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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가본드 Aug 29. 2022

네가 쓰고 싶은 글보다, 남들이 좋아할 글을 쓰라?

브런치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던 그때. 처음 2달은 글쓰기 코칭 글은 올라오는 대로 읽고 또 읽었다. 그 2달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당신이 쓰고 싶은 글보다는,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할 글을 써라'였다.


작가로서의 정체성. 다수 사람들의 취향. 오랫동안 나 역시 그 둘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가르침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조금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글을 써서 진짜로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게 맞다. 그런데, 하나 잊어선 안 되는 게 있다. 이걸 많이 좋아하겠지 하고 뭔가를 써서 진짜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는 건 우리의 생각보다 실제로는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


소위 베스트셀러로 이름난 작가들도 애초에 많은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할 글을 쓰려다가 그렇게 되었다기보단, 오랫동안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 오며 언젠가는 세상에 던지고 싶었던 얘기를 풀어냈더니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입에서 입을 거치며 들불처럼 번져 나갔을 뿐이다.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해도 막상 뚜껑을 열면 결과는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반길 것 같지 않은데 빅히트를 치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할 만한 글' 이건 다분히 사후확신편향에 따른 결과론적인 말일 뿐, 실제론 그런 식으로 사전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게 되면 사방팔방에 베스트셀러 작가 넘쳐나고, 출판사란 출판사는 모조리 대박치고 떼돈 벌었게?




작가들은 보통 브런치에 들어올 때부터 세상에 전하고 싶은 얘기를 품고 있다. 아예 거기서부터 "당신이 쓰고 싶은 얘기보다 남들이 읽고 싶은 얘기를 써라." 이래 버리는 건 처음 시작하는 작가들의 글쓰기를 획일화시키고 그분들의 원석 같은 재능을 도리어 퇴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작가 활동을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대체 무엇일까.


이렇게 되면 내가 품고 있는 얘기들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보다 뭔가 대단한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남들 시선부터 상상한다. 정작 아무도 나에게 어느 이상은 써야 된다고 압박한 적이 없는데도, 파놉티콘 감옥에 나 자신을 잡아 가두고는 감시를 내재화한다. 이젠 Daum 포털 노출과 브런술에 연연하다 원래 색깔조차 잃고, 글 하나를 발행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결국 또 한 분의 아까운 작가님이 흐지부지 그만두는 눈에 익은 이 모습. 브런치에선 아주 흔한 일이지만, 그때마다 속상해 죽겠다.


[파놉티콘 감옥 / e-인터내셔널] 중앙 감시탑 안에서는 죄수들을 한눈에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감시탑 안을 볼 수 없고, 감시탑 안에 감시자가 없어도 죄수들은 스스로를 통제

남들이 좋아하든 말든 내 얘기만 하라는 게 아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기 전에 나부터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그것부터 분명하지 못하면 다른 것들은 모두 사소한 게 되어 버린다는 말이 하고 싶을 뿐이다.


나만의 콘텐츠가 또렷하게 자리잡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작가들 브런치 돌아다니며 '날 좀 봐줘요 라이킷 라이킷' 암만 이래 봤자 작가들은 대부분 외면한다. 글들의 퀄리티가 높고 잘 정돈된 매력적인 페이지를 갖고 있으면 그 작가에게 관심 갖는 사람들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늘어난다. 다른 작가와 댓글로 교류하는 커뮤니티 활동도 당장 내 콘텐츠가 부실한 상태에선 의미가 크지 않다. 고퀄리티의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여러 작가님들의 행보를 살펴본 결과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고, 나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당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느냐, 사람들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하느냐" 이게 아니라, "자신의 브런치에 뭔가 메시지를 담아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이다. 똑같은 음식을 글감으로 써도 뭔가 유의미한 것을 담고 있는 글과 '왔노라, 먹었노라, 맛있었노라'에 그치는 글은 하늘과 땅 차이다. 글 하나를 정독하는 데는 보통 3~5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메시지를 주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그게 내가 생각하는 키포인트이다.


그리고 나중에 또 오겠노라...

그리고  하나하나마다 심오한 성찰에서 나오는 묵직함까진 아니어도, 다수의 글이  방향을 바라보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커다란 메시지를 완성하고 있다면  사람의 브런치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외국 생활의 일상에서 겪는 여러 단면들을 색깔 있게 보여주거나, 자신의 진솔한 경험으로 유학 정보를 주거나, 평수를  줄여 집을 옮겨 살며 체득한 미니멀라이프의 기술  "나는 이런 글을 쓰는 작가랍니다."라고 간결하게 정의될  있다면,  사람의 브런치는 메시지가 있는 브런치다.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얘기보단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있어도, 남들이 의미 있게 가져갈  있는 뭔가를 담아내고 있다면 그건 메시지가 있는 브런치다.




훗날, 만약 나에게도 글쓰기 코칭 글을 쓸 기회가 있다면,  '당신이 쓰고 싶은 글 말고 남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써라' 이렇게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사람들을 진정 감동시키는 건 다수가 읽고 싶어할 얘기보단 오히려 그 사람 말고는 쓸 수 없는 얘기라고(제9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10개 작품들이 모두 그랬듯). 그저 자기가 쓰고 싶은 얘기도 얼마든지 좋을 수 있고, 중요한 건 메시지가 있느냐라고. 그리고 남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이 뭔지 미리 알고 진짜로 글 써서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브런치에서 썩고 있을 게 아니라 당장 땡빚을 내서라도 자비출판을 해서 떼돈을 벌어야 한다고.


일단 내가 글을 쓰면서 나중에 어떤 궤적을 그릴지 스스로도 모르는 상태로 브런치에 들어왔다면 작품 활동 시작을 잠시 미루더라도 그것부터 고민하는 게 낫고, 퍼스널 파인딩(personal finding)부터 되지 않은 채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 암만 죽어라 해 봤자 소용없다는 말도 그땐 잊지 않고 싶다.


늘 그렇듯, 이 글도 3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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