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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olumn

드라마 미스티 대본집<1,2권> 후기

by 발렌콩


3월 중순 즈음에 종영했던, 배우 김남주와 지진희 주연의 드라마 ‘미스티’ 시청률도 높았고, 배우들의 명품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배우 김남주는 미스티의 고혜란 캐릭터로 최우수상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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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연출 모완일


출연 전혜진, 김남주, 지진희, 진기주, 고준, 구자성, 임태경, 이경영, 안내상, 김보연, 연운경, 이준혁, 이성욱, 김수진, 김형종, 이아현, 정영기, 신강우, 남경읍, 강득종


방송 2018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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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티
대본집<1,2권>


그렇게 즐겨보던 드라마 미스티, 대본집을 1,2권 구매했다. 내 추천으로 뒤늦게 미스티를 정주행하던 U가 푹 빠져 대본집을 구매했고, 나도 따라 전권을 구매했다. 대본집을 구매한 드라마는 이번이 2번째다. 이북리더기가 있어 책 구입시 대부분 이북을 구매한다. 이번 미스티 대본에도 이북 버전이 있었다. 그러나 대본만큼은 활자로 인쇄된 종이책을 구매한다. 배우들이 대본을 받고 그 긴 대사와 지문을 탐독하며 이해하듯, 한장 한장 실체적으로 넘길 수 있는 두터운 책이 더 재밌다고 해야할까나.

아무튼 몰입하며 애정하던 드라마였으니, 장면 하나하나 기억이 또렷하다. 대사와 지문으로 이뤄진 대본집은 또 다른 신선한 장르였다. 드라마 만큼이나 푹 빠져서, 집중하여 읽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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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색상은 짙은 자줏빛-
2권의 색상은 짙은 남색빛-



점점 더 짙어지는 색상, 보색처럼 또렷한 표지 톤이 드라마에서 풍겼던 분위기와 플롯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드라마 메인 포스터에 등장하는 메인 주인공들의 제각기 다른 시선들, 대본집엔 오롯이 메인 주연인 고혜란과 강태욱이다. 즉,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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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대본집은 각 총 1,2권이다.


16부작으로 이뤄진 드라마의 구성에 맞게 적당한 분량이다. 일전에 김수현 작가의 대본을 구입했었는데, 그것보다도 더 훨씬 읽기 편하고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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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어떤 관계일까,
사랑이란 또 어떤 걸까.
이 쉽고도 어려운 화두가
<미스티>의 시작이었습니다.



글 Line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했던 숱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사랑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 있는 질투, 자존심, 이기심, 희생, 자기애와 같은 수많은 감정의 편인들이 오롯이 드러나는 진짜 어른들의, 진짜 사랑을 이야기하는 <미스티>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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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 사랑 아니야. 그래도 괜찮아?”
“내가 사랑해. 너도 그렇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어.”




올라가고 싶은 데가 어디까지인지, 아직 올라가보지 못해 모르겠다고 말하는 여자, 혜란.
그런 그녀에게 ‘내가 너의 명함이 되어 주겠다.’며 손 내민 남자, 태욱.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늘 엇갈렸다.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에서 옛 연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쓴 채 나락으로 떨어진 혜란을 둘러싼 사람들의 비밀. 갖고 싶고, 빼앗고 싶고, 지키고 싶은 욕망의 민낯. 안개 속에 부유하는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그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무엇인지, 지금 그 사랑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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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친절한 대본집이다.
대본의 첫장 부분에 이렇게 대본에 대한 기본 용어가 정리되어 있다.


시나리오 용어 정리


S : 스크린, 장면이라는 의미로 동일 시간 동일 장소에서 이뤄지는 행동. 대사가 하나의 씬으로 구성된다.
Insert : 인서트. 화면 삽입. 무언가에 집중시키거나, 자세히 설명하기 위한 장면을 삽입하는 것으로 특정 부분을 확대하는 클로즈업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E : 이펙트, 효과음. 주로 화면 밖에서의 소리를 장면에 넣을 때 사용한다.
F : 필터, 전화 수화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소리
OL : 오버랩, 현재 화면이 흐릿하게 사라지면서 다음 화면이 서서히 등장해 겹치게 하는 기법, 소리나 장면이 맞물린다.
플래시백 : 과거에 나왔던 씬을 불러오는 것. 주로 회상하는 장면이나 인과를 설명하기 위해 넣는다.
플래시컷 : 화면과 화면 사이에 인서트로 삽입한 빠르게 움직이는 화면, 화면의 속도를 증대시키거나 시각적인 충격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사용된다.
프레임인 : 피사체가 카메라 화각 안으로 들어오는 것.
프레임 아웃 : 피사체가 카메라 화각 바깥으로 벗어나는 것.
페이드아웃 :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지는 기법
페이드인 : 어두웠던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는 기법
몽타주 :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의 컷들을 이어붙인 장면.
Cut back : 각기 다른 화면을 번갈아 대조시키는 기법으로, 주로 같은 시각 두 장소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각기 다른 시점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다.
Dis : 디졸브, 하나의 화면이 다음 화면과 겹치면서 장면이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드라마 미스티 대본집<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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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결정적인 메인 사건-

케빈리의 죽음



모두들 당연하겠지만, 나는 이 장면이 제일 긴장감 넘치고 조마조마했다. 이렇게 활자로 인쇄된 대본을 읽는데, 고혜란의 단호하고 또렷한 딕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다. 미스티가 종영한 지 벌써 몇달이 지났는데도, 캐릭터 고혜란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고작 대본을 읽는데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또렷하게 재생된다. 물론 그 음성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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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식 : 이번 주중으로 뉴스나인 정리 해 주시고, 공식 발표 시점가지 주변 정리 해 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만.
혜란 :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최형식 : (본다.)
혜란 : 분명히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건에 연루돼 있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대변인으로 내정하신 이유를 듣고 싶네요.
최형식 : 논란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혜란 앵커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십보단 당신의 말을 더 믿고 있다는 뜻으로 위에서는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나마 당신만한 인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혜란 : (본다.)
최형식 : 솔직히 저는 고혜란 앵커에 대해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결정을 내린 분도 역시 마찬가질 겁니다. 당신의 결백, 당신의 가치 역시 그걸로 증명 해 보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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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주의 집에서 발견한 고혜란의 자동차 블랙박스 속, 케빈리와 키스를 나누고 있는 아내의 영상을 확인한 강태욱의 연기 부분이다.

블랙박스 칩을 복구 시킬 수 없도록 3번 4번 끊임 없이 삭제하고 또 삭제하는 강태욱,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하나뿐인 아내가 자신은 그저 사랑이 아닌 “필요하다.”라는 잔인한 말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다. 연기로 내비쳤던 장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물론, 강태욱은 위 대본 지문이 나오는 시점 전부터 이미 케빈리를 살해했다. (물론, 완전히 고의가 아닌 실수였지만....) 때문에 이 블랙박스는 살인자로 몰린 아내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서인 셈인데, 당연히 지워야 할 수 밖에.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가 살인자로 몰렸지만, 모순적이게도 공교롭게도 그 진짜 살인범은 자신이었으므로.

엇갈린 부부의 사랑이, 일련의 과정 속에서 서서히 또렷해진다. 그리고 비로소 제 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 마지막 제자리는 공교롭게도, 온전한 제자리가 아닌 파멸과 추악하게 번진 사건이란 조각난 뱃조각 위일 뿐이다. 그리하여 사랑의 이면은 명확하게 “증오”다. 달콤해야하는 사랑에 왜 이런 정반대의 단어가 붙여져야 하는가. 의구심이 들겠지만,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투하고, 욕망하는 그 감정들이 혼란스럽게 소용돌이쳐 결국 “애증”으로 탈바꿈 되는 듯 싶다.


대본은 훌륭했지만,
결말은 결코 훌륭하지 않았다.

그게 조금...
진심으로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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