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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Aug 05. 2019

미국인의 '탑' 사랑, 끝이 없어라

미국 겉핥기_일곱 번째 : 모뉴먼트(monument)의 나라


우리나라 10원짜리 동전에는 '다보탑'이 새겨져 있다. 비록 10원 짜리지만, 탑을 사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탑 앞에 절을 하기도 하고, 탑을 돌기도 하면서 개인과 가족, 나라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탑은 사람들이 마음을 의지하는 안식처이기도 하고, 뜻을 모으는 상징이기도 하며, 각자 다른 것이긴 해도 각자의 소원을 투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문화재가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서도 탑을 쌓고 마음을 모으는 모습은 흔히 본다. 동네 뒷산만 가도 돌들의 균형을 맞춰 쌓는데 공을 들였을 많은 돌탑들을 볼 수 있다. 돌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고 믿고 의지하면서 탑은 한 나라의 화폐에도 새겨져 있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탑은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에서 발달(?)되고 대접(?) 받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사람 사는 어느 곳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사회를 통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지 미국도 탑을 참 좋아한다는 걸 발견을 했다. 곳곳에 사건과 사람을 기념하는 탑을 세워 기억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자랑스러움과 애국심을 고취하고, 그렇게 탑이라는 상징을 통해 공통의 분모를 만들어간다. 미국은 그렇게 탑을 쌓고 활용하는데 매우 능한 나라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기념공원(Franklin Delano Roosevelt Memorial)에서 바라본 워싱턴 모뉴먼트

정치와 관련한 미드를 보면 늘 등장하는 워싱턴 모뉴먼트(Washington Monument)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국의 대표적인 탑이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기념해 세운 이 탑은 내셔널 몰의 중간에 우뚝 서있다. 


워싱턴 모뉴먼트는 워싱턴 D.C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이처럼 어디서나 시야에 방해됨에 없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D.C 안에서는 이 탑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탑은 미국의 건국과 지금을 관통하는 정신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상징물이다. 처음 워싱턴에 가서는 탑이 뭐 대단한 거라고 하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미국 사람이 아닌 나 조차도 워싱턴에 갈 때마다 어디에서나 보이는 이 탑을 보면서 때로는 그 높이와 위용이 눈에 띄기도 하고, 때로는 무언가 영험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수도 한 복판에 돋보이게 세워져 있는 건국의 상징물. 화려하게 치장하거나, 특별한 모양을 가진 것도 아닌 단순한 탑이 가진 힘. 그 탑을 보는 다양한 피부색과 출신 배경을 가진 미국인들이 품을 자신들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경외감은 다른 방법보다도 큰 효과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임스타운 기념탐과 델라웨어 주 도버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탐

의미가 있는 장소에 가면 십중팔구 어김없이 탑이 세워져 있다. 영국인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처음으로 정착한 제임스 타운에도 이를 기념하는 탑이 있다. 제임스타운에 처음 도착한 300주년을 기념해 세워졌다는 이 탑은 제임스타운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관광객과 견학생들을 맞이한다. 미국인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기에 의미 있는 사건이기도 한 한국전쟁과 관련한 기념탑도 발견할 수 있다. 델라웨어의 행정수도인 도버의 작은 공원에는 한국전 참전을 기념하는 작은 탑이 있는데, 유명한 유적지가 아니어도 이렇게 곳곳에 탑을 세워 기억해야 하는 역사와 사건을 기념하고 있었다. 


볼티모어 워싱턴 기념탑과 요크타운 전승기념탑

메릴랜드 대표 도시인 볼티모어에는 D.C와 마찬가지로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기념하는 탑이 세워져 있다(제작한 사람도 워싱턴의 탑과 같다). 이 탑에는 입장료를 내고 계단을 통해 올라가 보기도 했는데, 정상에서 볼티모어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밑에서 볼 때는 자부심과 경외감을, 탑 내부에 올라가서는 선조들의 업적 위에 세워진 나라를 바라보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 탑이 뭐라고 조지 워싱턴과 탑에 대해 설명하는 해설자까지 상주하고 있었다. 


요크타운은 미국 독립전쟁의 승리를 결정지은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이 곳에는 당시의 전쟁터와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기도 한데, 여기에도 독립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탑이 세워져 있다. 이 탑을 보는 미국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자세하게 역사를 서술한 안내판,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유물보다 훨씬 강렬하고, 단순하게 미국이 전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한 나라 임을 각인시켜주지 않을까. 


곳곳에 탑을 세워 인물과 역사를 기억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각각의 문제와 갈등 거리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미국에 사회 통합은 어느 곳보다 절실한 문제였을 것이다. 긴 설명 필요 없이, 교육의 차이에 상관없이, 서있는 곳에 구애받지 않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자신들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마음에 각인시켜주는 탑의 존재는 바로 이런 필요를 가장 잘 채워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누군가는 탑을 보며 이렇게 좋은 뜻과 역사를 품은 나라가 지금은 왜 그럴까 반문하며 더 좋은 나라에 대한 의지를 다지기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탑이 주로 개인적인 바람과 마음을 투영하는 도구라면, 미국은 탑을 사회적, 국가적인 통합의 도구로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워싱턴 모뉴먼트보다 더 높이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원칙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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