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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렌콩 Jul 03. 2024

『오렌지와 빵칼』청예 작가 가제본 미리 읽고 서평

상큼한 반전이 잔뜩 터지고, 섬뜩함이 과즙처럼 흘러내리는 소설

오렌지와 빵칼 ��청예작가 가제본

 미리 읽어본 후기 (곡성급 반전)



최근 완독한 청예의 책들이다.

수호신을 필두로! 사탕비,

수빈이가 되고싶어, 라스트젤리샷,

그리고 7/5일에 곧 출간을 앞둔

 『오렌지와 빵칼』 까지-!


상큼한 오렌지와 섬뜩한 빵칼 사진을 담아보았다.

 심리 미스터리물인 『오렌지와 빵칼』은 중편 소설이다.

청예 작가가 직접 이 소설을 소개한 내용엔


 "기세가 있는 작품인데 사실은 작가로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썼고,

혹시 가슴이 답답하여 누구 한 명 붙잡고

 분풀이하고 싶다면 이 작품이 제격이다."


라는 인터뷰 표현대로 기세 있었고,

 거대 담론을 약간씩 건드리는

 부분들과 답답한 주인공이 끝내

 통쾌하게(다소 잔인하고 찝찝하나) 풀어낸

분풀이가 거기 있다.


오렌지색의 발랄한 표지에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한  두 단어가 툭 놓여있다.

오렌지와 빵칼

 오렌지와 빵칼이라니,

둥글둥글한 빵칼로 오렌지를 써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책 뒤편에 적힌 문장에 힌트를 얻었다.

"빵칼은 오렌지를 썰 수 없지만 쑤실 수는 있다. 푹.

 어디에나 있는 속이 문드러진 사람들의

 자유를 꿈꾸는 도발적인 이야기"


사실 빵칼도 충분히 오렌지를 썰 수는 있을 것이다.

칼을 든 자의 필연적인 행위라면

 날 없는 머리핀만으로도

어떻게든 찔러대고 잘라낼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많은 칼중에서도

꼭 빵칼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빵칼로 오렌지를 왜 쑤셔야 했을까?


『오렌지와 빵칼』 줄거리는

유치원교사로 일하는 20대 후반 여성

오영아가 주인공이며,  잘 참고 배려하고

통제적인 성격으로  그 주변 인물들과

유대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뤘다.

남자친구 수원, 동성인 친한 친구 은주,

유치원 원아 은우와 그의 엄마,

그리고 무료로 정신 상담을 도와주던

뇌시술연구센터에서 뇌시술을 받은 직후에

그동안 전무했던 마음의 변화가 나타난다.  

소설의 맨 앞장의 이 한 줄 문장은

 소설의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인상적인 한 줄은,

소설을 다 읽고 앞장을 뒤져 찾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그 문장, 자유와 추함

책을 다 읽었을 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는 어쩌면 추함을 자유롭게 추구한다.

자유라는 그럴싸한 표현으로 포장하며.

이 한 줄 과 더불어 함께 묶을 수 있는

소설 속 인상깊었던 문장들을 아래로 엮어보았다.


-자유가 우릴 추하게 만든다.

-통제해방짝꿍이라 함께 있을 때 더 빛난다.

-때로는 억압존업을 지킨다. 기압에 의해

 몸의 형태를 유지하는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처럼.

책 속 밑줄 친 문장&표현


-삶은 이런 식으로 노력을 자주 빗겨 갔다.

단일 선택지가 선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병렬적으로 쌓이면 악행으로 치닫기 쉬웠다.


-선하고자 하는 도덕적 욕망을 추구하는 일은,

 가끔 패배가 정해진

게임에 참여하는 일처럼 불합리했다.


-만약 우리 둘 중에 한 명은 인간이고,

한 명은 거머리라면 내가 바로 거머리였다.


-어떻게든 악인이 되지 않는 방식만

선택하는 건 마음 안에

용수철을 꾹 눌러두고 손을 떼지 않는 것과 같았다.


-원래 검정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색이다.

-한 명의 삶을 초월하지 못하는 다채로운 어둠들.

-나쁜것에는 갈고리가 있다.

-고상한 행복은 천박한 불행을 이길 수 없었다.

-저 무수한 개미 떼의 행복은 지극히 사적이었다.


-나와 친밀한 사람에게 참된 정의가 무엇이냐,

도덕이 무엇이냐  사력을 다해 왈가왈부하는 일보다야

밥 한술 더 물여주는 것이 나를 제법

 아량넓은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으니까.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보다

일상에 모순을 더하는 일이 쉬웠다.

-사과 씨를 심은 곳에서 오렌지 나무가 자라면

그것만큼 황당한 일이 없듯이,

기대로 쌓은 관계가 틀어질 때,

그 때는 괘씸함에 배신감까지 추가되어

되돌릴 수 없는 적이 태어난다.


-나는 너를 존중할 수 있다. 단, 네가 나를 존중할 때만.


-그토록 소중히 지켜왔던 '통제'란 내게 무엇이었나.

그것이 내 세계의 종교였다면

자유는 내 세계의 구세주였다.

-그 모든 선택지를 깡그리

말소시키고 오직 '살인자'라는

명칭만 남겨둘. 커다랗고 빨간 해방이다.

수빈이가 되고싶어의 여름의 인터뷰, 여름이가  『오렌지와 빵칼』,속 오영아라니, 그저 반갑다. 청예작가님의 세계관은 탄탄하다.

 『오렌지와 빵칼』을 읽는 내내,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표현들,

장면을 생생히 그려내는 대사들 덕분에

물 마시듯 수월하게 문장들을 읽어내릴 수 있었다.

중편이라서 가벼운 분량이기도 하고,

잘 읽히는 문장들 사이로

 개성있는 시선과 주제의식을 관철하여

허를 찌르는 표현들이 첨예하게 적혀있다.

그리고 놓칠 수 없는 서스펜스 스릴러까지.

우주의 모든 일엔 인과(因果)가 반드시 있듯이

  『오렌지와 빵칼』속 세계관도 마찬가지다.


하나 하나 공들여 심어 놓은 복선과

힌트들은 후반부로 가서는 신선한 과즙을

머금은 오렌지가 터지듯이 격렬하게 뿜어낸다.  

곡성급 반전도 이 소설의

빠질 수 없는 묘미이자 매력이다.


더 적고 싶지만 그러려면

 스포일러를 담아야해서 이만 줄인다.

출간 책 구입 후 스포일러 버전으로

다시 서평을 작성 해 보겠다.


개인적으론 부제목으로

'INFJ의 속마음'으로 지어도 좋을 듯 싶다.

끈적끈적 습도와 더위가 가득할 올 여름,

상큼한 반전이 잔뜩 터지고,

섬뜩함이 과즙처럼 흘러내리는 소설

가볍게 읽을 스릴러 소설을 찾는다면

자신만만하게 청예의  『오렌지와 빵칼』을 추천한다.



#오렌지와빵칼 #청예 #서평 #가제본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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