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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Sep 07. 2022

법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간신히 여의도 서식기_열 네번째

지난 연재에서 법안이란 무엇인지 간략한 소개를 했다. 이번에는 실제 사례를 통해 법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수많은 법안중에는 제출에서 통과까지 불과 며칠만에 이루어지는 법이 있는가 하면, 법률 개정이나 제정의 필요성이 오랜시간 제기되어 왔음에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긴 세월이 지나 통과가 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소개할 법안은 후자에 속한다. 


2009년 용산역 앞의 재개발 현장에서 농성을 하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상가임대차에 있어 권리금 관행, 공권력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사용, 철거민에게 가혹한 재개발 관령 법령 등. 그 중에 하나의 문제가 경비용역의 문제였다. 경비용역은 본래 아파트와 같이 일정한 건물, 장소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이고 예방적인 활동'을 하는 것인데, 본래 목적과는 달리 재개발 현장이나 노동쟁의 현장에서 각종 무기를 소지하고, 폭력을 통해 불법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어해야하는 경찰 등의 공권력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용산참사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논의들이 활발하게 일어나 다양한 법안들이 제출되기도 했다. 


사실 경비용역의 불법과 폭력 문제는 2009년에만 드러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국회에서 일하기전 NGO에서 민생문제 담당으로 일했는데, 2006년에도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당시에도 각종 사례들을 수집하고, 다른 단체들과 함께 국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활동을 했다. 물론 이보다도 더 오래전부터 이 문제가 제기되어 왔겠지만 나의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실제 입법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모든 것이 제도 탓은 아니겠으나 필요한 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똑같은 문제는 반복됐다. 2012년에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기업의 공장에서 농성중이던 노동자들이 사측이 동원한 경비용역 업체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당한 끝에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것이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켰는데, 특히 공장 외곽에서 질서유지 업무를 했던 경찰이 불법적인 폭력을 막기위한 어떤 노력과 활동도 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이 큰 비난을 받았다. 또한 경비용역 업체가 이런 불법적인 일을 수익모델로 삼아 국가의 공권력 못지않은 장비와 규모를 가진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도 충격을 주었다. 


때마침 나는 당시 이 문제를 관할하는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경비업'이 '예방적이고 방어적인 업무'라고 규정하는 법이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해야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과제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법의 개정방향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경비용역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불법적인 폭력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실질적으로 규정해야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이를 관리감독하는 경찰청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일이었다. 


먼저 법안을 만들어야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시민사회에서 대안들이 제시되고 토론되어 왔기 때문에 법안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실질적인 입법의 진전을 위해 의원실만이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네트워크와 함께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 온 시민단체, 전문가 단체와 함께 문제를 다루어 갔다. 법안의 개정방향을 놓고 협의하며 내용을 조율해 법안을 마련해 가기 시작했고, 이를 추진해 가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사회적 여론 형성을 도모하고,  법률 개정안에 대한 공론의 장으로 토론회를 마련했다. 실제 경비용역의 폭력으로 피해를 겪은 당사자, 법률 전문가, 시만사회 활동가, 그리고 경찰청과 국회 입법조사처까지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모여 문제를 살피고 해결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후 법안을 확정해 마련했다. 경비용역의 배치를 신고만 하면 할 수 있었던 것을 허가제로 바꾸로, 배치하는 경우 지켜야 하는 복장과 소지물품에 대해 엄격히 규정하며, 이를 어길 경우 경찰에 배치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내용 등을 담았다. 경비용역 업체의 책임성을 높임과 동시에 경찰에도 큰 권한을 줘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취지였다. 국회의원은 대표발의 의원으로서 동료 의원들에게 문제 해결과 입법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해 50명이 넘는 의원들의 서명을 받았다. 보통 10명의 서명만 받으면 법을 발의할 수 있는데 법안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법을 발의하는 경우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면 법안이 공식적으로 의안으로 등록이 되지만 여론의 환기를 위해 별도로 법안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도 개최했다. 공동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 법안을 만드는데 참여한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직접 피해 당사자인 노조와 철거민등이 함께 연단에 섰다. 이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법안도 함께 발의되어 국회가 이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법안이 제출된 후에도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환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안전부, 경찰청장에게 해당 문제를 질의하고 법안 개정 필요성에 동의하는 답변을 받았다.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와 통계를 정부 자료로 확인해  언론에 배포했다.


큰 폭의 법률개정이나 변화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게 되는 정부도 반복되는 참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막지못하는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에 부담을 가지게 됐다. 또한 불법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라는 점도(물론 권한의 강화는 책임의 강화를 동반한다) 정부가 법안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도록 하는 하나의 요소였다.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이견을 제시하고 토론이 이어졌지만 법안 개정에 대해서는 국회, 정부, 시민사회 등 사회 구성원등이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여러 건의 법안이 함께 치열하게 토론되고 검토된 결과 하나의 수정안이 법안소위에서 채택되고,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에 제출된 수정안에는(보통 법안이 제출된 원안대로 통과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나의 사안에 대한 여러 건의 발의법안 내용이 병합되고, 심사 과정에서 수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치허가제, 배치폐지명령권 등의 주요한 내용들이 반영되어 개정안의 취지를 살렸다.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에 관여했던 이후 7년의 시간이 지나 실질적인 입법을 이뤄낸 것이었다. 너무 늦은 제도적 개선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보람있는 일이기도 했다.


살펴본 것처럼 하나의 법률안을 실질적으로 제도화하는데는 법안을 만드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국회의원과 의원실의 노력, 외부와의 협력, 여론의 지지, 정부의 공감과 협조 등 다양한 수단의 활용과 노력 그리고 시기가 맞는 등 여러 요소들의 결합이 필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살펴봐야 하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법안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다룬 경비업법도 다양한 현장에서 이뤄졌던 불법행위를 제어하는데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편법을 통한 불법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본래의 경비업무에 충실한 업체가 강화된 법령에 따른 제약을 받아 업무에 애로가 생기는 등 의도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제도를 운영하는 행정 영역이 해야 할 역할이 있고, 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살펴야 하는 과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도 국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후속 개정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법률이 모든 문제를 100%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런 일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법을 만드는 일을 사명으로 하는 입법부인 국회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법, 제도를 통해 해결하고자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이 월급을 주는 역할에 충실하게 밥값을 하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입법에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많은 노력으로 애써 만들었던 법안들이 입법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런 성공과 실패의 경험은 어떤 법률이 이 사회에 필요하고, 좋은 것이며 어떻게 해야 각종 이슈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제도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배우는 기회가 된다. 많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또 그렇게 해왔던 일이 사회의 진전에 기여했나 하는 의문과 부끄러움에도 하나의 사례를 밝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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