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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Jul 12. 2019

'혁신'이란 무엇인가

주위에 사회혁신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꽤 있어서 혁신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몇 마디 적어본다. 


우리는 혁신을 입에 달고 산다

 

참신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 단어는 알게 모르게 오래전부터 우리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늘 부르짖지만 어쩌면 너무 부르짖어서 별다른 힘을 갖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 그보다 더 정확하게는 누구나언제든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혁신은 하지 않아 온 것이 혁신이 계속해서 그럴듯한 목표로 소비되게 하는 원인이란 생각도 든다.

 

나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혁신이 이루어져서 사회가 한 단계 나아가고사람들의 삶이 좋아지며부조리와 비효율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혁신에 대한 집단적인 최면과 오해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혁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명사

1. 묵은 풍속관습조직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

 

묵은 것들을 완전히 바꾸고 새롭게 하는 것그렇다면 우리는 이 개념에 가깝게 혁신을 이해하고주장하고실행하고 있는가.

 

정치기업정부 할 것 없이 모두 혁신을 주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혁신이란 이름을 새긴 기관과 부서가 생기기도 하고, 선거에 패배한 정당은 혁신비대위를 꾸려 재기를 모색하기도 한다. ‘혁신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활동들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벌어지고 있는 혁신들을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그동안 많은 시간과 인력과 돈을 투입하면서 해 온 각 분야의 혁신 작업은 혁신을 이루어낸 걸까. 그렇다면 왜 혁신위원회와 같은 조직들을 만들면서도 주기적으로 심심하면(?) 혁신을 해야 한다는 도돌이표 노래가 불려지는 걸까. 왜 사람들이 혁신이라고 받아들이고 사회를 바꾸는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나는 혁신에 대한 오해(그것이 알고 그랬든모르고 그랬든)에서 문제가 비롯된다고 분석한다그 오해의 핵심은 혁신이란 무언가 신기하고없던 것을 만들어내고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일하는 것이라는 신화다.

 

그래서 혁신을 한다고 하면 정당에서 모바일로 당원 투표를 한다거나조직을 개편해서 기존의 위계질서를 해체한다거나업종을 바꿔 이익을 창출한다던가때로는 원시적으로 보이거나 또 보편적이지 않은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제시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는 이런 일들을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그러나 그것이 혁신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시대가 변하고기술이 발전하고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고 적절한 일이기 때문이다그러나 그것은 혁신이라고 하기보다는 적응변신생존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그렇다면 혁신이란 무엇일까나는 국어사전의 정의가 잘 나타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묵은 것을 새롭게 하는 것나는 그것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정치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혁신은 무언가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기본과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끊임없는 시도이고실천이어야 한다.

 

왜 그런가묵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된다묵은 풍속과 관습조직과 방법이라는 것은 처음의 상태에서 변질된 것들이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처음의 시작과 마음과 달리시간과 경험 그리고 역사와 관계가 쌓이면서 기본과 초심은 점점 변화하게 된다(부부관계를 생각하면 딱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처음엔 어떤 형태였는지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조차를 알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한다이렇게 기술과 시간제도는 앞으로 나아가는 듯해도 그렇게 쌓이는 묵은 것들로 우리는 오히려 뒤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혁신은 여기에 맞서 처음으로 돌아가는 도전이다초심을 되찾는 여정이다혁신은 그렇게 단순하고 분명하다어디 다른데신기한 데 가서 찾는 보물 같은 게 아니다정당이 모바일로 당원들의 의사를 물으면 그것이 혁신일까그건 기술의 발전을 반영한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수는 있어도 혁신이 될 수는 없다당원의 뜻을 묻는 이유유력한 정치인의 오더에 따라 의견이 정해지는 묵은 문화를 깨고 당과 당원의 원래 관계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그건 혁신이 아니다방법만 세련됐을 뿐 내용은 같은 것일 테니까.

 

과거에는 CD플레이어나 라디오를 만들던 회사가 지금은 스마트폰을 팔아 많은 이익을 남기면서도 과거와 지금 모두 그 회사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법을 어기는 행태가 다름없다면 그게 혁신일까그건 기술발전과 소비자의 욕구시대변화에 동떨어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아주 훌륭한 생존전략과 변신일 수는 있어도 혁신이라 하기엔 부족하다사업의 아이템이 바뀌었을 뿐 노동자국가와의 관계라는 기본에서는 변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처음은 자유와 평등이다기업의 초심은 사람과 사회를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정당의 기본은 당원과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고 그것을 더 좋게 발전시키는 것이다이 초심과 기본을 외면한 그 어떤 것도 그것이 새로운 기술과 신기한 방법과 세련된 모습을 한 것이라 하더라도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함이라는 혁신의 개념과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혁신에 대한 오해가 많다혁신은 일부 똑똑하고 깨인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전에는 보지 못한 신기한 것이 아니다그저 우리 모두가 기본과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이다그걸 외면한 혁신이라는 것은 요란한 빈수레다오히려 이런 혁신에 대한 오해가 혁신을 일부 사람들만의 분야로 만들어 대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시간과 관습이 쌓이면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신과 인간 사이에 신의 뜻을 왜곡하는 성직자들이 끼어들어 기본에서 멀어진 종교를 타파하자는 종교개혁, 민주주의의 기본에서 멀어져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지배할 대상으로 농락한 권력을 몰아낸 촛불 혁명 모두 기본과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혁신이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초심으로 돌아가자. 이 이상의 혁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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