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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Aug 24. 2022

미국 대통령들은 훌륭해서 좋은 대접을 받는 것일까?

미국 겉핥기_열 세번째

민주-공화 양당으로 대표되는 미국 정치는 어느 나라 못지않게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분열과 갈등을 보인다. 각 당을 지지하는 세대, 계층, 지역도 극단적으로 나뉘어져 있고 서로에 대한 비난의 수위도 매우 높다.


그렇게 서로 말도 섞을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인데도, 당을 초월해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고 존경과 예우를 다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전직 대통령이다. 밑의 사진 두 장은 2016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상영된 영상과 정치박람회에 전시된 전직 대통령 소개코너다. 레이건의 얼굴이 보이는 영상은 모든 미국 전직대통령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힐러리의 얼굴로 끝나는데, 민주당 출신뿐 아니라 모든 대통령의 얼굴을 담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민주당이 주최하는 정치박람회에 설치된 전직 대통령들의 면면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미국은 전직 대통령을 존경과 예우, 아니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한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되면 모금과 대학의 유치 경쟁 등을 통해 대통령을 기념하는 도서관이 건립된다. 전직 대통령들을 욕하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적어도 공식적이고 정치적으로 이들은 찬사와 존경, 예우를 받으며 회고록도 내고, 강연도 하고, 재단 등을 설립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도 한다.


전직 대통령들은 정당에 관계없이 국력과 민심을 모아야 할 때면 한 자리에 모여 화합을 과시하고, 필요한 일들을 한다. 한 예로 2010년 아이티에 약 5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구호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현직 대통령이었던 오바마와 전직이었던 빌 클린턴, 조지 부시가 정당을 초월해 함께 모였던 일이 있다. 


이뿐 아니라, 미국 주요 인사의 장례식과 전직 대통령 기념도서관 개관식 소식을 보면 정당에 관계없이 전직 대통령과 부통령 부부들이 참석해서 위로하고, 축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장례식 당시 현직 대통령은 물론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까지 당을 초월해 모였던 모습을 기억한다.


현직일 때 인기가 바닥을 쳤어도, 퇴임 후의 활동으로 더 많은 존경과 찬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1994년 북핵 위기를 중재한 것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지미 카터는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었지만 퇴임 후 주일학교 선생을 하는 등의 바른 생활, 카터재단 설립을 통해 세계 곳곳의 인권신장과 구호를 위한 활동, 분쟁 지역의 조정 역할을 통해 노벨평화상까지 받는 등의 업적으로 퇴임 후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게 전직 대통령들이 사이좋게 지내고, 칭송과 예우를 받으며, 국가의 지도자로서 퇴임 후에도 많은 일들을 하면서 국민통합과 국가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 대통령들이 모두 훌륭하고, 흠이없고, 실정 없이 모두 성공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한 존경받을만한 사람들이어서 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거짓정보에 근거한 잘못된 판단으로 여전히 해당 지역의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성추문에 휘말려 망신과 탄핵위기에 몰리는가 하면, 경제를 파탄내 많은 사람들을 빚더미에 올라 파산하도록 하는 오점을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드러난 실패와 불명예가 아니더라도 온갖 술수가 넘쳐나는 정치의 장에서 미국의 대통령이라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상대당과 비판자들의 저주에 가까운 비난과 공격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으로서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보통의 사람과 다르지 않은 그들이 그런 사회적 존경과 대접을 받는 것은 왜일까. 나는 그것이 자신들의 사회가 만들어 온 제도와 전통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이것이 만들어 온 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미국이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미국의 존재 그 자체다. 미국의 대통령은 모두 그 제도와 전통에서 형성된 양당의 틀과 절차에 따라 선출되고 법률의 준수, 인종차별의 금지, 이민자들에 대한 관대함 등 미국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며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은 이러한 제도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가득하며, 이를 상징하는 최정점에 해당하는 대통령직의 존엄함과 권위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미국이라는 국가와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약속인 것이다. 오바마의 상대후보였던 존 메케인 전 상원의원은 선거 당시 유세에서 “오바마는 아랍인”이라는 한 지지자의 발언에 대해 고개를 저으며 “오바마와는 의견이 다를뿐이지 그는 품위있고 가정적인 사람이자, 미국인”이라고 이야기 했던 일화는 아무리 당이 달라도 그들이 함께 공유하고 지키고자 하는 가치와 전통과 권위가 무엇인지 잘 드러내고, 이것이 미국을 유지하는 주요한 원인임을 보여준다.


이런 전통 속에 트럼프가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라는 점은 흥미롭다. 그는 전직 대통령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거의 모든 주요 정치인들이 참석한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는 불참하기도 했다(매케인은 트럼프를 꾸준히 비판했다). 최근 상원의원으로 복귀한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워싱턴 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는 분열적, 인종적, 성차별적, 반이민적이며 민주적 제도들에 대해 부정직하고 파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현직 대통령이기에 공격을 받는 것도 있지만,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의 주류와도 척을 지는 등의 불화를 보인점에서 트럼프가 미국이 형성하고 추구하는 가치에 반한다는 판단이며, 그래서 존경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적 인물인 트럼프에 대해서는 최근 전직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이것이 범법 행위가 분명한 트럼프에 국한된 문제인지, 미국의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존중 문화에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미국의 대통령들이 성인군자가 아니어도 대접을 받는 것은 사회가 합의하고 추구하는 제도와 가치에 대한 공유와 실천이다.우리는 미국의 전직대통령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손을 잡고, 존경과 찬사를 받는 퇴임시기를 보내는 것을 부러워한다. 물론 나도 이런 전통이 부럽고도 부럽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어서 이런 문화가 형성되고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그러나 위에 이야기 했듯 그것은 당이 다르더라도 국가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존중하는데서 비롯된다.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하더라도 미국의 전직대통령 중에 군인을 동원해 자국민에게 총을 쏘고, 쿠데타를 일으키고, 금융사기를 저지른 파렴치범은 없다. 그러니까 아무리 못나도 어지간해야 한다는 말이다. 민주주의 제도의 존중, 자국민에 대한 존경, 사회가 합의하고 추구하는 상식과 가치를 실천하는 어지간함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에게 공통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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