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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맹한 바닷가재 Jul 31. 2020

부모님들! 오늘도 파이팅합시다!

아이들과 함께한 행복한(?) 저녁 식사시간 

며칠 전 아내가 레슨 시간이 저녁으로 갑자기 바뀌면서(아내는 음악을 전공했다.) 나 혼자 아이들과 저녁식사를 해야했다. 고기를 굽고 양배추를 삶아 아빠표 저녁식사를 만들었다. 놀고 있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밥을 먹었다. 하지만, 아내 없이 나 혼자 두 아이와 식사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의 경험을 의미 있고 감사한 기억으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 


부모가 된 지 5년 차다. 소감을 말해보자면 부모의 삶은 수행자의 삶인 것 같다. 다양한 상황에 의연한 태도로 자녀를 양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워 눈에서 하트가 나오기도 하지만, 울화통이 치밀어 오를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녀를 양육하다 보면 부모는 한 뼘 더 성장하는 것 같다. 깨달음을 향해 끊임없이 수행을 하는 수행자처럼 부모도 부모로서 느낄 수 있는 정신의 최고점을 경험하기 위한 여정을 걸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부모의 삶은 수행자의 삶이다. 


다시 며칠 전 저녁시간으로 돌아가 보자, 두 아이는 얌전히 밥을 먹나 싶었는데, 둘째가 물~물~ 해서 물을 주었다. 그런데 첫째 컵에다 준 것이다. 첫째는 “내 컵이야”라고 소리를 쳤고 “나도 물 줘”라고 했다. 그래서 둘째 컵에다가 물을 따라서 첫째에게 주니 "내 컵으로 먹고 싶단 말이야"라고 했다. 나는 둘째에게 컵을 달라고 하니 둘째는 싫다는 행동과 함께 물이 가득 담긴 컵을 옆으로 빠르게 돌려버렸다. 순간 컵에 담긴 물들이 거실 바닥에 뿌려졌다. 나는 수건을 가져와 거실 바닥을 닦고 컵에다 다시 물을 담아서 첫째에게 주었다. 그러자 첫째는 물을 보더니 "우유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나름 100일 이상 명상을 한 사람의 품격을 잃지 않기 위해 들이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음.. 물이 아니고 우유를 먹고 싶구나? 그럼 처음부터 우유를 달라고 했어야지?" 첫째는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갑자기 우유를 마시고 싶어서요."       

"그랬구나. 그럼 먼저, 물을 마시고 우유를 마시자" 

사건은 일단락됐다.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첫째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계란 먹고 싶어요."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아니 맛있는 고기반찬이 있는데 계란이라니... 

"고기 먹으면 되잖아?"

"계란이 먹고 싶어요."

"그래 알았어."

밥을 먹다 말고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냈다. 아이는 따라와서 자신이 계란을 풀겠다고 했다. 밥을 먹다 말고 갑자기 요리교실이 되었다. 나는 아이에게 계란을 풀 수 있도록 했다. 프라이팬에 카놀라유를 붓고 펜을 가열했다. 그때 둘째가 밥을 먹다 말고 우리 쪽으로 왔다. 둘째도 계란을 풀고 싶어 했다. 누나가 계란을 풀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숟가락을 둘째가 뺐었다. 첫째는 말했다. 

"야 뭐야~!라고 소리쳤다."

둘째는 누나의 큰 소리에 놀랬는지 울기 시작했다. 

"앙~~~~~~~~" 

나는 다시 들이마시고 내쉬고의 반복을 통해 감정을 추스르고 이성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둘째에게 계란 풀이 말고 계란을 프라이팬에 붓는 과제를 주겠다고 했다. 둘째는 말은 잘 못하지만(24개월이다.), 수용 언어가 발달되어 있어서 "응"이라고 답했다. 둘째에게 계란을 붓게 해 주면서 또 일단락됐다. 

계란말이를 만들고 먹기 좋게 잘라서 아이들 식판에 올려주었다. 첫째는 기다렸다는 듯이 맛있게 먹었고 둘째는 자신의 식판에 있는 계란을 집어 들고 "아빠! 아빠"하면서 내 입에다 넣어 주었다. 방금 전 울화통이 나는 상황들이 상쇄되는 시간이었다. 둘째에게도 계란을 먹이고 이제 좀 평화가 오겠구나 싶었다. 그. 런. 데. 


갑자기 둘째가 엄마가 보고 싶다며 엄마~!! 하고 울기 시작했다. 순간 아이의 입 속에 있었던 계란들이 댐 개방으로 물이 쏟아져 내리듯 바닥에 떨어졌다. Oh my god!! 나는 물티슈를 가져와 계란을 닦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이를 달래고 저녁식사와 설거지를 마무리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 아~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스스로에게 칭찬과 격려를 보냈다. 그리고 수많은 부모들에게도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특히, 자녀 셋을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께 깊은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생하신 모든 부모님들께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도 파이팅합시다!

추신 : 예비 부모님들 너무 겁먹지 마세요. 힘든 일들은 아이들의 미소 한 번으로 모두 상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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