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
살면서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 빠져서 후회한 적이 있었나요?
이제 더 이상 미루는 버릇은 버리고 성장과 성취를 위한 최적화된 습관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학교 때의 일이다. 시험 기간만 되면 갑자기 밤에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 재미있는 것은 친구들에게 제안을 했을 때 한 놈도 거부하지 않고 분식집으로 향했었다. 우리는 떡볶이뿐만 아니라 순대, 튀김, 김밥까지 클리어하고 어슬렁어슬렁 다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안 하던 지뢰 찾기 게임을 하거나 국제정세와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한 기사를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런 기사조차 재미있었다. 잠깐 보려 했지만,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려고 앉으면 다시 집중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었다.
시험이 끝나면 매일 먼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준비보다는 당장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하루 일과를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문제가 발생했다. 늘 미루던 버릇 때문에 과제 제출일을 놓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감점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캘린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소 1주일 전 알람, 1일 전 알람을 설정했다. 그랬더니 그나마 좀 나아졌었다. 시험공부도 미리 해보기로 했다. 중간에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끄고 가방에 넣었다. 일부러 물도 마시지 않고 열람실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자리에 앉아서 3~4시간 연속으로 공부를 했었다. 그랬더니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그래도 순간적인 즐거움의 유혹을 뿌리치고 천천히 오래 걸리는 일을 먼저 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어릴수록 더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가장 큰 차이는 미루는 버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미루는 습관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 뇌를 공부해 보기로 했다. 왠지 뇌 호르몬에 답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리하는 뇌/대니얼 J. 레비틴/와이즈베리>라는 책을 보니 미루는 습관을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전전두엽과 변연계는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변연계의 도파민은 천천히 꾸준히 해서 얻게 될 보상보다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라고 신호를 보낸다. 전전두엽의 도파민은 일을 미루었을 때 일어날 최악의 결과를 너무나 잘 알고 미루지 말라고 신호를 보낸다.
'즉각적인 쾌락에 대한 욕구가 만족 지연 능력을 이길 때마다 우리는 일을 뒤로 미룬다. 어느 쪽이 이기느냐는 어느 도파민 시스템이 장악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p.295
천천히 오랫동안 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앞두고 우리의 뇌는 항상 갈등한다. 지금 할 일을 미루고 떡볶이를 먹으러 갈 것인가. 아니면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고 몰입 상태에 돌입할 것인가 말이다. 전자를 선택했다면 당신의 뇌는 변연계의 도파민 시스템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전전두엽의 도파민이 승리할 수 있게 내 행동을 최적화시킬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중요한 일을 앞두고 미루는 행동을 하고 싶다면 이렇게 생각해 본다. “나는 변연계 시스템이 내 뇌를 장악하게 내버려 두지 않겠어!라고 말이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미루는 버릇을 방지하는 메타인지가 생기기 때문에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에는 내 주변 환경을 변연계 도파민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한다. 스마트폰을 끄고, 집중이 더 잘 되는 곳으로 이동한다. 타이머를 이용해서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전까지는 절대로 다른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바로 하면 전전두엽에서 도파민 파티가 일어날 것이고 나는 계속해서 더 높은 목표를 계획하고 달성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한두 번 성공하게 되면 유혹을 뿌리치고 중요한 일을 먼저 해냈구나 라는 성취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전전두엽에서 도파민 축제가 개최됐었기 때문이다.
미루는 버릇에 빠진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도파민에 대한 메타인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