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 비틀린 불안이라는 나선
『스파이라』
올해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으로 선정된
97년생 신예소설가의 SF장편소설
불안, 어쩌면 법칙같은 곡선
3차원에서 필수가결인 나선
스파이라의 줄거리:
'에피네프'라는 치명적
전염병이 휩쓴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이 죽은 뒤
정신을 전산화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가상 인생 서비스가 제공되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과거 홍콩 염습소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주인공 ‘나’ 웨이쉬안은
‘반송체’를 폐기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정신 전산화에는 뇌와 척수만 필요할 뿐,
남은 신체는 반송체로 불리며 폐기하는데,
이 때 AE가 제공하는
백신을 맞으며 생활을 영위해 갈 수 있다.
그러던 어느날 웨이쉬안은 반송체 캡슐 속에서
여자친구 페이를 마주하게 되면서 의문을 품는다.
왜냐면 페이는 AE를 불신뢰하며, 해당 서비스를
‘가짜 천국’ 으로 표현하며 AE가 세상을
더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스파이라 spira 의미&뜻
spiralis, speira, spirale, espiral
형태소가 나선이라는 뜻
sphæra
[고전:스파이라]라틴어사전
1 둥근 물체, 구형체(球形體), 공.
2 지구본, 지구의(地球儀), 천구의(天球儀).
3 천문학 천구(天球).
나선 (螺旋, 문화어: 라선)
3차원 공간의 곡선과 같이, 매끄러운 곡선의 일종
*) 물체의 겉모양이 빙빙 비틀린 형태를 지닌다.
나는 앞날만 생각했기 때문에 불안했던 거야.
현재를 마주 보지 않아서.
내가 어디를 걷고 있는지 몰라서.
-
“하지만 수명이 다할 때쯤에는
AE가 주는 가짜 영생을 다시 바라게 될 거야.
현재 삶을 덜 진지하게 바라볼 테고.
그런 게 희망이라면 없는 게 나아.”
-
“아니, 원해서 온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러 왔다고 해야겠네요.”
“원해서 온 게 아니라면… 끌려온 건가요?
가족분들에게?”
“아뇨. AE에게요.”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_56쪽
인간이 죽은 후에도 정신은 전산화되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어쩌면 빤할 수 있는 소재지만,
충분히 골몰히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섬세하게 다뤄냈다.
디스토피아 상황에서 죽음이 없는 영원한 삶이
과연 유토피아일까?
그 기조에서 시작된 대립은 어떻게 전개될까?
게다가 단순히 SF적인 요소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로맨스와 추리 스릴러도 함께 다뤘다.
인간 문명의 멸망 이후의 삶, 다시금 시작되는
삶에 대한 의문과 팬데믹 설정은
디스토피아이면서도 제 2의 무엇이다.
이렇게 진보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가장
원초적인 종교계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오며
그네들은 결국 타락의 길을 걷게된다.
AE의 초기 개발자 중 한 명의
인격 데이터인 ‘신’이라는 캐릭터는
어쩌면 인간의 종교계를 꼬집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빙빙 비틀린 불안이라는 나선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오묘한 불안을 담아내고 싶어 쓴 소설”이라고
표현했다.
스파이라의 인물들이 불안한 이유는
에피네프지만 AE가 제공하는 백신을 맞으며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므로
결국은 더 편의롭게 만들어주는
기술의 발전이 불안의 원인이다.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으로 걸맞는 작품이며
플롯과 스토리 모두 배치와 간극도 깔끔하며
챗gpt가 성행하는 이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