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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lerie Lee Oct 10. 2022

누가 물어봤어..?

나에 대해 함부로 말 하는 사람들 대처법 고찰

입시 준비를 도와주시는 연기 선생님에게 오늘 상처를 좀 받았다. 그분의 의도는 선했겠지만. 상처라기 보단 기분이 많이 상했다고, 화가 났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까나..?


한마디로 내가 마음에 여린 구석도 없고, 좋은 마음(연기에 대한 좋은 마음, 깊은 생각 등) 이 없어 보이고 눈물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한다. 알고 보니 여린 면도 많고, 여성스러운 면도 많고, 매력도 많은데 그런 모습을 더 쓰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사실 나는 그런 오해를 종종 받곤 한다. 기가 세고 자신감과 자기에 가 넘쳐흐르고, 말 한마디 안 질 것 같다는 그런 말.


그리고 그 사람들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분명히 나는 그런 면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내 모습 덕분에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강인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분이 나빴던 건 이 선생님에게 특정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너무나! 쉽게!!

남의 성격이나 인성을 그것도 면전 앞에서 평가한다. 나는 그게 너무 싫다.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 세상 착하고 평판 좋은, 그 선생님이 예를 든 아이유 같은 사람도 어떤 이들에게는 영악하다는 표현의 대상이 되고 , 선생님이 오늘 김고은은 연기적 한계가 있고 남지현은 오히려 밀도 있는 연기를 한다고 했지만 사실 드라마 커뮤니티나 사람들 사이에서 발연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나는 감히 누구 앞에서 "너 좀 소심한 것 같아.. 그래서 사람들이 좀 답답해 할 수 있어." 이런 말은 안 한다. 특히 "사. 람. 들. 이"라는 표현이 미친 듯이 싫다. 자기가 뭔데 타인을 대변하지?  그냥 당신이 내가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겠지. (오늘 그 선생님이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너는 기가 진짜 세"라고 나에게 말한 사람들 중, 본인이 기가 약한 사람은 없다. 보통 나에게 기가 너무 세다고 하는 이들은 본인들이 기가 굉장히 세서 평소에 자신에 맞먹는 기를 가진 사람을 못 만나다가 만나서 불편함을 느끼기에 그런 표현을 한다. 나에게 "너는 참 공주구나" 이랬던 오빠는 집에서 맨날 떠받들여 모셔지는 데에 익숙한 왕자병 같은 자기애 저는 오빠였다. 나도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그 사람에게 맞춰서 조금 텐션을 낮추고 부드럽게 대한다. 강자에게는 강하게. 약자에게는 약하고 부드럽게. 그냥 그런것 뿐인데 내 다양한 모습을 알지도 못하면서"  너는 그런 사람이야" 라고 굳이 그들이 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내가 만만해서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구한테 "너 좀 답답해." "너 좀 이래"라고 말할 때를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정말 각 잡고 한 게 아닌 이상 그 사람이 조금은 만만했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내가 그 사람을 존중하고 어려워하는데도 상대의 특정 성격적 특성이 불편하여 말한다? 그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 누가 나한테 선의든 도와주려고 하든 내 성격에 대해 코멘트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것이다. 나도 나에게 돌아온 피드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쳐보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 눈치 본다 불안해 보인다는 말도 오고 나 스스로도 우울감에 빠지기나 했다.


나는 그 오빠한테, 그 선생님에게, 또 여태 나에게 여러 가지 코멘트를 해왔던 이들에게 감히 당신들이 어떤 인간처럼 내게 보이는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오빠에게는 "오빠, 나보고 공주라고 했는데 오빠가 철 안 든 왕자님 같아 보이는 건 알아?" 선생님에게는 "선생님... 솔직히 선생님이 저 보자마자 스몰토크할 수 없고 바로 수업하자고 해서 제가 선생님을 잘 알아갈 기회가 없었으니 당연히 제가 그렇게 보이실 수 있죠. 그리고 제가 남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해본 적 있느냐고 하셨는데, 저는 굳이 잘 보이려는 노력 하지 않아요.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건 오히려 반작용을 낳기 일쑤고 정말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고 감사한 사람에게는 저도 알아서 잘합니다. 그리고 저를 좋게 보는 사람은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를 좋아해 주세요. 말씀하신 것처럼 본인 스스로가 남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걸 못하시는 성격이라고 하시고 그걸 단점으로 여기시기에 저의 그런 면을 단점이라 말하시는 거 아닐까요? 요즘 정신과 선생님들이든 심리학 책이든 남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순간 정신증이 온다고 해요."

라고 말하고 싶다.


선생님은 내가 자기말을 끝까지 안듣고 갑자기 자른다고 했다.하지만 그 선생님은 모른다.자신이 한 얘기를 한 세번 정도 반복하는 습관이 있단걸. 그래서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있었단걸.  그리고 말을 자르는건 그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에 의해서 말 자르고 들어가는건 센스 있는 행동이고 필요하다. 말 잘리는 입장이 유쾌하진 않을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그 사람이 얘기를 다 끝난 게 확실해질 때 이야기를 하고 이런 게 예의 기는 하지만.. 사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상대편이 별 말 없으면 계속 자기가 얘기를 하고 말도 붙이고, 대화를 이끌거나 질문을 하는 게 상대편에 대한 관심의 척도다. 오히려 그 사람 말을 듣고 2초 3초 생각하고 무슨 말을 하면 답답해 하기 일쑤다. 그리고 나도 상대평 내 이야기를 듣다가 괜히 혼자 딴생각에 빠져서 있는 것보다는 무슨 생각이 중간에 떠오르면 말을 어느 정도 끊는 게 자연스럽고 인간적이고 덜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냥 그 사람이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서 경청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경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기주장할 것만 생각하고 상대의 이야기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허다하다.


장도연의 자신감의 원천이 "다 좇까"라고 생각하는데서 온다고 한다. 나도 좀 그럴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약 선생님처럼 내가 꼭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을의 위치에 있지 않고, 지인이나 친구(를 가장한 친구가 아닌 인간이겠지)가 나에게 그런 말을 쉽게 내뱉는다면 나도 그 사람에게 내가 평소 관찰한 그 사람의 단점을 유감

없이 말할 것이다.


예)

"너 좀 특이한 것 같아.. 알지?"

"아 진짜? 웃기다ㅋㅋ 난 그렇게 생각하는 네가 특이해!"

"나는 그런 말 처음 들어보는데?"

"어 진짜? 뭐.. 기분 좋게 받긴 어려운 말이니까 남들이 말 안 해줬나 보다 ㅠ"


예)

"너 좀 기가 많이 센 거 알지?"

"아 진짜? 주로 나한테 그런 말 하는 애들도 다 기가쎄던데. 너도 한 기 하는구나?


예)

"너 온실 속 화초 같아"

"아 정말? 그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뭐야? 그렇게 듣기 좋지도 않고, 사실도 아니야."

"그냥 그런 것 같아서 말한 건데.."

 "네가 아직 날 잘 몰라서 그래. 그런데 뭐 굳이 네가 나의 모든 걸 다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중요한 건 내가 그런 편견 어린 코멘트 기분 나빠 한단 거야.

 다음엔 함부로 나에 대해서 피드백 안 했으면 해. 꼭 그래야만 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소통하고 지내기 힘들 것 같아"


솔직히 이제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런저런 코멘트 하는 것 자체의 불쾌함 때문에, 애초에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내가 먼저 그런 코멘트를 선수 치려고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당하기 싫은걸 남에게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앞으로 나에게 또 그런 식으로 마상을 주고 기분을 잡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위에 처럼 제대로 말할 것이다.


솔직히 연기 선생님들은 연기만을 평가하고 가르치면 되는데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의 인격이나 성격에 대해서도 코멘트를 할 수밖에 없다. 백지인 사람은 없고 다 자신만의 색이 있기에 그 색이 어떤지, 선생님 눈에 타인의 눈에 어떤지 인지하긴 해야 하니까. 다만 그걸 굳이 심각하게 받아들인 건 정말 오늘이 마지막이다.


난 애써 남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 내가 너무 건강하고 좋다. 그래서 기회를 못 따낸다면 그건 내 것이 아닌 거고 그렇게 얻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남들이 내 겉모습과 일차원적인 모습을 보고 내리는 평가에 이제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마치 명절 때마다 나이 서른까지 듣는 "너 키가 또 컸니?"와 같은 진부한 이야기고, 그저 서툴고 불완전한 인간들이 나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다가오려고 노력하는 걸로 생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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