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인사팀장으로 매일 3~4명씩 1:1 면접을 진행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지원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취업을 위해 하나도 준비하지 않은 분들도 많이 있는 반면, 어디에서 이렇게 모범 답변을 달달 외우면서 준비를 해오셨을까 싶은 분들도 많이 있다.
"1남 1녀의 가정에서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밑에서..."류의 흔하디 흔한 옛날식 자기소개서와 함께 "저는 조별학습 중에 원만히 의사를 조율하여서 성과를 낸 경험이 있습니다."라는 식의 자기소개서가 혼재하니, 서류검토를 할 때마다 냉탕과 온탕을 오고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같은 "준비"의 여부와는 관계가 없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가 드러나는 지원자는 엄청나게 드물다. 아니,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회사의 입장에서 해당 포지션에서 요구되는 사람을 채용을 해야 하는데, 단편적인 에피소드들과 직무경험들만을 표현하다보니 정작 그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길이 없다.
조금만 더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질문을 해보면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돌아온다. 아이쿠.
솔직하게 말해서 한국의 취업시장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애초에 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은 자기소개서 첨삭을 가벼운 부업정도로 취급하곤 한다. 심지어는 HR경험이 없는 '작가'들도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으니, 이건 본인을 소개하기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그냥 에피소드에 맞춘 소설을 쓰는 수준이다.
면접 준비를 위해서 큰 돈을 들여가며 컨설팅을 받는 경우들도 허다하다. 녹화를 해주고 어떤 점이 문제인지 하나하나 집어주지만, 그 부분은 기술적인 부분일 뿐 그 지원자의 실체에 대한 부분은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면접장에서 말할 수가 없는데, 웃는 얼굴만 유지한다고 그 지원자를 뽑아줄까?
취업시장의 다양한 공급자들이 언제까지 본질은 외면한채로 변죽만 울리면서 가뜩이나 궁핍한 취준생들의 돈을 취할 생각인지 모르겠다.
이번 브런치북은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분들에게는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대기업에 입사를 해봤던 경험이 있지만, 사실 그 회사에 어떻게 취업을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만큼 대기업의 공채 시스템은 허점도 많고, 변수도 많아서 합격으로 가는 길이 무엇이라고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수시채용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는 요즘의 채용 시장에서 이 글은 직무의 경험이 조금은 있는, 혹은 아예 없는 신입지원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업에서는 "인재상"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인재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작게는 팀 단위에서 팀장이 '이번에 새로 뽑히는 사람은 어떤 일을 잘 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과 함께 '어떤 성격의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인사팀에서는 그런 요구조건들을 듣고 인재상에 부합하는 지원자를 채용하려고 노력하는데, 지금의 입사지원의 방식으로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니 어쩔 수 있나. 불합격일 수 밖에.
취업의 방향성을 잃고 어디서부터 취업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들이라면 이 글을 함께 해주었으면, 그리고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취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왜 취업해야 하는지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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