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왔다
듣던 대로 파리는
낭만적이고 몽환적이었다
세느 강가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공원에서 산책하는 노부부의 평온한 얼굴
어디선가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바게트 굽는 냄새
저마다 예술가 이름이 붙어 있는 골목, 골목, 또 골목
와 본 적 없는데도
아주 많이 와 본 느낌
잠시 이렇게 머물다 떠나면
나중에 아주 그리워질 것만 같은 느낌
파리 하면
생각나는 작가님이 계시다
그 작가님께 빨리 말씀드려야겠다
휴대폰을 꺼내 소식을 전했다
폰이 왜 이리 무겁지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겨우 한 줄을 썼다
작가님, 저 파리예요
눈을 떴다
나는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폰이 부서질 정도로 세게 쥐고 있었다
이크
황급히 휴대폰을 여기저기 검사했다
그 작가님께 뭐라고 보낸 흔적은
다행히 어디에도 없었다
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며칠 전 꿈속에서
신박한 사유가 떠올라
있는 힘껏 몸을 일으켜
사유를 메모하고 다시 잠들었다 깨니
메모노트가 연기처럼 간 곳이 없어
땅을 쳤던 일이 떠올랐다
다행이다
이번엔 다행이다
그 모든 게 꿈이어서 다행이다
작가님. 저 파리예요
오냐, 네놈은 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