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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Aug 29. 2022

미국 군인들이 대접받는 이유, '딴짓'을 안해서

미국 겉핥기_열 네번째

트럼프가 당선됐던 2016년 대선 당시의 일화.


각 당의 후보가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 선출되고 대선레이스가 본격화 되던 2016년 7월 말,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이라크에서 일어난 자살폭탄테러로 전사한 후마윤 칸 대위의 부모를 비하했다. 그의 부모가 민주당 전당대회 연단에 올라 트럼프의 혐오조장에 대해 “트럼프는 미국 헌법을 읽어봐야 한다”고 비판한 후였다.


그의 부모가 “이슬람 교도여서 함께 단상에 올라간 어머니가 한 마디도 못한 것”이라고 이슬람을 비하한 것이었는데 문제는 참전용사, 그것도 전사자와 그 가족을 모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린 것이다. ‘애국’의 가치에는 정당을 초월해 최고의 의미를 부여하고, 애국의 대표적인 상징인 ‘군인’(특히 참전용사)에 대해서는 영웅으로 극진한 예우를 하는 미국에서 전사자의 가족을 욕보인 것은 군인에 대한 도전, 더 나아가 애국에 대한 폄하로 간주됐다.


트럼프의 막말이야 새로울 것이 없었다. 여성, 장애인, 종교를 비하하고 차별하는 수많은 발언이 이어져 왔던 터였다. 이러한 막말 퍼레이드에도 끄떡 없었지만, 군인과 그 가족에 대한 막말은 전혀 성격이 달랐다. 정치권은 물론, 재향군인회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들끓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내 말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이들이 나온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해야했다. 사과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에게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렇듯 군인에 대한 미국의 존중, 존경, 예우, 사랑은 특별하다. 물론, 어느 나라나 전사자를 기념하고 예우하며 군인들에게 혜택을 준다. 우리나라가 국립현충원, 전쟁기념관과 같은 추모 공간을 운영하고 국가보훈처라는 국가기관을 통해 보훈사업을 하는 것처럼. 군인은 나라의 안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의 군인과 전사자에 대한 태도는 유별나다.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장소나 제도가 아닌 동네만 돌아다녀봐도 알 수 있는데, 햄버거 가게에는 VETERAN(참전용사)에게 할인을 해준다는 배너가 걸려있고 상가 등의 주차장에 장애인 주차공간이 따로 있듯 좋은 자리에 이들을 위한 주차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 의회에서 발표하는 연두교서에는 거의 매년 참전용사나 전사자의 유가족이 초청되어 언급되며 가장 따뜻하고, 우렁차고, 긴 박수를 받는다.

사진 속의 인물은 2016년까지 46년간 23선의 하원의원을 지낸 찰스 랭글 의원이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그는 친한파 국회의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음 사진은 2017년 당시 John Conyers, Jr. 하원의원의 사무실 앞에 놓여있던 깃발이다. 이 사람 역시 한국전 참전용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참전용사는 미국의 가치를 수호하는 영웅이고, 국가에 최고로 헌신하고 희생하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왜 미국에선 군인, 참전용사, 전사자 그리고 그 가족까지 이토록 극진한 대접을 받을까. 물론 왜 라는 질문을 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국가가 이들에게 그러는 것이 당연할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미국의 군인, 참전용사, 전사자에 대한 사랑과 태도는 매우 특별해 보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미국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미국과 비교하면서 군인에 대한 예우와 존중의 태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어나고노 하는데 이에 대한 이해의 단초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전쟁을 많이 하는 모병제 국가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영토에서는 전쟁을 하지 않지만, 미국은 전 세계에서 전쟁을 한다.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명분, 과거 냉전체제에서의 승리, 자국의 이익, UN의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질서 회복 등 다양한 이유로 전쟁을 한다(전쟁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전쟁을 하는 군인들은 강제로 징집되는 것이 아니라 모집을 통해 지원을 하는 모병제다.


이런 상황에서 군인은 정의로운 전쟁이든, 군산복합체를 유지하기 위한 전쟁이든, 국제질서의 패권을 놓지 않으려는 전쟁이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다. 계속해서 군인들이 충원되고 군대가 유지되어야 전쟁도하고, 세계 곳곳의 미군기지에 파견도 하고, 미국의 경제도 돌아가게 하고, 패권질서를 유지하는 전략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이 전쟁을 수행하고, 군대를 운영하는데 있어서도 민주주의, 인권, 평화와 같은 미국의 가치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군인이라는 존재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통합하고, 미국의 가치와 질서를 수호하는 역할로 이어진다.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영웅으로 대접하고, 전설로 남게하며, 훈장을 수여하고, 그들의 가족을 예우하는 것은 군사적,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의 세계 최강대국 지위를 이어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일이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첫 번째 이유가 비판적이고 현실적인 눈으로 살펴본 것이라면 두 번째 이유는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그럴만 하니 그런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아무리 국가가 나서서 군인에 대한 존경을 유도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 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군인과 군대가 ‘딴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딴짓이란 무엇일까. 군인과 군대에 부여된 목적과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그 질서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것에 충실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미군이 ‘딴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철저히 미국인들의 입장에서만 그런 것이라는 것이다. 미군은 다른 나라에 도움을 줌과 동시에 범죄를 저지르고 환경을 파괴하며, 오폭으로 민간인도 많이 죽이는 것을 우리가 다 알고 있다.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적잖이 주저되기도 하는데 철저히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 싶다. 우리가 미군을 영웅대접 하거나, 존경하지는 않으니까. 이 글은 왜 미국인들이 군인을 그토록 사랑하고 대우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니까.


처음에도 적었지만 한 나라의 군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다. 그래서 세금으로 월급도 주고, 무기도 사주고, 연금도 주고, 죽은 후에는 국립묘지에 모신다. 그런 군대가 본래의 역할은 하지 않고 딴짓을 한다면 과연 국민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공권력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을 군대라고 할 수 있을까.


미국의 군대가 합법적으로 구성된 정부를 쿠데타로 장악하고 권력을 탈취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미국인을 폭도로 몰아 총을 겨누고 쏴서 미국인들의 피로 미국을 물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의 군대가 타국에서 나쁜 짓을 할 지언정 미국과 미국인들에게 총구를 돌린 적은 없다. 적어도 미국의 군대와 군인은 미국의 군대다움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군대가 ‘딴짓’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존경과 대우를 받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이 들불처럼 번질 때 앨라배마주의 주 방위군이 셀마에서 행진하던 군중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일이 있다. 이처럼 미국의 군대도 딴짓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그런 딴짓이 잘못된 것이고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다시는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하지 왜 헌신하는 우리를 존경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하지는 않는다.


군대와 함께 공권력의 한 축인 경찰을 보자. 미국의 경찰은 군인만큼 사랑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은 미국의 경찰이 군인보다 딴짓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흑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잘 드러나는데 미국의 경찰은 종종 범죄혐의가 없는 사람을 흑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히고, 총으로 쏴 죽이기도 한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대상을 오히려 괴롭히는 딴짓을 하는 집단에게 사랑을 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나는 격무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군인과 경찰도 더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렇게 군인을 대우하는데 우리는 왜 그렇지 않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하기 전에 왜 더 많이 사랑받지 못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우선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공권력이 왜 더 많은 존중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가. 그것은 과거 딴짓을 워낙 많이 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국민들을 향해 총을 쏘고, 그 총으로 권력을 탐하고, 성과를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둔갑시키고, 고문하는 일들을 벌였다. 그렇게 딴짓을 하는 사람들을 국민들이 사랑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 이제는 그런 일이 없기도하고 많이 줄어들기도 했다. 언제까지 과거타령만 하냐는 이야기도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고생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법과 질서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면도 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좀 더 군대와 경찰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역사가 멈추고, 바로잡히기 시작한 것이 고작 30년 남짓이고 최근에는 그마저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들의 딴짓에 고통받고, 그것을 목격하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을 존경하지 않냐, 특히 미국은 이런데 우리는 왜 공권력에 대한 태도가 이 모양이냐고 입을 내밀기 전에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과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 신뢰를 더 많이 얻기 위한 겸손을 더 많이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미국의 군대는 적어도 미국인들에게는 미국의 군대답다. 딴짓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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