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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가본드 Apr 30. 2022

브런치에 한 달 글 쓰면 벌어지는 일

안녕하세요? 저는 뉴비입니다. 늅늅하고 우는 뉴비입니다. 브린이라고도 하지요. 3월 29일 브런치 글쓰기 권한을 받았고, 3월 31일 첫 글을 올렸으니 오늘로 딱 한 달이네요.


대부분 저보다는 오래되셨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계시니, 이쯤에서 그 한 달 동안 있었던 일과 제가 느꼈던 감정을 나눠 보려 합니다. 오래되지 않은 작가님들께 이 글이 약간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작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작가란 그냥 브런치에서 서로 통상적으로 쓰는 호칭일 뿐인데 난생처음 그렇게 불리니 진짜로 작가스러운 글만 써야 할 것만 같았죠. 제가 알고 있던 작가란 뭔가 대단히 특별한, 닿을 수 없는 무지개 너머의 존재였거든요. 그런데 정작 모두 저한테 '배가본드 작가님' 이러니깐 이게 뭐지 싶고,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서서히 자기 검열의 함정에 빠져 버린 거죠.




브런치에 발행 권한을 받던 때만 해도 저는 그저 '좋은 글'이 쓰고 싶었을 뿐입니다. 좋은 글이라는 것도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이때만 해도 제가 생각했던 좋은 글이란 '읽는 사람의 마음에 좋은 느낌을 줘서 나중에 또 읽어 보고 싶은 글' 정도의 의미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서로 '작가님, 작가님' 하는 중에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그 '좋은 글'의 의미가 저도 모르게 '⓵좋은 느낌을 넘어서 중량감 있는 임팩트는 기본이고 + ⓶특이한 스타일로 타인이 흉내 낼 수 없고 + ⓷이 소재가 누구도 시도하지 않던 것이고 + ⓸포털 메인으로 점프하는 브런술까지 겸비한 글' 이게 되어 있었던 거죠.


정작 누구도 저에게 그런 걸 요구한 적이 없는데, 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글'이란 것에 이런 식으로 개인적 해석을 치덕치덕 덧칠하고 있었던 겁니다. 애초에 저 자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데 글이 참으로 퍽도 그렇게 되겠습니다(?). 이렇게 되니 다른 데서는 멀쩡해 보이던 글도 브런치에 갖다 놓으니 쓰레기 같아 보이는 마법이 일어나고, 저는 한 줄을 쓰는 데도 머리를 박아야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MBC 1984.7.22.]

한 달 동안 올린 글이 15개입니다. 포털 메인으로 갔던 글은 4개로군요. 15타수 4안타, 타율 2할 6푼 7리네요. 홈런도 하나 있습니다.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습니다. 제가 한없이 모자란 사람이라는 그 하나의 사실을 인정해야 그때부터 뭔가 쉽게 써질 텐데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태도조차 잊고 있었고, 그렇게 저는 줄곧 초보 티를 풀풀 내면서 해골이 되도록 털리고 있었던 거죠.


이제는 작가라는 말이 주는 중압감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이젠 SNS도 발달하고 브런치라는 훌륭한 사이트도 생겨서 누구에게나 약간의 등업 절차만 거치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작가라는 것도 예전처럼 구름 위에 있는 사람이던 때는 아닙니다. 전기전자공학이나 전공했던 주제에 팔자에도 없는 '작가' 소리 듣는 것도 제가 뭔가 잘해서가 아니고 실은 SNS의 발달 과정에서 얻은 축복이죠. 예전 같으면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그걸 알게 되니 뭔가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작가를 꿈꾼다'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작가라는 건 꿈으로 꾸고 말고 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작가이거나 아니거나일 뿐이고, 그냥 오늘 아침에 글 썼으면 작가일 뿐입니다. 저에겐 그런 생각이 진작에 필요했습니다. 그래야 더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같습니다. 제가 다른 분들께 초보임을 고백하고 조언을 구하면 하나같이 "일단 뭐든  봐라,  봐야 는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실제로는 저는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시간이 최소 80% 이상이었습니다. 쓰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아니라, 쓰기만 해서는 절대 얻을  없는  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저는 자력으로 뭔가를 깨닫는  잘하지 못합니다. 항상 뭔가 계기가 있어야 합니다.  글에서 말하는 모든 것들도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알게  거고,  깨달음을 특히 결정적으로 도와준  @Anna작가님의  욕심(Apr 28. 2022)입니다.


브런치 권한 땄다고 쓰기에만 집중하지 않고 여전히 다른 작가님들 작품 읽기를 더 큰 즐거움으로 삼았던 그 하나에서만은 저를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지난 한 달은 그것 하나 덕분에 그래도 5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아요(빨리 그렇다고 해 주세요 안 그러면 픽 삐져서 브런치 뎅겅 탈퇴해 버리고 다시는 얼씬도 안 할 거예요). 저는 앞으로도 쓰기보다 읽기를 더 많이 하고, 선배 작가님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가르침을 주워 담을 겁니다.




이제는 욕심 없이 쓰고 싶은 욕심을 가져 봅니다. 그런데 욕심 없이 쓰고 싶은 욕심도 욕심은 욕심이니까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게 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상태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브런치 입문 전에 다른 곳에서 쉽게 술술 잘도 쓰던 그때의 마음가짐은 어땠는지, 지금과는 무엇이 어떻게 달랐는지, 과거 글들을 보면서 주말 내내 그때의 사고 궤적을 따라 상상 속에서 날아다녀 보려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작가님들은 저처럼 되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래 주셔야 작가뽕에 꼴깍 취해서 자기 검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잃어버린 브린이의 아까운 한 달도 조금은 의미 있는 것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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