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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훈 Jan 16. 2019

견생역전을 꿈꾸는 댕댕이들의 모험 - 영화<언더독>

자유와 관계에 대한 시선들을 나누고 싶다면, 꼭 봐야 할 영화

브런치 무비 패스 #3


※ 아이가 있는 가족이 함께 보셔도 좋지만, 컨텐츠의 완성도나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있어 누구와 보더라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아, 참! 사람 입장에서 보셔도 좋고, 개 dog입장에서 보셔도 좋습니다. 개 관점에서 보신다면, 좀 더 감동스럽겠네요  :-)




브런치 무비 패스 영화 시사회에 초대되었다. <언더독>( Underdog, 2018년작 )


애니메이션 | 한국 | 2019.01.16 개봉 | 102분, 전체 관람가
(감독) 오성윤, 이춘백
(주연) 디오(뭉치 목소리), 박소담(밤이 목소리), 박철민(짱아 목소리) 등
(평가) "버려진 개들이 바라본 한국적인 것들의 총합" - 씨네21 | 김소미, "익숙함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모두의 동화" - 씨네21 | 송경원


[다음 영화 소개]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시큼한 김치와 두툼한 돼지고기가 푸욱 끓여진, 김치찌게에 소주가 그리운 저녁이었다.


애들 영화?에 혼자 가는 아저씨라니...


가급적이면 시사회 전에 정보가 없이 가려한다.

타인의 선입견이 영화 관람을 방해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더독 underdog 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버려진 개, 약자를 응원하는,...

이런 개념이 이미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래도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작품 아니던가!

시사회장은 이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가득찼다.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산 속. 한마리의 개가 버려진다.

개를 떼어 놓기 위해 주인은 공을 저 멀리 던지고,

개가 공을 주으러 간 사이, 주인은 떠난다.


사랑스럽던 애완견은 한순간에 유기견이 된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 거리던 한 무리의 개들과 합류한 주인공(개)은 이제 재개발을 앞두고 폐허가 된 마을의 한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재개발로 마을이 허물어지고, 갈곳이 없어진 개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들이 항상 동경하던, 인간이 없는 자유로운 곳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산 속에 사는 다른 무리와 여정을 함께 하며, 자유와 협력, 배려, 사랑을 느끼기도 하지만, 자유를 향한 여정에 희생이 없을리 없다. 당연히 악당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그들이 꿈꿔왔던 곳에 도착한다.


[메인 예고편-영상 바로가기]



 

정말 드라이하고 간략하게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내가 그랬듯, 여러분들도 '그냥' 보시길 바라므로.

하지만 이 단순한 이야기 전개 안에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1. 입에 물고 있던 공 버리기 그리고, 야생동물 사냥과 생고기 먹기


언더독을 한마디로 하면, 자유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애완견으로써, 주인과 공놀이를 하던 개.

주인에게 버림 받았지만, 주인이 던진 공을 입에 물고 주인을 기다리는 개.

그러다, 드디어 입에 물었던 공을 버리는 개.

그리고, 드디어 깨닫는다. "이제 니 주인은 너야, 너!"라며.


공을 버리는 것은 곧, 애완견으로서의 수동적 삶에서, 능동적이며 자발적이고 독자적인  삶을 사는 것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먹이가 없자 결국 사냥을 해서 살아있는 짐승을 먹으며 야생화 되는 모습. 처음엔 누구도 달갑게 생고기를 입에 가져가지 않았으나 이내 그 맛을 알게 되는 모습.


이 모습은 길들여진 삶에서 버려짐으로써 자기 정체성 얻게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는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 많은 40대 중반의 아저씨인 나에게 큰 의미였다.

회사라는 환경에서 수동적 삶을 살아왔던 시간들,

언제든 자유로울 수 있지만 길들여짐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웠던 시간들,

생고기(자기 이름으로 버는 돈) 대신 맛없는 사료(회사에서 주는 월급)를 먹었던 시간들...

이런 시간들 속에 지난한 고민들이 떠올랐는지, 솔직히 이 때 쫌 찡했다.


워라밸이나 욜로라는 허망한 키워드 대신 더 강렬하게 '자유'를 생각할 수 있었다.


2. 다른 유기견 무리들과 함께 하기


언더독, 버려진 개 혹은 약자를 응원하는 의미다.

유기견 각자 사연이 있고, 버려진 후 사는 방식도 다르다. 언더독에 등장하는 개들처럼, 우리네 삶도 그러하다.

사회를 지배하는 일부를 제외하곤 사실 대부분 약자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언더독에서 느껴야 할 것은 금수적 흙수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약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며 가는 모습도 인정되어야 하지만,

"결국 난 사람이 좋아"라고 말하는 한 녀석을 인정해 주고 행복을 빌어주는 모습은 참 좋았다.


분절화되고 원자화되는 이 시대에, 사회적 약자들의 협력이 무엇인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3. 죽음을 무릅쓰기 길 건너기


유기견 무리들은 그들이 이상향으로 가는 여정에 최대 난관을 맞이한다.

신호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도로를 가로질러 가야하는 것이다. 예상했겠지만 "모두 안전하게 길을 건너갔어요~"식의 아름다움은 없다. 무리 중 일부는 로드킬 roadkill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자유의 댓가다.


우리는 종종 원하는 것에 대하여, 그것이 당연히 나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며, 그 댓가를 생각하지 않을 때가 있다. 감독은 아마, 그 댓가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감독의 변: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오성윤 & 이춘백 감독의 이야기 - 바로가기]




《마당을 나온 암탉》의 후광을 기대하고 갔던 터, 배는 부르나 든든한 느낌은 들지 않는 그런 느낌이 살짝 있었다. 스토리라인 자체의 문제보다는 스토리를 이어가는 아주 작은 에피소드들의 연결에서 보다 극적인dramatic 것을 바랬던 내 문제였으리라.


여튼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없었던 동화책 같은 느낌의 작화와 채색은 이질감 대신 잔잔하지만 따스함을 주었다.


좀 쌩뚱 맞지만, 마지막으로 극장과 관람객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발! 엔딩 크레딧 ending credit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자는 거다.


영화음악도 좋지만, 영화를 만든 다양한 사람들과 관련 회사들도 함께 보자는 거다.


덕분에 이 영화가 와디즈 Wadiz 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펀딩을 진행한 것도 알게 되었다.

엔딩 크레딧도 영화의 중요한 요소다! 라는 이상한 결말로 언더독 영화평을 마친다.


[크라우드 펀딩을 위한 소개 영상-바로가기]


※ 본 영화평은 브런치 무비패스 제공으로 시사회에 참여한 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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