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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lerie Lee May 26. 2022

배우 도전 일기 #7

연기를 잘하시네요.

1. 내 목소리를 찾아서


어제는 라나쿡 보이스 트레이닝에 다녀왔다. 온몸의 긴장을 풀고, 원초적인 내면의 목소리를 내지르면서 의식의 중성화를 이루고 최적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해주는 훈련이었다.


몸을 불가사리, 해초처럼 만들어보기도 하고 몸의 정렬을 맞추고, 벽을 밀면서 단전에서부터 소리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내가 내면의 목소리를 내지르면 파트너가 그 소리에 따라 즉흥적인 움직임을 해내고, 다음에는 순서를 바꿔서도 했다.


파트너와 움직임과 내적 소리를 통한 대화를 하기도 하는 등... 정말 목소리를 억압하고 왜곡시키고 있었던 무의식의 무언가를 내뱉는 과정을 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고 올바르게 힘을 주어 목소리를 냈더니 정말 맑고 까랑까랑한 소리가 났다.

 

선생님은 내가 목소리의 볼륨 - 즉 크기는 타고났다고 하셨다. 나는 어릴 때 똑같이 떠들어도 나만 혼났던 기억이 났다. 사회생활을 하며 가뜩이나 큰 키에 목소리까지 크면 혹시나 사람들이 너무 부담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목소리를 좀 작게 내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나 자신이 안쓰러웠다.


우리는 사회화라는 명목 하에 얼마나 자주 자신을 억압하며 사는 걸까.


2. 오디션 - "연기를 잘하시네요"

 발성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엔터 오디션을 보러 이동했다. 이번 오디션은 대형 기획사에서 나온 실장이 차린 매니지먼트라 꼭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


이번에 내 준비 과정은 좀 달랐다. 거의 100번 넘게 연습하고 들어간 여태까지의 오디션과는 달리 이번에는 어느 정도 연습하고 교정을 받은 이후 연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오디션 장에 들어가기 전에 정말 강력히 "나는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심사위원에게 꼭 들을 거야" 하고 내가 그 말을 들은 모습을 상상했다. 오디션 장에 들어가서는 발성 연습 이후 유독 청량해진 성대로 자기소개를 마쳤다. 관계자들도 내가 호감인 것 같았다.


정해진 연기를 했는데 이번엔 유독 부담이 덜했다. 정말 연기를 잘 선보인다는 것 자체에 집중했다. 호흡도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연기를 마치고 관계자 분이 "연기를 참 잘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유난히 큰 키를 말씀하시며 한 번 일어서 보라는 이야기도 하셨다.


오디션 장을 나오면서 이번엔 괜스레 느낌이 좋다고 생각했다.


3. 어디에도 없는 이름


학원 단톡방에 매니지먼트에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명단이 있었다. 총 6명 정도였다. 그 6명의  리스트를 읽고 또 읽어도 나는 없었다.


갑자기 기운이 없어지면서 우울해졌다. 대체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4. 간절함


연기를 잘한다는 얘기나 하지 말지...

그런 말을 들어서 괜히 또 연기에 미련이 더 남는다. 좀 만 더 하면 되지 않을까? 조금만 더..?


하지만 이제 5월 말이다. 나는 애초에 딱 세 달만 도전하기로 했다. 더 이상 꿈만 좇다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40대를 맞이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런데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간절해지는 이 기분은 뭘까. 꿈에도 중독성이 있나 보다. 마약처럼. 뭐든 중독은 좋은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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