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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xxun Jun 26. 2018

강릉 등명해변 백패킹

 황금연휴에 떠난 미니멀 캠핑

백패킹 가방 65리터짜리 한 개와 30리터짜리 백 두 개를 트렁크에 싣고 강원도 강릉으로 출발했다. 출발시간은 오전 9시,황금연휴인 것을 감안하면 조금 늦은 시간이다. 차가 막힐까 걱정되는 마음에 아침밥도 거르고 출발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용인시를 지날 때쯤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항상 9시 이전에 경기도를 빠져나가야 교통지옥에 헤매지 않는다고 생각은 하지만 휴일 아침 놀러 가기 위해서 일찍 잠에서 깨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역시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가? 


자동차 속도계가 점점 내려갈수록 배는 점점 더 고파지고 교통지옥을 뚫고 경기도권을 벗어난 뒤에야 휴게소로 진입했다. 이번엔 캠핑 가서 먹을 음식도 미리 준비해왔기 때문에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했다. 



등명해변 주차장


2시간 30분 거리를 5시간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자마자 시원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온다. 아직까진 주차자리가 많이 남았다.심지어 몇몇 캠퍼들은 주차장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왜 주차장에 자리를 잡았을까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해변 옆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해변 바로 옆에서는 밤새도록 파도치는 소리가 들려서 잠귀가 밝은 사람은 숙면하기가 힘들다.




주차장에서 해변까지의 거리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주차장과 해변 사이에 실제 운행되는 철길이 있어서 양옆을 잘 살핀뒤에 철길을 건넜다.




시원한 강릉바다의 해변


햇살은 점점 따가워지지만 바닷바람과 어우러져서 해변 캠핑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교통지옥을 뚫고 도착 헤서인지 등명해변의 바다가 유독 시원해 보인다. 등명해변은 지난해 괘방산 백패킹 이후에 점찍어둔 장소인데 1년여 만에 찾아오게 됐다. 성수기 때는 야영료를 받는 것 같지만 비성수기 때는 주차장도 넓고 야영료도 받지 않아서 미니멀 캠핑이나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도착한 시간에도 이미 많은 캠퍼가와 있어서 어떤 자리에 텐트를 피칭해야 할지 눈치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캠핑을 할 땐 자리에 대한 눈치싸움이 필수인데 어떤 사람들이 밤늦게 술 먹고 떠들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나의 눈치싸움의 주된 목적이다. 몇 명이서 같이 왔는지  텐트 옆에 술을 얼마나 쌓아놨는지 커플인지 떼캠인지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 스캔을 한 뒤에 제일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이날도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떠는 옆 텐트 때문에 잠을 설쳐야 했다.   








캠핑의 맛


고르고 또 고른 자리에 서둘러 텐트를 피칭하고 허기진 배를 달래기로 한다. 쿨러백에 넣어두었던 제육볶음과 햇반을 버너에 올렸다. 이제야 얼어있던 제육볶음과 함께 답답했던 마음이 슬슬 녹는다. 교통지옥에 아침밥까지 제대로 못 먹었으니 배랑 등가죽이 거의 붙어 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 이제야 강릉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동해바다 특유의 거친 파도가 백사장을 쉬지 않고 때린다. 거친 파도 뒤로 펼쳐지는 지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긴다. 그렇게 한참을 해변에서 놀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등 뒤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니 얇은 바지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며든다.   





저녁은 간단하게 떡볶이와 어묵탕을 준비했다. 점심은 텐트에서 먹었으니 저녁은 바다를 보면서 먹고 싶었다. 텐트 옆에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하고 저녁을 먹는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를 대비해서 긴바지에 얇은 패딩까지 겹쳐 입었는데도 몸은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낭만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텐트 안에 넣어 두었던 침낭까지 두르고 계속해서 낭만을 느꼈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저녁식사는 점점 떨리는 몸상태에 떡볶이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고 급기야 식사를 중단하고 텐트 안 침낭으로 피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침낭 안으로 피신은 했지만 한번 빼앗긴 체온은 다시 올라올 생각을 안 했다. 더욱이 기온은 점점 더 떨어져 가는데 난감했다. 5월에 핫팩을 챙겼을 리도 만무했다.  


몸을 좀 움직이면 괜찮아 질듯 하여 화장실도 다녀오고 자동차에 히터를 틀고 몸을 녹이기로 했다. 자동차 안에서 히터를 틀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으슬으슬 떨리던 몸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기는 어느 정도 없어졌지만 급격하게 떨어진 기온 때문에 오늘 밤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다행히 주문진 근처 편의점에서 핫팩을 구해서 텐트로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작은 핫팩 몇 개를 터트렸더니 차가웠던 침낭과 텐트가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강원도의 일교차를 너무 무시했던 나의 불찰이다.  










전쟁 같았던 밤이 지나고 해가 떠오른다. 고생했던 지난밤을 보상이라도 하듯 깨끗하고 찬란한 빛줄기가 올라온다. 오랜만에 보는 오메가 일출이다. 잠깐 동안의 영화 같은 일출이 이번 캠핑의 아쉬운 점을 모두 지워 버렸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 동안에서도 냉탕과 온탕을 오갈 수밖에 없는 것이 캠핑인 것 같다.  





LNT: Leave No T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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