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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렌콩 Sep 12. 2018

2017 김애란 작가와의 만남 : 바깥은 여름





김애란 작가와의 만남 
: 바깥은 여름X문학동네 후기



열일하던 도중 도착한 문자 한 통, 


언제 신청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즈음 '김애란 작가와의 만남'에 초대 당첨문자가 도착했다. U와 함께 가기로 하고 말도 않고 신청 해 놓았던 건데 다행히 둘 다 급한 약속도 없었고 불금 퇴근후에 무사히 참석할 수 있었다.

등단 15년차 노련한 소설 작가, 김애란이 5년만에 엮어낸 단편집 <바깥은 여름>이 출시된지 한달 반 정도가 흘렀다. 



김애란의 모든 소설을 읽었고 절실한 팬이기에 꼭 만나고 싶었다. 그동안 책으로만 접했던 김애란의 실물과 진짜 목소리를 진짜로 생생히 들어보고 싶었기에, 이번엔 시간을 쪼개서라도 가야만 했다.


불금이지만 일도 너무 많은데 강남에서 홍대입구까지 열심히 갔더랬다. 때문에 5분여 정도 늦은 시간에 김애란 작가님의 등장 타이밍에 맞물려 겨우겨우 착석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등장한 우리 둘을 향해 뒤돌아보는 김애란 작가의 동그란 눈망울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고 매우 인상적이었다. 책이나 칼럼의 프로필 사진으로만 접했던 검은 숏컷머리와 머리카락색과 동일한 깊고 동그란 눈동자까지. 이번 작은 지각은 그래서 더 의의 있었다.) 







김애란 작가를 만나러 이곳에 착석한 이들은 김애란 작가의 단정한 성품을 그대로 닮은듯이 모두 유순하고,온순하고 또 차분했다.


사회를 맡은 시인님 
(지각을 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받은 리플랫 개념의, 초대만남에 대한 질문과 내용이 담긴 종이를 받지 못하여 시인님의 이름을 알 수 없었다.) 의 질문에도 자주 웃어주고, 분위기 자체가 매우 좋았다.








그간 책으로 엮어진 단정한 활자에서 느꼈던 김애란 작가에 대한 나의 인상은


 소설을 가장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
❛ 가장 쓸쓸한 폭풍전야의 이야기를 가장 담담하게, 아주 그럴듯하게 담아내는 사람,
❛ 어렵게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와 단상을 가장 편하고 쉽게 풀어내는 재주가 탁월한 사람,
❛ 그래서 책 안읽는 사람들조차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런 작가라고 생각했고 실제 만남에서도 그 생각들은 아주 일맥상통했다.







시인이 노련하게 이끌어가는 만남의 질문들은 번호로 이뤄졌고, 시인과  독자들이 직접 그 번호를 뽑는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5년만에 출시된 단편집 <바깥은 여름>의 작품에 대한 질문들이 줄을 이었다.

작가의 소설 세계에 대한 포괄적인 질문으로는 5년전의 단편집 <비행운>의 상대적인 비교였다. 김애란 작가님이 직접 밝힌 바로는

❛ 비행운 → 예감의 세계
❛ 바깥은 여름 → 실감의 세계


로 분류하여 설명했다. 때문에 비행운은 더 절실하게 어두운 느낌이라면 그 반면, 바깥의 여름은 상대적인 비교의 결과로는 덜 어둡다는 평이었다. 더불어 공교롭게도 두 소설책의 표지는 모두 파란색 계열이다. (한편,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의 표지도 옅은 민트색, 그러니까 엄연히 파란색 톤이다.김애란 작가님은 파란색을 좋아하나보다.)그러나 색상의 톤은 아주 다르다.












쨍한 느낌의 <비행운>에 비해<바깥은 여름> 표지색이 더 차분하고, 더 정적인 느낌이다. 하얀 슬립형 원피스를 입은 단발의 여자의 반만 드러난 몸, 그리고 두 개의 문은 상징적인 느낌.


이번 초대 모임의 6번 질문은 실제로 독자를 우연히 만난 경험이 있는지였다. 영화 개봉까지 했던 <두근두근 내 인생>을 출간한 시점, 지하철 맞은편 자리에 앉은 중년의 여성이 <두근 두근> 책을 읽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는 사례였다.








바깥은 여름              

저자 김애란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7.06.28.






초대 만남이 끝나고, 이렇게 김애란 작가님의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사인회가 열렸다. 김애란 작가님은 먼저 질문도 던져주시고, 웃어도 주시고, 그날 내가 입고 온 청색 원피스에 대해서 살짝 언급도 해주셨다. (이 날,  뜻밖의 일로 아주 컨디션 난조라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던게 무척 아쉽지만, 책의 표지를 감안하고 파란색을 골랐더라고 뒤늦게 답변하고 싶다.)







아주 가까이 만난 김애란 작가님의 인상은 더 차분하고, 유려하고, 우아한 느낌의 '천상 작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여성 작가 특유의 나긋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짧은 숏컷 머릿결 사이에서 언뜻 보이는 기다란 드롭형 귀걸이까지도, 조근조근하고 차분한 말투도.








나를 뒤이어, U도 함께 사인을 받았다. U를 본 작가님은 우리 둘이 친구냐고, 풍기는 분위기와 느낌이 비슷하다고 얘기 해 주었다.







그리고, 차분한 필체의 사인.



김애란 작가의 인터뷰 발췌

Q. 한여름에 책이 나왔어요. 5년 만에 펴낸 소설집입니다. 
A. 2012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발표한 7개 작품을 묶었어요. 작품을 쓴 시기로 따지면 3년치 정도예요. 2년 정도는 장편을 준비했는데 중간에 쓰다가 탐탁지 않아서 엎었어요. 재난 이야기였는데 잘 안 풀리더라고요.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하고 단편을 쭉 썼어요. 
 

Q. 단편은 쓸 때는 모르는데, 막상 묶어보면 그간의 변화가 보이잖아요. 어땠나요? 
A. 구조적인 면에 대해 고민을 한 게 보였어요. 예전 작품에서는 첫 문장이나 첫 문단이 감각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를테면 사물이나 감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상황에서 시작해요. 「입동」에서는 “아내가 도배를 하자 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는 “스코틀랜드에 사는 사촌 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는 문장으로 작품이 시작돼요. 예전에는 예열 과정을 필요로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뭘 던져놓고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2002년, 22세에 등단해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어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A. 운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어요. 분수에 맞지 않을 만큼 좋았다고 생각해요. 특히 글은 혼자 쓰는 거라 불안할 때도 많고, 또 이 불안이 오래 지속되면 안으로 삭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마음이 틀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떤 바깥에서의 기척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어요. 신인 때 어떤 한 창작자가 살아남으려면 5년이든 10년이든 버텨보는 시기가 중요한데요. 반응이 조금 안 좋더라도 한 번 더 해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데, 저는 운이 좋았어요. 그렇게 생각해요.

Q. 지금 쓰고 있는 장편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고요. 
 
A. 공부가 깊지는 않지만, 평소 건축이나 건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혼이나 넋에 대한 공간을 써보면 어떨까, 만지작만지작하고 있는데요. 편의점이나 공항 등 공간 자체를 주인공으로 설정해보려고 해요. 그런데 이것도 또 어떻게 될지 몰라요(웃음). 우선 지금 쓰고 있는 단편을 마무리해야 해요.


http://ch.yes24.com/Article/View/33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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