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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Aug 29. 2022

법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

간신히 여의도 서식기_열 세번째

국회는 '입법부'다. 법을 만드는 곳이란 뜻이다.


법을 만든다는게 별 것 아닌것 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좋든 싫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지키고 따라야 하는 규칙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막강한 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에 법을 제출해 발의할 수 있는 권한이 행정부에도 있고, 법안 심사과정에서도 행정부의 의견과 주장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국회의 독점적 권한이라고 100% 말할 수는 없지만, 어찌됐든 법안이 국회에서 심사되고 통과되어야 빛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는 법을 만드는 일에 가장 중요한 기관이 분명하다. 


국회 홈페이지의 '국회의안정보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bill/main.do)에 들어가보면 현재 뿐 아니라 과거에 제출된 모든 법안들을 찾아볼 수 있고, 그 법안들의 심사과정과 관련된 희의록도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임기중인 21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검색해 보니 다음의 사진과 같이 2020년 임기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총17,193건의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모두 통과되어 효력을 가진 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통과되는 법안보다 통과되지 않는 법안이 더 많다. 해당 임기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다음 국회로 넘어가는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임기만료 폐기가 되는데 이런 법안들이 상당하다. 법을 만드는 일이 국회의 핵심적인 역할 중에 하나이다 보니,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로 법안발의를 많이하면 좋은 평가를 해주는 경우가 있어(국회의원 평가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법안 발의 건수는 계속해서 증가추세에 있다. 꼭 이런 이유때문은 아니지만 법안을 만들어 제출하고, 이를 통과시키는 것은 보좌진의 중요한 업무중 하나이고, 큰 스트레스 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은 혼자서 법안을 발의할 수는 없고, 10명 이상 동료의원의 서명을 받아야 제출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추어진다. 국회에서는 보통 이를 '도장을 받는다'라고 표현하는데 국회사무처에 공식으로 등록된 국회의원 인장을 '공동발의'의 증표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안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글에도 기-승-전-결이 있듯, 법을 만드는데도 과정과 순서가 있다.

먼저는 기존의 법을 고치거나, 기존에 없던 법을 새로 만들어야한다는 문제 의식이나 동기가 있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법안발의 건수를 늘려야 한다는 성과에 대한 강박도 포함된다. 여기에는 다양한 경로가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나 상임위원회, 혹은 법무부나 법제처와 같은 정부기관이 발간한 '입법과제'와 같은 자료들을 참고 하기도하고, 언론 보도를 통해 불합리한 제도나 현실이 드러나는 것이 법안을 만드는 시작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는 사건을 통해 법의 개선 필요성이 발견되기도하고, 주변 사람들이 삶에서 부딪히는 제도적 맹점이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 시민단체에서도 자신들의 활동영역과 관련한 법률의 개선이나 새로운 법률 제정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국회에 제안하기도 하는데 이들과의 협업으로 법을 만들기도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에서는 정기적으로 현행 법률에 대해 '헌법불합치'혹은 '위헌판결'을 내리는데 이런 법안들은 반드시 고쳐야 하기 때문에 경쟁적인 법률 개정안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법안과 관련해 떠오른 아이디어나 동기는 법안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먼저는 직접 법률안을 만드는 것이다. 국회 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에는 '법률안 작성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법안에는 주요내용, 제안이유, 신구조문대비표와 같이 공식적으로 갖춰야 하는 서식이 있는데 법률안 서식기를 사용해 내용을 입력하면 서식대로 모두 적용하여 법안을 만들어 준다. 매우 편리하고 빠르게 법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내용의 개정안은 이를 활용해서 만들 수 있다. 


둘째는 국회 '법제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국회에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법제실이다. 행정, 국방, 문화, 교육, 경제 등 각 분야별로 법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법제관'들이 법안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국회 내부시스템을 통해 법안을 개정하려는 취지와 내용을 공식적으로 의뢰를 할 수 있는데 이 방법의 장점은 무엇보다 법률체계나 형식에 부합하는 법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단점도 적지 않은데 법제관들의 업무량이 과다하다보니 법안을 받는데까지 시일이 오래걸리는 경우가 많고, 현행 법체계 내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의뢰한 법안에 대해 "현행 법체계상 맞지 않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셋째는 국회 밖의 전문가나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특정한 분야에 있어 보좌진이 개선해야할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를 법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내용으로 만들 것인가에 있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이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시민단체가 더 나은 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협력을 통해 법안의 내용을 협의하고 함께 법안을 만들어 추진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이 방법은 단순히 법안의 제출 뿐 아니라 법안의 심사과정에 있어서도 여론 등의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국회와 전문가 등의 의견이 차이가 있는 경우 이를 좁히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법안은 앞서 말했듯 10명 이상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발의할 수 있는데, 보통의 법안들은 10명 보다 조금 더 많은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발의하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이거나,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의제일 경우 수십명 혹은 백명 단위의 국회의원 서명을 받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되도록 많은 공동발의 의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고, 더 나아가 소속 정당의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방식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렇게 발의된 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법안을 심사하는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를 시작하게 되며 소위를 통과하면 상임위-법사위-본회의의 순서대로 통과 절차를 거쳐 정부로 이송된다. 정부로 이송된 법은 대통령의 공포로 일정한 기간과 요건을 갖춘뒤 효력을 발생한다.


법을 만드는데 있어 필요한 것들은 몇 가지로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적어보면,


가장 필요한 것은 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법률이 사람들의 생활에 이롭게 작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본래의 취지와 달리 불편하고, 오히려 해가되고 있어서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것은 아닌지를 살펴보는 관찰력은 '법안 감수성'의 중요한 부분이다. 아울러 기술과 사회의 빠른 변화속에서 법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 새로운 법을 고민하는 시도도 필요할 것이다. 언론의 보도나 각종 자료에 대한 끊임없는 모니터링 뿐 아니라, 책과 논문 등을 통해 더 깊은 공부를 하는 노력을 한다면 더 좋은 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순발력도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법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법의 적용을 받아 혜택을 입거나 통제를 받는 사람들이 이미 사라지거나, 문제가 악화되어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법안을 필요한 때 적절하게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국회에 부여된 입법권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법률적 관점(Legal Mind)도 빼놓을 수 없다. 세상 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너무 세세한 내용까지 법으로 규제하거나 규정할 수도 없다. 또 법이 아니라 사람들의 상식이나 대화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때문에 이것이 법으로 해결해야 할 일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법률의 쳬계와 표현이 일상의 언어와 달리 존재하는데 이런 틀 안에서 어떻게 문제의식을 녹여내고, 효과적으로 표현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의 한 글자를 '중'으로 할 것인지, '등'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도 많은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 법의 세계이니까.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그것을 법안에 제대로 담아내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므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법안을 만들고, 통과되는 과정을 아주 간략히 살펴보았지만 법안을  통과시키기까지는 법안을 만드는 일만이 아닌 여러가지 일과 노력이 필요하다. 법안을 만들고자 하는 시점부터 통과되는 시점까지 전문가와 정부 등과의 협의, 여론과 동료의원들의 도움, 법안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자료와 지표등을 찾아 심사과정에 제시하고 설득하는 노력, 토론회 개최나 자료집 발간 등을 통해 문제의식을 확산시키는 일까지 다양한 일들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에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 과정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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