. 


그럼 국회에서는 누가 일하는가. 특정한 학력기준과 자격증이 요구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일한다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과거와 달리 전문 영역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보좌진에 대해서 지금까지도 '가방모찌'라는 속어로 비하하는 경향이 남아있지만, 3권 분립의 한 축으로 그 역할과 권한이 강화되어가면서 국회 보좌진은 법안과 정책, 예산을 다루고 정부와 언론을 상대하는 전문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11년 전 신문에 다음 기사가 이런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은 훨씬 다양한 전문성과 경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국회 보좌진으로 일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과 능력이 필요한가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국회에는 300개의 회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300명의 국회의원은 모두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다. 300명의 국회의원이 각각 의정활동을 한다. 국회라는 지붕 밑에 300개의 회사가 고군분투, 각개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의원실마다 보좌진의 역할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다. 어떤 의원실에서는 인턴이 복사하고, 자료 정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어떤 의원실에서는 인턴이 질의서와 보도자료를 쓴다. 300개 회사가 가지고 있는 인재상과 필요한 인력이 모두 다른 것이다. 


'어떤 학위 이상, 어떤 자격증 소지, 어떤 어학점수'를 요구하는 일관된 기준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도 없고 나처럼 인턴으로 들어와 바닥부터 긴 사람부터 사법시험과 로스쿨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 박사학위를 받고 들어온 사람, 학생운동 경력을 가진 사람, 선거에 공을 세운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 국회다. 그러니 당연히 "국회에 인재상은 없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많은 것 중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는 '성실성'이다. 성실함은 어디서나 중요한 자질이고 덕목이겠지만, 국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때에 따라 돌아오는 일에 '의무방어전' 자세로 일을 하면 그렇게 편할 수 없고, 적당히 살아갈 수 있는 반면 열심히 적극적으로 일을 찾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국회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 하기에 따라서 아무 일 없이 살 수도 있고, 무궁무진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국회의원은 정부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는 자료요구권, 법을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법안 발의권과 법안 심의권, 행정부의 정책과 업무를 살피는 국정감사권과 같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낼 수 있다. 국회 보좌진은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이지만 거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정책, 예산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또 하나의 자질은 '글쓰기'다. 국회는 글을 통해 일하는 곳이다. 질의서, 보도자료, 축사, 심지어 SNS 활동까지 국회의 모든 일은 글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무리 방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짧고 한정된 질의 시간에 전달하지 못하거나 한 두장의 보도자료에 담아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문제의 핵심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간결하고 정확하고 조리 있게 이를 전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글쓰기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좋은 글쓰기 능력이라는 것은 단순히 감동적인 문장, 문법에 맞는 말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하고, 읽고, 말하는 능력이 발휘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결국 생각하는 사람이 국회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력서를 내는 입장에서 이력서를 받아보는 입장이 되어보니 나는 지금 같으면 국회에 못 들어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턴 한 사람만 뽑아도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거의 만점에 가까운 토익 점수와 온갖 공모전에서 수상한 스펙을 갖춘 사람들의 지원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회가 인기 있는 직장이자 전문적인 영역으로 진화되는 것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그러나 국회는 스펙이 가장 중요한 곳이 아니다.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시험 점수가 높고, 자격증이 많다고 좋은 국회 보좌진이 되는 것이 아니다. 보좌진 직무교육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걸 수료했다고 좋은 보좌진이 되는 것도 아니다. 손에 잡히는 인재상도 없고, 구체적인 기준은 없지만 그만큼 종합적인 인재가 필요한 곳이 국회 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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