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Valerie Lee
Jun 17. 2022
오늘 아마도 진짜 내 생에 마지막 오디션이 될지도 모를 오디션을 보러 갔다. 지쳐버릴 대로 지쳐버린 나는 택시를 이용해서 오디션 장으로 향했다.
1. 정말 안 떨렸다.
될 대로 되라는 생각 반, 그리고 간절한 마음 반. 전혀 연기할 때 떨리지는 않았다.
"좋은 학교 나오셨는데...(쩜. 쩜. 쩜.)"
"네..."
"굳이 회사 들어오려고 하시는 이유가 뭐죠? 끌어주시는 선배님들 없나요? 한국인들 몇 없어서 단합력 좋다던데... 000 씨도 거기 출신 아닌가요? CCC배우님 따님이요."
"아.. 저는 연예계 인맥 없어서..ㅎㅎ"
2. 노력과 의지만으로 안되는 것도 있다는 걸 받아 들어야 할까...??
말 그대로다. 세상엔 노력으로 안 되는 것들, 내가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걸까.
정말 싫다.
3. 갈림길&생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의지.
이제 6월이고,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3개월이 거의 다 되어간다. 난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무엇을 하며 살아야 생을 낭비하지 않을까..?
4. 연락을 받지 않는 친구&상실감.
약 2년 반 정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눠온 친구.. 얼마 전부터 내 연락을 받지 않는다. 그 친구에게 내가 얼마나 쓸모가 없었으면. 그 친구는 항상 내 고민을 자신의 고민처럼 들어줬었다. 아마도 지금 친구는 많이 바쁜 것 같다. 아니면 그냥 내 고민을 부담하기 까지가 많이 부담스러운 것이겠지. 나는 고작 부담스러운 친구였구나...
나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고작 부담스러운 친구라니.
연기를 때려치우면 난 정말 어딜 가든 정말 미친 듯이, 독하게, 내가 연기에 못다 한 모든 열정과 머리와 독기를 다 쏟아서 나를 갈아 넣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꼭 그 친구가 나중에 나를 알았다는 사실, 내 고민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야지.
소중한 사람이 더 이상 내 곁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죽음을 떠올린다. 그만큼 남은 생을 절대 허비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불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