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MZ, MZ!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그런데, MZ가 뭐지? 한동안 나는 그게 무슨 꼬마들 갖고 노는 건담 로봇인 줄 알았다.
농담 아니다. 필자 진짜로 심각하다. 정말 나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MZ세대가 어떻네 이건 주어만 바뀌었지 몇 년 간격으로 매번 되풀이되던 얘기였으니, 따져 볼 생각 자체를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MZ가 뭐지? 검색해 봤다. 이렇다.
"MZ세대란 1980~1994년 사이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10년생으로 올해 10~25세의 제트 세대를 합친 신조어입니다."
어째 이거 벌써부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발견하셨나요?) 아니 그럼 유치원생 초등학생 꼬맹이들 빼고 12살부터 시작해서 + 20대 뛰어넘고 + 30대 뛰어넘고 + 불혹의 40대 초반까지 왕창 MZ란 건데, 그냥 아몰랑 뭉개버리는 느낌은 나만 드는 걸까? 어떤 MZ에겐 88 서울 올림픽이 어릴 때 본 평생 잊지 못할 일이지만 또 어떤 MZ에겐 88 서울 올림픽은 그림책에나 나오는 옛날 얘기고 88 올림픽이나 새마을운동이나 6.25.나 그게 그거일 뿐이다. 이건 뭐 MZ 안에 부모 자식도 같이 있겠네?
그런데 이거, 숨은 트릭이 하나 더 있다. 1980년생 이후 다 MZ면, 'MZ', 'MZ 아님' 요것만 남는다. 그럼 결국 '42세 이하 / 43세 이상' 이건데, 그냥 '요즘 것들' 하면 될 것을 뭘 있어 보이겠다고 MZ냐 말이다. 도대체 왜 그래 왜. 이러니깐 나처럼 마징가 제트로 착각하는 사람까지 나오잖아. 왜, 촌빨 날리는 조선말로 하면 너무 없어 보여서? 근데 없어 보이고 말고를 떠나서 애초에 그냥 아무것도 없었잖아?
이번엔 검색창에 'MZ 세대'라고 쳐 본다. 뉴스 기사만 무려 천만 개에 가깝다. 천 개도, 만 개도 아닌 천만 개.
부업으로 2~3달에 한 번 정도 나가는 출강이 있다. 매번 사전에 제공받는 자료에 의하면 청중의 90% 정도는 2~30대, 약 10% 정도는 4~50대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많은 질문을 받다 보면 확실히 느낀다. 20대가 다르고 30대가, 40대가 다르며, 같은 20대라도 20대 초반과 후반이 또 많이 다르다.
몇 년째 그렇게 커다란 홀에다 MZ세대 수백 명 앉혀놓고 갖다 비비는 게 일인 나조차도 'MZ세대의 특징' 'MZ세대의 취향' 이게 다 뭔지 진심 통 모르겠다. 13~42세까지 묶어 놓은 집단의 특성이라. 당신의 경험상 그게 뭐더냐고 만약 누가 내게 물으면 그야말로 난감할 것 같다. 알몸으로 거리 행차에 나선 임금님의 옷에 대해 만인이 저마다의 언어로 품평하던 안데르센 동화의 그 '벌거숭이 임금님', 딱 그거 아닌가?
'MZ세대'라는 말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니, 어떤 학자가 2018년에 논문 쓰다가 딱히 칭할 말이 없어 MZ라고 불러서 다 함께 졸지에 대동단결했을 뿐이다. 보통 '세대'라 하면 생물학적으로는 '번식'의 개념이라서 사람의 생애주기상 통상 30년으로 보지만, 정서나 트렌드처럼 사회현상의 관점일 때는 번식적 관점보다 훨씬 짧은 주기로 보아야 타당하다. 그 학자가 뭔가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실제로 MZ에 들어가는 이들 중 태반은 자기가 MZ에 속한다는 것조차 모른다. MZ의 특징? MZ의 취향? MZ대상 굿즈 마케팅? 그런 거 전생에서도 들어 본 적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들이 몰려온다는 둥, MZ가 몰려온다는 둥 이러지 좀 말자. 무슨 인민군이냐, 베트콩이냐, 황건적이냐?
"MZ세대는 할 말 하고 살잖아?" "MZ 세대는 개인주의적이라서 회식이나 워크숍 별로 안 좋아해." 그런데 MZ대신 다른 글자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같았던 문장은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있었다. 전엔 'X세대'였던 것 같고, 다음은 'Y세대'였다가, 'P세대'였다가. 'N세대'였다가, 'D세대'였다가, 또 '알파 세대'일 때도 있었는데. 늘 그렇게 각 시대의 청년들은 같은 가치를 추구해 왔고, 디지털 기기나 SNS 같은 문명의 이기만 넣었다 뺐다 하며 변주될 뿐이다.
그리고 이젠 MZ다. 웬 외계 생물체나 사이보그 같은 말이 갑툭튀하더니 슬그머니 주어만 바뀌고 똑같은 말이 라벨의 볼레로,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처럼 무한반복이다. 이젠 알파벳이 더는 없어서 두 글자로 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인가?
나중에 3년쯤 후엔 또 뭔가 세대 지칭어가 필요할 것이다. 그땐 뭐라고 할까? 되게 MZ스럽다고 'DMZ' 할까? 아니 그건 비무장지대(DMZ)랑 같으니 좀 그렇고. 신(新, Grand) MZ라는 'GMZ'는 어떨까? 발음도 찰지고, 무슨 '그레이트 마징가 제트'같기도 하고, 뭔가 종나리 있어 보이잖아. 사회현상에 대한 담론에서는 이슈 선점이 중요한데, 이제 또 슬슬 준비해야 할 것 아닌가. GMZ! 어때, 안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