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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크로키

미흡한 나의 크로키

by 발렌콩

요즘 재미나게 읽고 있는 웹툰 중 하나는 '스피릿핑거스' 영혼을 뜻하는 '스피릿'과 손가락을 뜻하는 '핑거스'의 합성어인데, 웹툰의 주제는 발랄한 고등학생들, 미대생들이 나오는 '학원물' 그리고 '그림', 개중에서도 '크로키'다.

1분~3분~5분 내지의 짧은 시간 내에서 이뤄지는 크로키, 인체의 균형을 단시간에 잡아내는 회화 기법인데 집중력 기르기에도 딱이다. 예전에 학교 수업에서 누드크로키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다양한 자세를 그렸다. 경건한 발라드나 클래식을 틀어두고, 전혀 모르는 타인의 알몸을 그리는 느낌이란. (수강신청의 경쟁률이 높았다는 점/ 내가 다니는 곳은 여대였는데 남자 모델이 오는 날은 출석률이 높았다는 점.) 아무튼 크로키에 관련된 발랄한 웹툰을 재미나게 읽고 있는 중인데, 읽는 내내 수업때 그렸던 크로키가 생각났다.

3분안에 그렸던 누드 크로키, 모델 협회에서 모델을 구하기 때문에 다들 몸매가 정갈하고 균형미 있었다.

3분안에 그렸던 누드 크로키, 모델 협회에서 모델을 구하기 때문에 다들 몸매가 정갈하고 균형미 있었다.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신체를 그려야하므로 키가 작고 살집 있는 모델들을 그리기도 했지만) 근데 미안하지만 몸매 좋은 모델들이 더 그림 그리기 쉽더라 ㅠㅠ 다들 프로의식이 뛰어난 모델들이라서 어려운 자세들도 척척 해내며 3분동안 미동도 없다. (그림이 끝나면 모델들은 음악을 끄고, 가운을 입은채로 우리들의 그림을 살펴보거나 휴식을 취한다.)

처음 크로키를 선택했을 때, 그리고 누드를 크로키한답시고 알몸의 모델이 우리들의 흰종이 앞에 섰을 때, 민망할 줄 알았는데 (경건하고 진중한 음악 때문인지) 전혀 민망하지 않았다는 점. 그 짧은 3분동안 그림 그리느라 완전 열중하여 쓱쓱싹싹. 3분 그까이꺼, 엄청 쉬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엄청 어려웠다는 점. 초반에는 팔과 다리를 완성하지 못한 채로 다음 그림으로 넘겨야만 했다. ㅠㅠ (위, 그림들은 몇회의 수업진행 후 나름 익숙해진 것.)

스피릿핑거스 웹툰을 모두 정주행하고 새벽, 그림이 그리고 싶어져서 막냉이의 필통에서 무선연습장과 연필 샤프, 지우개를 꺼내 그림을 그려봤다. (젤 좋아하는 일본 지우개 아인, 우리때는 화이트와 블랙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핑크색도 나오나보다, 새삼 살짝 충격.)


연필 소묘, 1차 윤곽 잡기-> 2차,3차 명암 넣기, 샤프로 선을 좀더 구체적으로.

그림 모델은 사진 속, 예쁜 여인네루.
2차,3차 명암 넣기, 샤프로 선을 좀더 구체적으로.


미흡한 나의 크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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