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간 보물지도를 만들고 이룬 것들에 대한 이야기
1. 원하지 않는 생각에서 원하는 생각에 집중하기
<나를 사랑하면 좋은 점 6가지> 글에서 언급한 나를 사랑한 경험은 내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나를 사랑하기 전에는 원치 않는 것을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가난하게 살면 어떻게 하지?,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고 살면 어떻게 하지?) 그러나 나를 사랑한 후부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강점)과 원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런 생각들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데 큰 기여를 한 책은 <보물지도/모치즈키 도시타카/나라원>라는 책이다. 이 책은 2007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1시간 만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분량도 적고 매우 쉬운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들(경험, 물질)에 대해 이미지를 출력해 언제 달성할지를 적어 놓는 보물지도(비전보드)를 만들었고, 그 보드에 붙인 것들 모두가 현실이 되었다고 했다. 보물지도가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 적용되는지부터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나는 무비판적으로 책에 있는 내용을 믿기로 했고, 우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써 내려갔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100가지를 쓰기로 했다. 3시간 동안 썼는데 20개까지는 쉽게 쓸 수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렵게 100가지를 쓴 후 보물지도에 넣을 가장 현실적이고 가까운 미래의 것들 12가지를 추려냈다.
캐논 카메라 구매, 교육 관련 일 하기, 통기타 구매, 대학원 진학, 버스킹 하기, 1,000명 앞에서 강의하기, 매년 해외여행 가기, 자동차 구매, 행복한 가정 만들기, 매달 20만 원 이상 기부하기, 밴드 결성해서 드럼 치기, 책 출판하기
구글 이미지나 무료 사진 사이트에서 가장 예쁘고 멋진 사진들을 다운로드하였고 문구점에서 하드보드지를 구매해서 열심히 만들었다. 다 만든 후 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았고 매일 보물지도를 보면서 원하는 것에 집중했다. 시기적으로 가장 가까운 목표는 캐논 EOS300D 카메라를 사는 것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사고 싶었던 카메라였다. 나는 카메라를 사기 위해 절약과 돈을 벌기 시작했다. 평소에 먹던 기호식품들을 끊고, 좋아하는 옷도 사지 않았다. 여름방학 동안 청소년 수련관에서 기숙을 하면서 일을 했다. 그렇게 해서 목돈이 생겼고, 나는 보물지도를 제작한 지 3개월 만에 원하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용돈 벌이를 위해서 했고 번 돈의 대부분을 맛있는 것을 사 먹거나 옷이나 충동구매를 하는데 썼었는데 내가 갖고 싶은 것에 대한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매일 시각화를 하니 전 보다 더 열심히 살게 됐으며, 소비 패턴도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2. 힘든 시절에 큰 힘이 되어 준 보물지도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면서 나의 과거가 자연스럽게 공개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나의 흑역사를 있는 그대로 쓰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2009년 2월 나는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학비를 벌기 위해 친구가 일하고 있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친구는 2년 간 많은 돈을 모았고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 소개를 시켜줄 수 있으니 걱정 말고 오라고 했다. 나는 6개월 열심히 일해서 목돈을 모아 대학원 학비를 충당하려고 했다. 큰 기대와 설렘을 안고 호주에 도착했는데 출국하기 1주 전에 호주에서 큰 재난이 일어났던 것이다.
2009년엔 기상이변까지 겹쳐 가뭄, 모래폭풍, 홍수, 산불을 동시에 겪었다. 게다가 2009년 2월 발생한 남동부 일대의 산불은 사상 최악으로 사망자가 130여 명이 이상 나오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출처:나무 위키>
정부에서는 긴급 대책을 발표했고 당분간 워킹홀리데이를 고용하지 말고 현지인을 우선 고용하라는 정책이 발표된 것이었다. 친구는 미리 말해두었던 인사팀장에게 사정을 설명했지만, 인사팀장도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단 시간에 목돈을 모아 하고 싶은 공부를 할 마음으로 떠난 호주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외국인 실업자가 된 것이었다. 친구는 한 달 정도 기다리면 사정이 나아질 것 아니겠냐며 나를 안심시켰고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곳에 취업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니 영어공부나 하기로 했고 인근 대학 도서관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어공부를 했다. 나름 의미 있게 보낸다고 영어공부를 했지만, 집중은 잘 되지 않았고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때 나의 마음을 잡아주었던 것은 바로 보물지도였다. 자기 전에 내가 만든 사명선언문을 읽고, 자기 암시를 하고 보물지도를 보며 15분 정도 미래를 상상했다. 비록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에 가서 내가 하기로 했던 모든 것을 이룰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안타깝게도 회사에서는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았고 나는 이곳저곳 이력서를 돌리며 일을 구해봤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나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당황한 나는 호주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산휴가를 대체한 기간제 교사에 지원을 했고 한 학기 동안 일을 하게 되었다. 4개월 간의 교사 경험은 교사가 나와 맞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2010년 다른 학교 기간제 교사에 도전해서 일을 하게 되었고, 2년 간 열심히 공부를 해서 2012년에 정교사가 되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는 학생수가 1,000명이 넘는 곳이다. 2009년 호주에서 매일 밤 보았던 보물지도에는 1,000명 앞에서 강의하기가 있었다. 매년 1,000명을 가르치지는 않지만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 강의를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3. 보물지도에 붙인 것들이 실현되다
나는 2012년 2월 24일 첫 차를 구매했다. 오래 탈 생각으로 새 차로 구매했다. 장기할부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맞벌이를 하고 있었고 집에서 직장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에 차가 필요했다. 재미있는 것은 2007년 보물지도를 만들었을 때 새 차 구매 연도와 월을 2012년 2월로 설정했었던 것이다. 한동안 보물지도를 안 보고 있었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다가 우연히 보물지도를 봤는데 그렇게 적혀있는 것을 보고 5초 동안 보물지도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진짜 이루어지네
이후로 그토록 갖고 싶었던 통기타를 2012년에 샀고, 2016년에는 가고 싶었던 대학원에 진학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며, 밴드를 결성해서 드럼 치기는 2019년 9월에 결성해서 2주 전에 첫 번째 공연을 했다. 기타 치며 버스킹 하기는 다가오는 12월 11일(수) 저녁 7시에 현실이 될 예정이다.(폴 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을 연주하고 부른다) 매월 30만 원을 기부하고 있고, 저가항공과 airbnb를 이용한 실속형 해외여행을 매년 가고 있다. 2007년에 만들었던 보물지도에 있던 꿈 중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은 책 출판이다. 2020년 안으로 출판 계약이라도 따 낼 생각이다. 작년에 새롭게 만든 보물지도에는 매일 명상하기, 글쓰기가 있었는데 글쓰기는 9월 20일부터 명상은 10월 30일부터 매일 하고 있다.
4. 다가올 10년에 대한 확신
솔직히 고백하자면 작년까지만 해도 보물지도를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고 매일 봤지만, 올해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았다. 이번에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보물지도를 다시 꺼내보게 되었고, 글을 쓰면서 앞으로 다가 올 10년에 대한 보물지도를 제작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고 보니 보물지도대로 내 인생이 펼쳐진 것을 보니 신기하고 놀라웠다. 앞으로 10년을 제대로 계획하고 보물지도를 만들어 10년 전에 했던 것처럼 매일 보고 노력을 하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5. 보물지도는 강철 자석이다.
reticular activating system이라고 불리는 망상 활성계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에만 초점(focus)을 맞추게 되는데, 예를 들어 누구나 한 번쯤은 새로 산 신발을 신고 길을 다니면 나와 같은 신발이 유난히 잘 보이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새 신발을 1주일 정도 신고 다니면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작년에 건강염려증이 심할 때 드라마, 영화, 신문을 보면 유독 내가 걱정하는 질병에 대한 이야기가 잘 보였다. 이런 현상은 내가 관심 갖는 것이 나에게 일부러 나타나는 게 아니라 내가 해당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물지도의 원리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 갖고자 하는 것에 관심을 완전히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는 정보, 지식, 사람들이 나에게 몰려온다. 나는 며칠 전 브런치 <나는 고도의 집중과 몰입하기로 했다> 매거진에 글을 쓰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동시에 다음에 쓸 글인 ‘보물지도를 만들면 좋은 점’의 브레인스토밍을 위해 학교 캐비닛에 있는 <보물지도> 책을 가지러 갔었다. 그런데 내가 찾던 책은 없었고 2016년에 사서 봤던 <집중의 힘>이라는 책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목차를 봤는데 고도의 집중과 몰입 매거진에 인용할 글감들이 가득 있었다. 나는 ‘유레카’를 외쳤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작은 성공 경험을 많이 하고 도움이 되는 습관들을 갖추면 이루어지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반대로 원하지 않는 것에 집중을 하게 되면 그것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 오게 된다.
6. 보물지도에 있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보다 과정이 더 좋다
예전에는 보물지도에 있는 목표들을 무조건 빨리 많이 이루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보다 이루는 과정이 더 재미있고 즐겁기 때문이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슈퍼마리오가 공주를 구하고 끝판을 깰 때보다 공주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듯이 말이다. 최근에 중단했던 유튜브를 다시 하고 있는데 처음에 올린 영상을 다시 보면 손발이 오글거린다. 지울까 말까를 몇 번이나 고민하게 된다. 그럼에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하루는 썸네일을 예쁘게 바꿔보고, 목소리도 신경 써서 녹음을 해봤는데 확실히 어제 올린 영상보다 퀄리티도 괜찮고 조회수도 많이 나왔다.(그래 봤자 12회다^^) 그렇게 매일 하나씩 개선하고 있다. 그런 작은 변화와 노력이 그저 재미있다. 책을 출판하기 위한 브런치 글쓰기도 그저 재미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귀국 후 인터뷰를 했을 때 기자는 “이제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고 봉준호 감독은 “그냥 시나리오 써야죠”라고 대답했다. 너무 싱거운 답변이었다. 나는 당분간 좀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다니면서 쉬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서 좋았겠지만, 아마 자신의 작업실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몰입하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울 것이다. 그 시간들이 지금의 봉준호 감독을 만든 게 아닐까.
*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주는 <감사>와 <몰입>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 보물지도 제작 시 주의사항 : 결핍, 비교에 의한 목표는 지양하세요.
예) 난 돈이 너무 없어. 한 달에 1000만 원을 벌었으면 좋겠어.
내 차는 너무 구식이야. 나도 남들처럼 멋진 차가 있으면 좋겠어
난 내 외모가 마음에 안 들어 살 좀 빼야겠어. 매일 헬스장 다니기
나는 악기 하나 다루지 못하니 기타를 배워야겠어
이런 식의 결핍에 의한 목표는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작심삼일이 될 가능성이 높죠. 그러므로 이미 있는 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 감정을 기반으로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면서 그저 그것을 이루려 하는 이유와 과정, 이루었을 때의 좋은 감정, 즐거움, 행복함,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만들어 보세요.
예) 지금의 수입에도 만족스럽고 감사하지만, 가족의 건강과 교육 더 많은 추억들을 만들기 위해 400만 원을 더 벌겠어
내 차는 이미 충분히 좋고 감사하지만, 가족들을 더 많이 태우고 보다 편안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 9인승 밴을 사고 싶어
내 외모는 이미 충분히 멋지지만, 보다 더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을 위해 주 3회 운동을 하는 습관을 만들겠어
나에게도 음악적 재능이 있으니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기 위해 기타를 배워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