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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렌콩 Jan 23. 2019

영화 증인, 서번트 증후군 그리고 "좋은 사람"의 자문

도의적 윤리의 선택과 진실, 이 따뜻함이 계획된 완성일지라도...

영화 '증인' 브런치 시사회에 다녀왔다. 배우 정우성과 김향기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 증인, 대체적으로 완성도 높아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내용이었다.


'살인사건'과 '법정', '재판', '증인'과 같은 무시무시한 키워드를 중점으로 서사를 진행하지만 객관적이고 무거운 소재에 비해 영화는 전반적으로 평온하고 안락한 분위기였다. 그건 아마도 자폐 소녀 지우의 날것처럼 순수한 행동들과 대화, 그리고 그 소녀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정우성 캐릭터의 ‘착할 선(善)' 덕분이었다.

       

증인 감독 이한출 연정 우성, 김향기 개봉 2019. 02. 13.

영화 증인은 변호사와 증인 역할로 살인사건의 진실, 법정 재판을 다루는 내용이다. 잔잔한 시골 분위기의 차분한 포스터를 모토로 영화는 전반적으로 착한 판타지를 다룬다.



착한 영화 증인은, 변호사인 정우성과 자폐 소녀인 김향기, 두 사람이 서로 소통하면서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배우 김향기와 정우성의 선한 이미지와 감성적인 메인 포스터로 예측컨대, 같은 편 변호사와 증인으로 꾸려나갈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서로 방향과 목적이 다른 경쟁, 즉 상대편이었다. 예상을 빗나간 설정에 더욱 흥미롭게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 증인, 서번트 증후군

"좋은 사람"에 대한 자문


영화 증인 예고편&무비토크


https://www.vlive.tv/video/109362





영화 증인 줄거리


“목격자가 있어. 자폐아야”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걸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되자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우’.

‘순호’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지우’를 찾아가지만,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우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순호’,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지우’에 대해 이해하게 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해야 하는데…


마음을 여는 순간,

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김향기의 자폐 연기는 꽤 인상적이었다.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은 투박한 목소리와 날것의 정직하고 단조로운 표현들, 단정한 역할이 아니라서 많이 연구하고 연습해야 했을 텐데, 만족스러운 연기였다.



특히 자폐의 특성인 산만한 행동과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는 모션부터 여배우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감 없는 그 표정까지도.

영화 증인에서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면 바로 변호사 역할을 맡은 정우성의 외모다.



변호사로서 절대 일반적으로 보기 드문 잘생긴 외모와 피지컬, 심지어 극 중 변호사 순호는 그 매력적인 외모와 변호사의 직업으로도 '40대까지 솔로'라는 설정으로 나오는데 이는 매우 터무니없을 정도로 말이 안 돼서 조소가 나올 지경이었다.












영화 속 복선과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설정과 장치도 극의 완성도에 한 몫했다. 자폐 소녀 지우와 함께 하교하고 챙겨주는 척 하지만 뒤에선 지우를 괴롭히던 친구, 그리고 변호사보다 높은 계급과 무게감 넘치던 여느 일반적인 검사와 달리 순박하고 따뜻한 검사,




착한 영화의 소재, 고질적인 특성상 어쩌면 가장 일반적이고 빤하게 흘러갈 수 있는 상투적인 캐릭터와 달리 모두 양면성이 느껴지고, 서사 속 장치를 잘 연계하여 개연성을 잘 살렸다. 한편으론 이는, 영화에서 핵심으로 다루는 '우리 모두는 제각기 다른 사람'이라는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자폐 소녀 지우가 법정에서 증인의 역할을 명확하게 해낼 때 자폐적 특성 중에 하나인 서번트 증후군이 등장한다.



서번트 증후군 [Savant syndrome]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암산, 기억, 음악, 퍼즐 맞추기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모티프로 활용되는 서번트 증후군, 이미 수많은 캐릭터들이 (드라마 굿닥터 주원, 비밀과 거짓말 한우철 등) 자폐성 장애 천재 피아니스트 정민성 아이리스, 스티븐 월트셔 등등


연구에 따르면, 서번트 증후군인 이들의 약 50%는 자폐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수많은 사례 중, 유독 기억과 그림에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다. 하단 두 명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번트 증후군

 [Savant syndrome] 사례


자폐증 소녀 아이리스와 반려묘 툴라
자폐증 소녀 아이리스의 그림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미술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6세 소녀 아이리스 그레이스 햄쇼.



아이리스는 3세 때부터 '천재 화가'로 주목받았다. 두 살이던 2011년 자폐 판정을 받고 시작한 미술 치료에서 아이리스는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이후 아이리스의 작품은 우리 돈으로 수백만 원씩 전 세계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스타 부부인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도 아이리스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




출처 : https://news.v.daum.net/v/20160317101504551











헬리콥터를 타고 로마, 도쿄, 홍콩 등의 대도시를 한 번 훑어본 후 기억력만으로 도심의 풍경을 100% 재현할 수 있는 ‘인간 사진기’ 자폐증 화가 스티븐 월트셔.


3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은 윌트셔는 20분간 뉴욕의 전경을 암기한 뒤 기억으로 3일 만에 18피트 화폭에 담는 경이로운 능력을 발휘해 내는 화가이다.


출처 : http://design.gabia.com/wordpress/?p=24181







영화 증인 속 가장 얼개는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가정부 미란(염혜란)이 진짜 범인지에 대한 여부였다.


팔순 노부를 수십 년간 지켜오며 가정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던 미란은 주변 사람들이 입을 모아 평가하는 '착한 사람'이지만, 사건을 목격했던 유일한 지우만이 그녀를 노부를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한다.


간단한 스토리이지만 지우는 자폐 소녀라는 특성으로 미란을 변호하는 순호와 함께 소통하며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된다.


영화 증언의 자폐 소녀 지우의 재능은 바로 예민한 청각, 그리고 녹화본처럼 생생하게 떠오를 수 있는 "명확한 기억력"이었다.


팔순의 노인을 살해한 가정부의 말투와 문장 음절 하나까지 흉내 내며 따라 함으로써, 그 사건을 눈 앞에서 지켜봤던 증인의 역할을 톡톡히 이뤄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증인 속 대사는

자폐 소녀 지우가 순호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는 대사였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순수하고 객관적인 캐릭터가 던지는 이 순진무구하지만 어쩌면 냉철한, 이 질문은 비단 순호에게만 향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모든 관객들에게, 그리고 이 장면을 바라보는 관객들이 마음속으로 스스로 자문하는 대사였다.


"나는 상대방을 대할 때 아무런 편견 없이 대했을까", 과연 나는 "좋은 사람"일까에 대해 자신 스스로 던지고 대답하는 자문.


살인 용의자의 변호사와 목격자의 만남은 굳이 자폐라는 요소가 없음에도 누가 봐도 유쾌한 사이는 아니다. (도리어 서로에게 총알을 겨누는 경쟁 사이가 될 게 빤하기에.) 여기에 자폐 소녀라는 특징점을 부여해 꽤 잔잔하게 풀어냈다.


때문에 전체 관람가 코드로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손색이 없었다.


특히 캐릭터들의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바뀌는 마음, 영화 속 사건과 서사 속에서 진중하게 성장하는 양면성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훈훈함을 느끼게 했다.


오랫동안 신념을 지켜왔지만 이제는 현실과 타협하고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변호사 순호가 지우를 만나면서 과거 그토록 지켜왔던 신념을 다시 치켜세우게 되는 도의적 윤리의 선택도 옳았다.


영화 속 중간중간 포함된 깨알 같은 웃음 코드도 나쁘지 않았다. 초반, 변호사 순호가 지우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폐 증상에 대한 유튜브로 "자폐아가 바라보는 세상을 영상으로 표현한 콘텐츠와 지우가 증인으로 법정으로 향하는 도중에 느끼는 그 장면 묘사까지도 영화 속 장치와 서사는 아주 순조롭고 노멀 하게 이어진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었고, 나름대로 완성도를 높였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잔잔함 그 이상이 될 수는 없었다. 나쁘게 표현하면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법정영화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재판 장면부터 캐릭터들의 개연성도 명확했다. 그게 이 착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줄기였다.


진실을 따라가야 된다는 도의적인 윤리와 깨우침, 그리고 신념, 제각기 살아가는 우리의 다른 모습들, 이 따뜻함은 계획된 완성일지라도 옳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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