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성년 을 봤습니다.
미성년-
영화의 부제목은 Another child 또 하나의 어린아이
제목만 놓고 볼 때 무슨 내용인지 가늠하기 힘든 영화였습니다.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영화의 제목만 들었을 때는 막연히 19금 야한 영화 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굉장히 1차원 적인 생각)
<미성년>은 부모의 불륜으로 인해 두 미성년 딸들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그리고 불륜을 저지른 어른들의 현실을 다루기도 합니다. #불륜 이 결코 미화될 수 없는 행동임에도 각 캐릭터에 처한 상황으로 하여금 동정심과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며 지극히도 현실적입니다. 제목에다 "철 있는 동화"라고 적기 전에 가장 먼저 적은 건 "철 없는"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불륜을 저지르는 부모를 둔 어린 소녀들은 지나치게, 철이 들었기도 합니다.
미성년 자녀를 둔 철 없는 어른들이 자녀들의 '이른 철'을 다시금 깊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어른들의 철있는 동화'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은 영화 미성년의 한줄 평을 이렇게 남겼습니다.
미성년 : 뛰어난 배우의 감독 데뷔작에 기대하는 장점들이 고스란히. / 평점 : ★★★☆
엄청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단단하고도 매끄럽게 해내는 영화
직접 출연까지 한 김윤석 감독이자 배우의 역할은 충분합니다. 극의 중심을 아주 잘 잡아줍니다.
미성년감독김윤석출연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 김윤석개봉2019. 04. 11.
미성년
(Another Child, 2018)
영화 "미성년" 메인 예고편
영화 미성년 줄거리
"알아?"
"어떻게 모르냐. 배가 불러오는데..."
같은 학교 2학년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가 학교 옥상에서 만났다. 최근 주리의 아빠 대원(김윤석)과 윤아의 엄마 미희(김소진) 사이에 벌어진 일을 알게 된 두 사람.
이 상황이 커지는 것을 막고 싶은 주리는 어떻게든 엄마 영주(염정아) 몰래 수습해보려 하지만 윤아는 어른들 일에는 관심 없다며 엮이지 않으려 한다.
그 때, 떨어진 주리의 핸드폰을 뺏어든 윤아는 영주의 전화를 받아 그 동안 감춰왔던 엄청난 비밀을 폭로해 버리고, 이를 본 주리는 멘붕에 빠지게 되는데…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꽤 잘 만든 영화와서 손익분기점 100만은 넘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17만으로 끝났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불륜 입니다. 부모의 불륜으로 인해서 가정에 혼란이 빚어지는 줄거리로 어쩌면 빤한 신변잡기로 끝날 수 있는 내용을, 미성년자인 #자녀의시점 에서 풀어줌으로써 사유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불륜'하면 떠오르는 사회, 윤리적 학습의 빤한 시선이 아니라서 더 신선했고, 마음은 불편하면서도 나름 편안하게 관람했습니다. 만약 자녀가 아닌 어른들의 시점이었다면 굉장히 뻔한 내용에 불과했을테지요.
주리와 윤아는 같은 학교를 다니는 미성년자 고등학생으로 부모님들이 서로 내연관계로 바람을 피우는 사이입니다. 각자의 아빠와 엄마 때문에 난데없이 엮이게 된 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지만 성향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만큼 크게 충동하고 맙니다.
주리네 아빠와 윤아네 엄마가 불륜을 저지르는 것도 모잘라 윤아네 엄마가 주리네 아빠의 아이까지 #임신 하게 되지요. 내 일이라고 감정이입하면 그야말로 미치게 답답할 노릇입니다. 한편, 끔찍하기도요.
그 와중에 윤아가 돌연 주리의 엄마(‘영주’, 염정아)에게 자신의 엄마(미희_의 바람 및 임신 사실을 냅다 폭로해 버립니다. 영화의 첫 장면 부터였는데요, 화를 내는 주리의 입술을 물어 뜯는 장면은 과격하면서도 관객들의 이목을 끌만큼 깜짝 놀라는 장면이었습니다. 한편, 윤아의 과격하면서도 돌진적인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공부 잘하고 집안 부유한 주리와 달리 윤아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용돈을 벌고 있는데 불륜 진상손님의 도발에도 당돌하게 대처합니다. 윤아에게 시비를 걸던 진상남은 윤아의 정확한 지적에 물러서고 편의점을 나서지만-
"아저씨, 서비스에요!"
윤아가 외치며 그들에게 던진 물건은 바로 콘돔, 불륜남과 임신한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며 저지른 당돌함이며 극중 윤아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도 생각합니다.
윤아의 철없는 엄마 미희는 임신 중인 아이를 지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고등학생 딸의 애원에도 도리어 서럽게 울며 외칩니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상관이야, 내 인생인데!"
누가 미성년인지 모르겠는 장면입니다. 내용을 모른채로 저 장면만 봤다면, 지능이 모자란 동년배를 회유하는 장면인 줄로만 알 것 같습니다. (극중 미희의 배우분이 꽤 어린 느낌이고 모자와 옷차림이 젊은 느낌이라서요.)
한편, #염정아 배우가 맡은 영주는, 윤아가 주리의 핸드폰에 털어놓은 불륜 고백 이후로 집을 뒤져 #다향오리 쇼핑백을 발견하고 미희가 운영하는 오리집에 홀로 찾아와 #오리주물럭 을 시킵니다.
영주가 자신의 애인 부인인 것을 알리 없는 미희는 늘 그렇듯이 사람 좋은 웃음으로 싹싹하게 영주를 대합니다.
딸 윤아와 함께 있었을 땐 초라해 보이던 행색과 미소는 영주와 투샷으로 잡힐 때 전혀 다른 느낌을 자아냅니다.
맑고 깨끗한 미소, 한편 영주는 그런 미희의 꾸밈없는 웃음에 주눅이 듭니다. 자신은 가정주부이고 미희는 작지만 오리집을 꾸려나가며 여사장 노릇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과 반대되는 상황과 맑은 웃음에 자괴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때문에 불륜을 저지른 것은 아니겠지만)
영주는 딸의 전화 폭로로 남편 불륜을 처음 알아차린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공부해야 하는 딸을 위해 가정의 분란을 일으키기 싫어서 끝내 참았던 것 같았어요. 하지만 아빠의 불륜을 미성년인 딸이 알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요.
영주는 미희의 식당에 찾아와 미희를 관찰합니다. 오리주물럭 선불이라며 계산 받아 놓고, 제 남편으로 예상되는 전화가 오자마자 밖으로 나가며 웃으며 대화하는 여자가 꼴뵈기 싫습니다. 결국 계산만하고 음식을 먹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데 미희가 쫒아와 차라도 대접하겠다며 끌게 되고 영주가 세게 밀쳐서 미희는 하혈을 하며 조산을 하게 됩니다.
조산하게 된 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집중 치료를 받게 되고, 졸지에 남동생이 생겨버린 윤아와 배다른 동생이 생겨버린 주리는 자신들이 저녁에 먹은 돈까스와 오믈렛보다 작은 아이의 작은 모습이 큰 충격을 받습니다.
위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빤한 소재를 색다르게 낯설게 비틀어서 각 캐릭터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냅니다.
때문에 불륜을 당한 영주(염정아)와 미희의 캐릭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불륜녀한테 공감하기도 했지만 여자로서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알겠다는 거지, 절대로 극중에서 미화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고, 더 신선했습니다.)
영화에 차용된 불륜은 소재중에 하나일뿐이고 한 남자의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선택에 따라 4명의 여성이 겪게 될 감정들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여성끼리의 감정을 더 많이 담았기에 공감은 짙습니다.
극중에 염정아가 김윤석에게 이렇게 외치죠?
"당신이 두 사람을 아니, 네 사람을 기만한거야!"
어른과 성년 사이의 미성년자들, 그리고 미성숙한 성년들의 서사와 연기가 섬세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영화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이 감독으로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개봉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김윤석은 모 인터뷰에서-
잘 만들었다는 것보다
개성 있다는 평을 제일 듣고 싶다.
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쁠 것 같다.
고 밝혔는데, 과연 그 대답에 부응하는 결과였습니다.
영화 미성년을 다 보고나서 떠 올렸던 또 다른 영화는 바로 #똥파리 입니다.
똥파리감독양익준출연양익준, 김꽃비, 이환개봉2009. 04. 16.
똥파리 (Breathless, 2008)
미성년의 김윤석처럼 똥파리 속 메인주연 #양익준은 배우와 동시에 감독으로 활약했습니다. 김꽃비라는 배우를 재양산한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저는 미성년 때 이 영화를 봤는데 영화의 씁쓸한 서사와 그 여운에 한동안 사로잡혔습니다.
영화 똥파리는 국내 독립영화 최초로10만 관객을 돌파했던,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약소한 독립영화가 각종 영화제에서 받은 상만 총 38개에 달합니다. 외국인들이 가장 인상깊게 본 한국영화에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양익준 감독은 17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다가 <똥파리>의 성공으로 1억50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게 됐다고 TV방송에도 밝힌 바 있을 정도로 성공했지요.
동생의 한줌뿐인 유골을 각자 우유에 타서 마시는 마지막 장면은 꽤 과감했고, 지나치게 엽기적이어서 일본색이 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 미성년에서 후련한 해결책이나 사이다같은 결말, 커다란 메시지를 기대한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 있습니다. 곤란한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처해가는 각 캐릭터들의 모습들은 마냥 웃을 수도, 웃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며 미성년 혹은 성년으로써 결과를 수습합니다.
성년들도 미성년들도 여전히 미성년인 채로 남게 됩니다. 다만 미성년이 조금 성년에 가까워진 정도? 성년인 그들도 조금더 성숙해진 정도?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영화”라고 말하던 김윤석 감독의 표현과 아주 적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