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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훈 May 28. 2018

소년, 플라스틱을 먹는 인류를 구하다.

21세기 마린 보이, 보얀 슬랫

세상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이 있다. 지도에는 없지만 존재하는 섬, 이른바 ‘거대 태평양 쓰레기 지대(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도 그중 하나. GPGP는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의 바다 위를 부유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으로, 면적이 대한민국의 16배에 달한다. 문제는 이 거대한 섬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그 섬이 바다와 인류를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풀겠다는 소년이 여기 있다.



바다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 인류


몇 해 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 Kiribati의 대통령은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석탄 채굴과 광산 개발을 즉각 중단해 줄 것을 호소했다.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결국 국토가 수몰될 것이기 때문. 해수면 상승으로 소금물이 우물에 들어와 식수난에 작물이 죽어 나가는 등 저지대 섬들은 이미 죽을 맛이다.


그런데, 균형이 깨진 바다의 공격은 남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상에 이상기후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여기에 GPGP와 같은 존재는 인류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고 간다. 엄청난 양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플라스틱 micro plastics을 만들고, 결국 이 유독물질은 먹이 사슬을 타고 우리에게 다시 오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국의 미승인 농약이 수출되면, 오염된 땅과 물로 재배된 '농약에 찌든 음식'을 다시 미국인이 먹게 된다는 '독극물 순환 Circle of Poison'과도 같은 것이다.

[GPGP 인포그래픽_출처: TheOceanCleanup 공식 웹사이트]


문제가 이쯤 되니, 환경 운동의 일환으로 GPGP를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청원까지 나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판단했다. 7만 8천 년의 시간과 수백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 절망의 시점에 문제를 풀어보겠다며, 혜성과 같이 한 소년이 나타난다.



바다를 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을 생각하다


2011년 어느 날 다이빙을 즐기던 네덜란드 소년은 바다에 가득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후 이 고딩은 이 문제를 풀기로 작정한다. 이듬해, 그는 TED 강연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했고, 200만 달러가 넘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환경 크라우드 펀딩을 달성한다. 이를 기반으로 2013년 18세의 나이로 비영리단체 '오션 클린업 The Ocean Cleanup'(www.theoceancleanup.com)을 설립했다. 그리고 2014년 그는 UN 환경계획의 지구환경 대상에서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2012년. 델프트 Delft 공과대학 선정 최고 기술디자인상 수상, 2015년 TIME지 선정 최고의 발명, 2017년. 리더스 다이제스트 Readers Digest 선정 올해의 유럽인 등도 수상했다.)


이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1994년생, 보얀 슬랫 Boyan Slat. 그는 해류가 일정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에 착안, 사람이 직접 모으지 않아도 해류가 쓰레기를 모아준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해류 길목에 긴 장벽을 놓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기존 방식보다 비용은 1/33, 속도는 무려 7900배가 더 빠르며, 10년 이내에 태평양 쓰레기 절반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다.

[TheOceanCleanup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장치_출처: TheOceanCleanup 공식 웹사이트]


우리는 그동안 후원을 통해 환경을 지키는 그린피스 GREENPEACE나, 점진적인 변화 대신 포경선을 부수는 등 환경테러리스트라 불리는 국제 해양 야생동물 보호단체 씨 셰퍼드 Sea Shepherd 혹은 스포츠 브랜드와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러닝화 콜라보레이션으로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해양 환경 보호단체 팔리 Parley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양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봐왔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나, 해류를 이용해 쓰레기를 모으고, 태양에너지로 자가발전을 하며, 쓰레기를 되팔아 거둔 이익으로 다시 바다 환경을 되살리는 이 소년의 단순한 아이디어는 환경운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전 세계의 지지와 후원으로 보얀 슬랫의 아이디어는 올해 일본의 대마도에서 가동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해양 쓰레기 청소는 시도는 해봐야 할 만큼 인류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희망을 기대한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슈퍼맨 한 명으로 풀리기 어렵다. 플라스틱의 사용을 멈추지 않는 한.



오염은 '자업자득', 해결은 '결자해지'


이 와중에 다수의 국내 브랜드가 산업폐기물을 바다에 투기해 온 것이 최근 알려졌다. 그중에는 수산물 가공을 업으로 하는 기업들도 여럿 있어 충격을 주었다. 아직도 돈만 벌면 된다는 미개한 생각을 하는 자들 덕분에, 머지않아 인류는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곤충으로 만든 단백질 블록으로 먹고살아야 할 날이 올 수도 있다.


환경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 Before the Flood, 2016>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화석연료 기업의 후원받는 언론이 문제라며, 지구 온난화는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정치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사회 인식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는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갈 것이다.


2015년 9월, 각국 정상들은 UN에 모여 2030년 달성을 목표로 지구촌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17개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로 구성하여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는 ‘쉬운 일을 복잡한 장치로 해결하는, 골드버그 장치 Goldberg machine’처럼 문제를 어렵게 풀어나가려 한다.


"때로는 많은 지식이 호기심을 죽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의 틀에 갇힐 위험이 있다. 우리는 많은 분야의 사람이 프로젝트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는 보얀 슬랫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내년 여름 휴가는 조금 더 깨끗해진 바다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참고]

CNN_What is a microplastic?

National Geographic_Are You Eating Plastic for Dinner? | Short Film Show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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