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사하며 살기로 했다 브런치북 발행 계기
10년 전 블로그를 운영했었다. ‘아침산책 레터’라는 무료 칼럼을 발행한다고 했고, 몇 분이 신청을 했다. 3개월 정도 했는데 한 분이 피드백을 주셨다.
“글을 참 잘 쓰시는 것 같아요.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내 글이 좋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분이 나에게 보내 준 칭찬의 한 문장이 10년 후 공개적인 글쓰기를 다시 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일간 이슬아 발행인 이슬아 작가는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글쓰기는 지나가는 순간들을 잘 기억하게 합니다.
감사일기를 쓰다보니 10년 전 일들을 기억하게 됐다. 특히, 일기 쓰기는 이슬아 작가의 말처럼 하루를 더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글쓰기는 나 자신을 부지런히 사랑하는 일입니다.
생각해 보니 글쓰기는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자존감 낮았던 나, 실수가 잦았던 나, 멘털이 약한 나, 슬픔과 불행에 빠진 나를 어루만져주고 위로해 주는 시간이었다. 서멋싯 몸은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인생의 대부분의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피난처를 만드는 과정이다.
독서뿐만 아니라 글쓰기도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내가 감사하며 살기로 했다. 매거진에 쓴 글들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사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차라리 감사하게 생각해 보기로 한 것이다. 누가 설거지를 좋아하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기존의 생각과 환경을 전복시켜야 했다.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가 대학교수직을 던져 버리고 일본에서 미술공부를 하게 된 계기가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난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안다.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피난처를 만든 것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휴식과 감사, 몰입이라는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불행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어 쓴 글쓰기가 이제는 즐기기 위한 도구가 되었다. 그렇게 글쓰기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100편이 넘는 글을 발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1년 전 목표로 세웠던 브런치 북을 발행하게 되었다. 삶은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때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나저나 조만간 기저귀를 갈면 좋은 점을 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