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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약간의 늘어짐

마침표까지 무사히 도착하기 위한 여정

by 가담



평소에 글을 쓸 때
문장 사이에
쉼표 넣는 걸 좋아한다.


한 문장 안에 하고 싶은 말을
쉴 새 없이 욱여넣다 보면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무엇보다 글을 다 읽기도 전에
호흡이 가빠져버린다.


중간에 떡하니
자리 잡은 작은 쉼표가
일종의 전환점이 되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 더 명확하게 만들어주고,
열악한 나의 폐활량도
글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


올해에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끄적거렸던
1월의 다짐과 가까워지기 위해
조금은 아등바등 살다 보니,
어느새 한 해의 절반이
훌쩍 넘어가 버렸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지쳐버려서,
선풍기 바람 아래에서
손과 발에 힘을 뺀 채
가만히 누워있고 싶어진다.


분명 마음속으로만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눈빛부터 발끝까지
감정이 새어 나오면서
행동으로 티가 팍팍 나버린다.


회사에서 초점 없이
컴퓨터 화면을 째려본다거나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
내일의 나에게 일을 맡기며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배를 꾸욱 누르면
사랑고백을 하는 곰인형처럼
약간의 압박감이 느껴질 때마다
자연이 예쁜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말이
자동적으로 나온다.


이대로 쭈욱 가다가는
주저앉아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던 참에
일주일 동안의 여름휴가
공지글이 반짝거린다.


요즘 같은 나날이라면
잠시 쉼표를 찍기에
최적의 타이밍인 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막연한 마음에 굴복하며
즉흥적으로 정적인 점을 찍으려다가,
그럴 에너지마저 없어서
손에 힘이 풀려버리는 바람에
점 아래에 짧은 꼬리를 찍 그어버리며
위태로운 순간을 면하게 된다.


인생에서의 쉼표는
첫 시작에서부터 마침표까지
무사히 도착하기 위한
잠시 늘어지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저마다의 방식대로
누구는 일본에 가고
또 누구는 집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데,
내가 선택한 늘어짐의 방식은
2박 3일의 여수 여행과
본가에서의 진득한 시간이다.


너무 확 늘어져 버리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때쯤
길어진 쉼표의 꼬리만큼
깎아내야 하는 후유증이 크기에,
낯선 곳에서의 짧은 여행과
익숙한 곳에서의 포근함을
적절히 섞으며
나만의 숨 고르기를 한다.


쉴 새 없이 달려온
그리고 앞으로도 달려갈 시간 속에
작은 쉼표를 두며,
진정된 호흡을 따라
남은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길 바라본다.


여수,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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