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백수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놀라지 마시라. 면접장에서 실제로 들었던 대답이다.
면접자들에게 인생의 꿈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한참을 고민을 한 뒤에 돌아오는 대답들은 아쉽게도 내가 생각하는 대답이 아닌 경우가 많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루하루 그저 열심히 살아갈 뿐, 큰 꿈은 없다.'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은 그게 아닌데 말이다.
취업준비를 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정리하는 일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를 알아야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알고, 어떤 회사를 가고 싶은지를 알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모른다.
그러니 그저 급여가 밀리지 않는 '회사'면 된다는 생각으로 입사지원을 하는 경우들이 정말로 많이 있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모르니 이력서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고, 자기소개서에도 단편적인 사건들만 나열이 될 뿐 그 사람의 특색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전혀 차별점이 없어서, 혹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겠어서, 혹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전혀 모르겠어서 안타깝지만 서류에서부터 바로 불합격하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리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한국사회에서 받아온 사람들이라면 본인이 어떤 것을 잘하는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사실 매우 낮다.
암기 위주의 공부만 열심히 잘 하면 좋은 평가를 받으니 그 암기를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알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교육과정의 틀에 맞춰서 공부만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려하니, 일단 자기소개서는 대충 대학교때의 경험들을 기반으로 소설을 쓰고 제출하여 면접장에서도 준비된 말만 한다.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이 사람의 성격이 조금 더 궁금하고, 생각이 조금 더 궁금한데 그것을 끌어내려니 질문이 무례해보일 수도 있어서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면접을 마무리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만 더 보여줬더라면, 이 지원자가 우리 회사와 핏이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조금 더 깊이 판단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면접에서도 불합격하게 된다.
인생의 꿈이 뭐예요? 라는 질문은 정말 그 지원자의 꿈이 궁금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는지 정도까지만이라도 어필을 해주기를 바라는 질문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일을 하면서, 여기까지 성장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렵다는 것 잘 안다. 하지만 '저는 인생의 꿈이 좋은 아빠가 되는 것입니다' 같은 대답은 적어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