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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가본드 Jun 04. 2022

도대체 MZ가 뭔가요? 마징가 제트입니까?

MZ, MZ, MZ!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그런데, MZ가 뭐지? 한동안 나는 그게 무슨 꼬마들 갖고 노는 건담 로봇인 줄 알았다.


농담 아니다. 필자 진짜로 심각하다. 정말 나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MZ세대가 어떻네 이건 주어만 바뀌었지 몇 년 간격으로 매번 되풀이되던 얘기였으니, 따져 볼 생각 자체를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MZ가 뭐지? 검색해 봤다. 이렇다.


"MZ세대란 1980~1994년 사이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10년생으로 올해 10~25세의 제트 세대를 합친 신조어입니다."


어째 이거 벌써부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발견하셨나요?) 아니 그럼 유치원생 초등학생 꼬맹이들 빼고 12살부터 시작해서 + 20대 뛰어넘고 + 30대 뛰어넘고 + 불혹의 40대 초반까지 왕창 MZ란 건데, 그냥 아몰랑 뭉개버리는 느낌은 나만 드는 걸까? 어떤 MZ에겐 88 서울 올림픽이 어릴 때 본 평생 잊지 못할 일이지만 또 어떤 MZ에겐 88 서울 올림픽은 그림책에나 나오는 옛날 얘기고 88 올림픽이나 새마을운동이나 6.25.나 그게 그거일 뿐이다. 이건 뭐 MZ 안에 부모 자식도 같이 있겠네?


그런데 이거, 숨은 트릭이 하나 더 있다. 1980년생 이후 다 MZ면, 'MZ', 'MZ 아님' 요것만 남는다. 그럼 결국 '42세 이하 / 43세 이상' 이건데, 그냥 '요즘 것들' 하면 될 것을 뭘 있어 보이겠다고 MZ냐 말이다. 도대체 왜 그래 왜. 이러니깐 나처럼 마징가 제트로 착각하는 사람까지 나오잖아. 왜, 촌빨 날리는 조선말로 하면 너무 없어 보여서? 근데 없어 보이고 말고를 떠나서 애초에 그냥 아무것도 없었잖아?


뭔지 모를 이 갑갑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진출처 - 뉴스마켓)

이번엔 검색창에 'MZ 세대'라고 쳐 본다. 뉴스 기사만 무려 천만 개에 가깝다. 천 개도, 만 개도 아닌 천만 개.


부업으로 2~3달에 한 번 정도 나가는 출강이 있다. 매번 사전에 제공받는 자료에 의하면 청중의 90% 정도는 2~30대, 약 10% 정도는 4~50대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많은 질문을 받다 보면 확실히 느낀다. 20대가 다르고 30대가, 40대가 다르며, 같은 20대라도 20대 초반과 후반이 또 많이 다르다.


몇 년째 그렇게 커다란 홀에다 MZ세대 수백 명 앉혀놓고 갖다 비비는 게 일인 나조차도 'MZ세대의 특징' 'MZ세대의 취향' 이게 다 뭔지 진심 통 모르겠다. 13~42세까지 묶어 놓은 집단의 특성이라. 당신의 경험상 그게 뭐더냐고 만약 누가 내게 물으면 그야말로 난감할 것 같다. 알몸으로 거리 행차에 나선 임금님의 옷에 대해 만인이 저마다의 언어로 품평하던 안데르센 동화의 그 '벌거숭이 임금님', 딱 그거 아닌가?


'MZ세대'라는 말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니, 어떤 학자가 2018년에 논문 쓰다가 딱히 칭할 말이 없어 MZ라고 불러서  함께 졸지에 대동단결했을 뿐이다. 보통 '세대' 하면 생물학적으로는 '번식' 개념이라서 사람의 생애주기상 통상 30년으로 보지만, 정서나 트렌드처럼 사회현상의 관점일 때는 번식적 관점보다 훨씬 짧은 주기로 보아야 타당하다.  학자가 뭔가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아닐까?


실제로 MZ에 들어가는 이들 중 태반은 자기가 MZ에 속한다는 것조차 모른다. MZ의 특징? MZ의 취향? MZ대상 굿즈 마케팅? 그런 거 전생에서도 들어 본 적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들이 몰려온다는 둥, MZ가 몰려온다는 둥 이러지 좀 말자. 무슨 인민군이냐, 베트콩이냐, 황건적이냐?


"MZ세대는 할 말 하고 살잖아?" "MZ 세대는 개인주의적이라서 회식이나 워크숍 별로 안 좋아해." 그런데 MZ대신 다른 글자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같았던 문장은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있었다. 전엔 'X세대'였던 것 같고, 다음은 'Y세대'였다가, 'P세대'였다가. 'N세대'였다가, 'D세대'였다가, 또 '알파 세대'일 때도 있었는데. 늘 그렇게 각 시대의 청년들은 같은 가치를 추구해 왔고, 디지털 기기나 SNS 같은 문명의 이기만 넣었다 뺐다 하며 변주될 뿐이다.


그리고 이젠 MZ다. 웬 외계 생물체나 사이보그 같은 말이 갑툭튀하더니 슬그머니 주어만 바뀌고 똑같은 말이 라벨의 볼레로,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처럼 무한반복이다. 이젠 알파벳이 더는 없어서 두 글자로 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인가?


나중에 3년쯤 후엔 또 뭔가 세대 지칭어가 필요할 것이다. 그땐 뭐라고 할까? 되게 MZ스럽다고 'DMZ' 할까? 아니 그건 비무장지대(DMZ)랑 같으니 좀 그렇고. 신(新, Grand) MZ라는 'GMZ'는 어떨까? 발음도 찰지고, 무슨 '그레이트 마징가 제트'같기도 하고, 뭔가 종나리 있어 보이잖아. 사회현상에 대한 담론에서는 이슈 선점이 중요한데, 이제 또 슬슬 준비해야 할 것 아닌가. GMZ! 어때, 안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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