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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렌콩 Dec 31. 2018

칸영화 레토 후기 : 소련의 여름이 흑백일지라도…

브런치 시사회에서 진행된 영화 '레토'를 관람했습니다.


영화 '레토'는 러시아의 전설적인 한국계 뮤지션인 빅토르 최의 젊음을 담은 뮤직 드라마입니다. 한국인 배우 유태오가 빅토르 최 역을 맡아 열연했습니다. 영화 '레토'는 제71회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초청작이자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상영작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한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국내 배우 유태오가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빅토르 최’를 맡았습니다. 노래와 대사 모두 난해한 러시아어로 이뤄졌는데 이걸 모두 다 외워서 연기했다니 배우 유태오가 대단히 존경스러웠습니다.


영화 레토를, 이동진 평론가가 "연출이 굉장히 뛰어난 영화"라는 평으로 극찬했지요.



영화 레토 메인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WkJZOCFSyMo&feature=youtu.be


개봉 -3일을 앞둔 영화 레토 공개된 예고편은 빈티지한 흑백 필름과 색감으로 감각적으로 편집되었습니다.



칸영화 레토 후기

한국계 러시아인 빅토르최의 뮤직 드라마



4호선 이수역(총신대입구역)에 위치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아트나인으로 향했습니다. 아트나인은 타 영화관과 달리 정시입장으로 진행하며, 영화 상영 10분후부터는 입장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물이나 음료를 제외하고는 음식물 반입도 금지입니다.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가기 전까지 불이 켜지지 않지요.


아트나인은 처음 관람했기에 영화관 자체의 룰이 굉장히 생소했지만 그만큼 영화에 더욱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레토

Leto, Summer, 2018



       

 레토감독키릴 세레브렌니코프출연유태오, 로만 빌릭, 이리나 스타르셴바움개봉2019. 01. 03.


영화 레토의 '레토'는 러시아어로 여름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빅토르최가 생존하고 공존했던 그 당시 소련은,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으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기 직전의 가장 어두웠던 시대였습니다. 그 상징을 대변하듯 영화 전반적인 필름은 단조로운 흑백이었습니다.


강렬한 록 음악이 탄생할 수 없는 시대에, 억압받는 소련의 흑백 시대에서 시작된 록음악을 보여주지요. 소련의 여름이 흑백일지라도…빅토르최는 자신의 음악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단조로운 흑백 필름으로 하여금 마치, 영화 동주를 관람하는 느낌 같았지요.


달랐던 점은 중간중간 그래픽과 픽토그램으로 범벅된 색다른 연출과 몇몇 장면에서 흑백의 장면과 겹쳐서 보여주던 색감있는 장면들이 꽤나 독특했습니다. 생동감, 에너지 넘치는 음악과 함께 등장인물들과 그 주변의 인물들이 대사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마치 뮤지컬 같았지요. 흑백영화 특유의 단조로움을 중화시킬 수 있는 신기한 연출이었습니다.




전설적인 밴드 KINO의 리더이자 러시아 음악사에 큰 영향을 준 아이콘 ‘빅토르 최’는 레닌그라드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러시아인입니다. 그는 밴드 결성 후 발표한 ‘혈액형’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당대 최고의 러시아 록가수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리 유명하지는 않지요. 때문에 빅토르최와 밴드 키노에 대해서 알지 못 한채로 레토를 관람한다면 꽤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듯이요.


빅토르최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저토록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니. 예술가들은 왜 이렇게 일찍 사라지는 걸까요. 항상 품었던 의문을 다시 한번 상기해봤습니다.





빅토르최는 구소련 젊은이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노래에서 말한 삶 그 자체를 살았다고 하는데요, 자신만의 음악을 고집했던 뮤지션 ‘빅토르 최’가 최고의 록스타 ‘마이크’, 그리고 그의 연인 ‘나타샤’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예고편만 봤을때는 보헤미안 랩소디와 흡사한 인물 일대기의 음악 영화인가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재가 비슷하긴 하지만 영화 전반의 분위기나 촬영기법, 편집이 완전하게 다릅니다.


색다른 영상 편집과 연출은 독특했습니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요. 영화 속 인물이 이야기 밖에서 등장하는 설정 등이 삽입되어 충분히 재미요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빅토르최가 마이크를 만나는 장면, 소련의 젊은 남녀들이 다채롭게 뒤엉키는 모습들은 뜨거운 청춘 그 자체였습니다. 발가벗고 해변을 뛰놀던 그네들, 청춘의 낭만을 자극하는 찬란한 장면들이 꽤 보기 좋았습니다.



"음악이 있어 빛나고,

사랑이 있어 아름답고, 젊음이 있어 찬란한

그들의 끝나지 않을 여름이 시작된다"



마이크의 연인인 아름다운 '나타샤'는 빅토르최와 마이크의 뮤즈였지요. 아이가 있음에도, 자신의 남편 마이크에게 빅토르최와의 키스를 허락받는 장면은... 이해가 안 되면서도 애틋함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희망도 미래도 없는 억압적인 소련의 사회적인 시대에서도 창작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자유와 열정을 갈구한 뮤지션들의 방황과 성장을 다채롭게 그리고 있습니다.



비록 콘서트에서의 행동 하나마저 제지당하고 가사 하나도 마음대로 쓸 수도 없고, 미국의 노래를 부르다 연행되는 모습들은, 흑백뿐인 소련의 시대상에서도 한줄기 빛날 수 있는 청춘의 모습과 싱그러운 여름, 즉 레토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사실 소련의 흑백같은 여름은 이미 우리가 지나온 과거와 맞물리기도 합니다.




배우 이수혁을 쏙 빼닮은 유태오 배우의 빅토르최의 쓸쓸한 연기더 무척 좋았습니다. 그의 인터뷰를 발췌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정체성의 혼란, 나의 뿌리에 대한 질문, 삶에 대한 우울과 외로움 등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레토’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빅토르 최의 멜랑콜리함이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그게 운 좋게 이어진 것 같아요.”


15년간 무명배우로 활동했던 유태오는 독일 쾰른에 정착한 광부와 간호사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로, 뉴욕과 런던에서 연기를 공부한 뒤 배우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빅토르 최에게서 자신이 느꼈던 우울함과 공허함을 봤다고 합니다. 그랬기에 영화 속 레토의 쓸쓸했던 빅토르 최를 잘 연기할 수 있었던 거겠지요.



영화 레토는 무척 상징적인 영화입니다. 흑백화면속 중간중간 멜랑콜리하게 펼쳐지는 색감과 기묘한 연출법은 억압받는 흑백의 사회속에서도 빛날 수 있는 여름의 청춘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의 자유라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영화 레토, 암을했던 구소련 사회와 여름날 같은 청춘을 대비시키는 음악와 새로운 연출들,



여름 같은 청춘을 담아낸 음악을 듣는 즐거움도 한 몫 합니다. 곧 다가올 19년도 연초의 감성영화로 추천합니다.




* 위 글은 브런치 시사회 매거진 발행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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