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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lerie Lee Jun 11. 2022

배우 도전 일기 #9

학원에 안갔다.

오늘 처음으로 학원에 빠졌다. 도무지 기운이 나지 않았다. 내가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린걸까?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은게 아니라면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일단 나는 너무 지쳤다.

지속되는 성과없음에 지친것일까?

성과가 없어서 지쳤다고 보기엔 다른 요인들이 너무 많다.


먼저, 동료가 없는 상태에 지쳤다. 연기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할 사람, 같이 꿈을 꿔나가며 서로를 의지하고 나아갈 사람의 부재 때문에 너무나 외로워 지쳤다. 마치 사막을 혼자 건너는 느낌이다.


둘째로, 내 인생 상태에 대해 지쳤다. 아무리 삶이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인생이라지만, 인간관계란게 기본적으로 부질 없는거라고는 하지만, 나처럼 인간관계가 별로 없는 사람도 없을것 같다..물론 졸업하고 나서 한 시도 정착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생활한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나는 사람들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계심을 내려놓고 친해진 사람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멀어졌고, 그 문제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아무리 상담을 받아보고 자아성찰과 반성을 해봤자 그들에게도 똑같이 탓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나름대로 관계에 최선을 다했기에 결론이 바뀌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나는 여러 종류의 외로움에 지쳤다.

전화번호 목록과 카톡 친구들을 쭉 내려다 보는데, 그중에서 내가 감히 전화를 하거나 아무이유 없이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람은 고작 세명 정도 였다. 그중에 한명은 어제 카톡했는데 아직도 답이 없다. 그 세명중 유일한 남자인데 어쩌면 여자친구가 생겨서 연락을 피하는걸지도....나의 소중한 세명 밖에 없는 연락할 수 있는 친구인데 그가 남자고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식으로 연락 안받는 이유를 짐작해야 한다는게 싫다.


연기를 포기할까 생각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 내가 만약 다른 사람들 처럼 주말에 약속도 많고,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의 인생에 관여해서 살아갈 수 있다면 - 그래서 가끔 내가 사라질것 같은 이 느낌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내줄것 같다. 어쩌면 그게 문제일 지도.


제아무리 부자이고 세상 바쁜 일론 머스크도 학창시절 왕따를 당하고 나서 "다시는 외롭고 싶지 않다" 라는 이야기를 하며 끊임없이 연애와 결혼을 하는걸 보면 내가 성취를 하고 슈퍼스타가 되어도 이런 나를 좀먹는 괴물/귀신 같은 외로움은 그대로 일지도 모른다.


자고 일어나면 마치 친구가 10명은 있는 사람마냥, 누군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고 가치있다고 여겨주는 진정한 친구나 연인이 있는 마냥 기운차게 살아가고 싶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혹시 연기를 포기하면 이런 내 외로운 운명에서 벗어난다는 보장만 있다면 연기를 포기하고 싶다.


외로움에서 해방되고 싶다.

사랑과 우정의 풀장 안에서 수영하고 싶다.

모두와 친구고 모두가 모두를 조건없이 사랑해주고 존중해주는 그런 세상을 꿈속에서라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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