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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렌콩 Jan 30. 2019

목구멍에 가로로 걸린 알약


  며칠 전, 평소 때 처럼 알약을 삼키다가 너무 급하게 삼킨 나머지 알약 1알이 목구멍에 걸려버렸다. 난생 처음 겪는 기묘한 느낌이었다. 기다란 원통형의 알약을 세로로 삼켜야 하는데, 몇몇알의 알약들과 함께 삼켜진 알약 중 하나가 목구멍에 가로로 걸려버리고 만 것이다. 

  목구멍에 가로로 걸린 알약, 부드럽고 유연한 잇몸 조직에 꽉 눌러 붙은 알약은 정확히 가로로 막혀 있었다. 엄청나게 통증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토악질이 나올 것 처럼 더러운 느낌의 이물감이었다. 찬물을 아무리 마셔도 알약이 내려가지 않았다.  혹여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은 한결 낫지 않을까 싶어서 연거푸 들이켜도 나아지질 않았다. 결국 화장실에 가서 목구멍에 손가락을 집어 넣고 토악질 시늉까지 했다. 정말 절망적이게 그럼에도 알약은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퍽퍽한 재질의 빵이라도 삼켜야 하나? 이대로 이비인후과에 달려가야 하는가? 달려가면, 가서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벌써 부터 눈앞이 캄캄했다. 이대로 죽으면 너무 어이없게 죽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곤혹스러운 느낌이었고, 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알약을 삼키기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더 무서웠던 건, 구강 조직에 가로로 걸린 알약이 유연한 잇몸에 제 자리처럼 꼬옥 맞아, 영원히 녹아지지도, 그대로 박혀져 있을 것 같은 묘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울상이 된 표정 그대로 몇번의 토악질 시늉과 삼킨 물로 인해 겨우 알약이 목구멍으로 사라졌을 때의 그 기분은... 실로 엄청난 안도감이었다. 

  그 뒤로 나는 알약을 절대로 한꺼번에 삼키지 않는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알약은 하나씩 삼켰다. 한 동안은 알약을 삼킬 때, 묘한 공포감에 쉽게 내려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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