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5시간을 달려 익숙한 곳으로 돌아왔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듯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 조금 전까지 눈앞에 펼쳐진 생소한 풍경과 다양한 먹거리, 그리고 곳곳에서 모여든 여행객들의 에너지가 말도 안 되게 느껴진다.
짐꾸러미를 하나둘 푼다.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켜듯, 비몽사몽인 감각을 되찾는 과정이다. 세수하고, 늘 입던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는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당기고 나서야 여행이 끝났음을 인정하게 된다.
아마 오늘은 어떠한 꿈도 꾸지 않을 거다. 알게 모르게 누적된 피로감에 어느 때보다도 깊숙이 잠에 들 테니. 오히려 잘 됐다. 새벽 사이의 캄캄한 공백이 그간 떠났던 여행을 더 꿈같이 만들어 줄 거다. 입안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아버리는 솜사탕을 먹은 듯한, 그렇다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만은 아닌, 혀끝에 달콤함이 살짝 맴돌 정도로. 끝이라는 아쉬움과 그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기대감은 은은하게 달짝지근하다.
기분 좋은 꿈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싶게 만든다. 최근 들어 꾼 꿈 중 가장 강렬했으니 당분간은 흐뭇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