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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Sep 25. 2022

뉴욕의 지하철은 위험하지 않다. 다만 지저분할 뿐

미국 겉핥기_열 여섯번 째:미국 지하철 이야기

미국에서는 주로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물론 대도시에 살았다면 자주 이용했을 수도 있을테지만 그래도 자동차만큼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워낙 자동차가 필수품이고,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곳이라서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지도 않을 뿐더러 버스와 같은 이동수단은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편견이 생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행이나 볼일이 있어 방문했던 도시에서 지하철과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볼 수 있었다. 도심안으로 차를 가지고 갈 경우 교통체증이 심해서 여러모로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주차 등에도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도심까지 접근해 기차역 같은 곳의 대형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기도 했다. 교외지역에 사는 미국인들이 주로 이런 패턴으로 출퇴근을 한다. 영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예를 들어 언페이스풀 같은 영화) 기차나 지하철이 있는 곳까지 차를 가지고 가서 회사가 있는 도심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도 워싱턴 D.C에 갈때 D.C의 서울역이라고 할 수 있는 UNION STATION에 차를 세우고 돌아다녔다(이런 역들의 주차장은 보통 주차장보다 저렴하기도하다).


미국에 머물면서 D.C,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에서 지하철을 타봤다. 버스도 타봤지만 오늘은 지하철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역마다 지하철의 특이점도 있었고, 주위에서 겁을 주는 통에 잔뜩 위축된 상태로 탔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서 겁을 준 사람들이 괘씸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뉴욕의 지하철이다.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며칠 동안 탔던 뉴욕의 지하철은 위험하지 않았다. 다만, 낡고 지저분했을 뿐이다. 아무리 오래됐어도 깨끗하게 청소도 하고 잘 관리하면 좋을텐데 너무 지저분해서 놀랐다.

물론 뉴욕의 지하철이 위험하다는게 빈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처럼 출입구가 철문으로 굳게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에서의 노숙을 방지하기 위한 것 일수도 있고 이렇게 출입구를 설계한 다양한 이유가 있을텐데 처음으로 이런 풍경을 마주치는 여행자에게는 '아! 여기 위험한 곳이구나'하는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뉴욕의 지하철을 타고 며칠 돌아다니면서 남은 뉴욕 지하철에 대한 인상은 위험보다는 위생이 좋지 않고, 때때로 운행에 변경이 있어 낭패를 볼수도 있다는 경험이었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찍은 뉴욕지하철 한 역의 플랫폼이다. 서울의 지하철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에 사실 좀 놀랐다. 서울보다 크고 유명한 대도시 뉴욕인데 어떻게 이렇게 청소를 안할 수가 있나 싶어서. 여기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버린다는 것도 놀라웠고, 이걸 또 이렇게 방치하면서 치우지 않는다는 것은 더 놀라웠다. 그래도 사람들은 자연스러웠다.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 방법 중에 STANTON ISLAND에 사는 시민들의 통근과 이동을 위해 무료로 운행되는 배를 타는 방법이 있다. 배를 타고 가면서 멀리서나마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어서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공짜로 배도 타고 자유의 여신상도 볼 수 있으니까. 나도 함께 간 친구가 알려준 덕분에 일요일에 지하철을 타고 배를 타기 위해 이동했는데 어떤 역에서 환승을 하려고 했더니 딸랑 A4 용지에 오늘은 운행안한다는 공지가 바람불면 날라갈 모양으로 붙어있었다. 뉴욕 시민들에게는 미리 어떤 방식으로 소식이 공유가 되는지 알수는 없었는데, 원래 약속된 운행을 하지 않는 것을 이렇게 허술하게 공지하는 것을 보니 그 소식을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런 일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뉴욕이 센트럴 파크를 만드는 결정을 해 도심의 녹지를 지키고, 하이라인 파크를 통해 도시를 재생하는 등 여러가지 행정 혁신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지만 지하철역 관리와 운행에 있어서는 오히려 서울로부터 배워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에 며칠간 머물었던 숙소는 뉴욕 북부 쪽 할렘가 바로 밑에 위치한 호스텔이었다. 호스텔 자체는 여러나라의 젊은이들이 모여 활기차고 깨끗하면서도 매우 저렴한 좋은 숙소였는데 하루는 밤 11시가 넘어 타임스퀘어가 있는 곳에서 혼자 지하철로 이동해 숙소로 돌아와야했다. 이 때 겁을 많이 먹었던것 같다. 길에서 잘 수는 없었으므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12시가 가까운 시간의 뉴욕 지하철에 탔다. 경계심은 풀리지 않았지만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낯선 여행자에게 뉴욕의 지하철은 지저분하고 냄새가 났지만 위험하지 않았다. 그저 모두 밤늦은 시간의 피곤함을 지하철에 의지해 저마다의 목적지로 가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오히려 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위에 사진은 한 역에서 연주를 하는 음악가들이다. 물론 밤늦은 시간이 아니라 초저녁 시간에 찍은 것인데 뉴욕의 지하철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생각된다. 낡고 어둡지만 자유와 예술이 있는 뉴욕의 지하철. 조금만 더 깨끗해지면 좋겠다.

D.C의 지하철은 단순하고 깔끔했다. 위 두 장의 사진은 D.C의 지하철 역사와 지하철 내부인데 내가 내리고 탔던 지하철 역사는 모두 비슷한 모양이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잘 정돈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지하철도 꽤 오랜 세월 운행을 한 것 같았는데도 깨끗해서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뉴욕의 지하철은 객차 내에서도 노래나 대화 등으로 기분 나쁘지 않은 시끄러움이 있었는데 D.C의 지하철에 타는 사람들은 조용했다. 뉴욕 사람들은 시끄럽고, D.C 사람들은 조용한게 특성인가? D.C의 지하철은 의회나 백악관, 내셔널 몰과 같이 주요 지점에도 접근하기에 좋은 위치에 역들이 있어서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을 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교외 지역까지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꽤 괜찮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한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표를 사는 방법이 여행자에게는 쉽지 않았다는 거였다. 사진에 나와있는 기계를 통해 표를 사야 하는데, 탑승하는 요일과 시간, 거리 등을 따져 산정되는 요금체계가 너무 복잡해서 가야하는 역의 요금을 일일이 확인하고 가운데 보이는 +, - 버튼을 통해 일일이 금액을 조정한 후에 결재해야 했다.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야 익숙한 일이겠지만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표 사는 것을 도와주는 안내자가 있었는데 덕분에 표를 살 수 있었다. 미국에선 그동안 투표에 자유롭게 참가하지 못했던 흑인이나 소수인종이 투표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쟁이 벌어지는데 지하철 표 사는 것도 쉽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스턴의 지하철은 예뻤다. 하버드와 MIT로 대표되는 대학도시여서 그런지 오래된 지하철도 깔끔했고, 지하철 역 밖의 알림판부터 예쁘게 디자인이 되어 있었다. 전동차도 고풍스러우면서도 예뻐서 보스턴이 가진 역사가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보스턴에서는 한 지하철 선로에 다양한 경로의 지하철이 운행되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가는 엉뚱한 지하철을 탈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금 들어오는 지하철이 어떤 색깔의, 어디로 가는 지하철인지 잘 보고 타야 원하는 목적지로 갈 수 있다. 여하간 결론은 미국 어디를 가봐도 지하철은 서울이 최고라는 것이다.

지하철 티켓에서도 지역성이 드러나거나, 디자인에 신경을 쓴 점들은 인상적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는 요즘에는 본인이 가진 신용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니까 별로 신경 쓸일이 아니겠지만 티켓 하나에도 지역의 특성을 담고 예쁜 그림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배울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자에게는 단순한 티켓이 아니고 기념품이 될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나도 아직 가지고 있다).


미국에 산다면 뭐니뭐니해도 자동차를 가장 많이 타게된다. 그러나 미국의 대도시들에도 지하철이 잘 운행되고 있고, 이런 대도시에 가게 되면 지하철을 이용해서 움직이는게 훨씬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지저분하더라도 위험하지 않으니까(그래도 어디든 우리 동네 아닌곳에 가면 조심해서 다녀야겠지만). 이방인에게 밀폐된 혼자만의 이동수단 보다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함께 움직여 볼 수 있는 대중교통을 타보는 것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새로우면서도 나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려주는 좋은 경험이다.


이렇게 지하철을 타고 다녔던 일도 몇 년전의 일이라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알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지하철은 서울이 최고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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