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계 질환은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3대 사인(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대표 질환으로, 여기에 고혈압성 질환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망원인의 약 20%를 차지해 1위인 암 뒤를 바짝 쫓습니다. 사실 일부 희귀성 유전 요인을 제외하면 심혈관계 질환은 대체로 예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좀 더 액티브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고 채소 섭취를 늘리는 등의 단순한 생활 습관의 변화만으로도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5가지 방법과 그 효능, 그리고 치료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팁을 함께 정리해보았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위험인자는 아주 다양한데, 이들 중 대부분은 예방이 가능합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나이, 성별, 인종, 유전적 요인의 4가지 불변 사항은 심장병 발생 위험에 영향을 미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또한, 남성이 여성보다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지만, 폐경기 여성의 경우에는 그 확률이 남성과 거의 비슷해집니다. 이른 나이에 심장병을 앓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높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끝으로 인종 또한 심장병 발병 위험과 관련 있는 요인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한 싱가포르 연구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내에 거주하는 인도인과 말레이시아인이 중국인보다 심장병을 더 많이 앓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선천적으로 높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위험인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입니다. 금연, 절주, 적정 체중 유지, 운동, 심장에 좋은 건강 식단 따르기 등이 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실천하기가 버거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중 몇 가지만 실천하더라도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담배가 백해무익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흡연은 심혈관 손상과 심박수 증가, 혈액 내 산소농도의 감소를 야기하며, 흡연으로 동맥벽이 손상되면 내벽에 플라크가 쌓일 수 있기 때문에 협심증과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발병 위험이 커집니다. 하지만 금연은 실천 즉시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1년간 금연하는 경우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은 50% 감소합니다.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많은 이들이 쉽게 금연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담배가 가진 중독성 때문인데요. 하지만 현재 금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치료법이 활발하게 운용/채택되고 있습니다. 담배에 대한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라면 금연에 성공할 때까지 하루에 피우는 담배양을 서서히 줄여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니면 한 번에 끊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는데요. 다만 이 방법은 성공 확률이 낮고 금연에 완전히 성공하기까지 끊었다 피우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념하셔야겠습니다. 니코틴 중독이 심한 흡연자라면 국립암센터가 운영하는 금연포털 사이트 금연길라잡이 등을 통한 금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금연을 하면 치명적인 질병의 위험이 대폭 줄어들 뿐만 아니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이득입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4,500원짜리 담배를 한 갑씩 피우는 사람이 금연을 하면 연간 21만 6천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갑을 피우는 사람은 연간 무려 162만 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잔씩 마시는 와인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요. 소량의 알코올 섭취는 심장 건강에 반드시 필요한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심장 건강과 소량의 알코올 섭취 간의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여준 앞선 연구들은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요인을 간과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드 와인을 가볍게 즐기는 사람은 심장병 발병 확률이 낮지만, 발병 확률이 낮은 이유가 와인에만 있는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들이 경제적으로 더 여유롭고, 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더 나은 교육과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국제 저명 학술지 랜싯(LANCET)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은 섭취량과 관계없이 심장 건강에 무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심근증, 부정맥, 돌연 심장사 등의 무수한 심장 관련 질환을 야기할 수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꼭 술을 마셔야 할 일이 생긴다면 일일 권장량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하는 1일 적정 알코올 섭취 권장량은 성인 남성의 경우 40g(소주 5잔), 성인 여성의 경우 20g(소주 2.5잔)입니다. 심부전증이나 심장박동 이상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술을 마셔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절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중 주류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0.34%를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하여 2017년에는 0.57%를 기록했습니다. 주류 소비를 줄임으로써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가계지출도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건강하고 깨끗한 식단의 효능은 비단 체중감량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심장 건강에 좋은 식단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적정한 건강 체중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며 효과적인 신진대사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 심장질환의 발생 위험을 현저히 낮춰줍니다. 추천 식단으로는 고혈압을 완화하기 위한 식이요법으로 고안된 대시(DASH,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이 있습니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생선 등의 기름기 없는 단백질과 저지방 유제품 위주로 구성되며 건강에 좋지 않은 지방과 나트륨, 당류 섭취를 제한하는 식단입니다. 상추, 시금치, 양배추, 청경채 등의 잎채소 및 십자화과 채소의 섭취를 늘리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채소 위주의 식단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통조림류 및 냉동식품도 건강의 측면에서는 신선 식품과 다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주의할 점은 통조림을 고를 때 나트륨 함량을 잘 확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트레스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복잡한 현대사회 속에서 스트레스에서의 완전한 해방이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스트레스와 심장병의 상관관계는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과거 연구자들은 심장마비의 원인이 인체 내부 작용(막힌 동맥이 관상동맥을 파열시키거나 막는 것)에 의한 것이라고 보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와 분노지수도 발병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심박수와 혈압을 높여 플라크 불안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은 심장마비뿐만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적인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10~40%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직장에서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를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심장 건강을 위해 좋습니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대부분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돈 없이도 실천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동안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 일이나 사람 등에 대해 찬찬히 써 내려가면서 스트레스의 근원을 들여다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직장에서 무언가를 변화 시켜 이들 스트레스 요인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상사나 관리자, 직장 내 상담 전문가와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일과시간 중 단 몇 분 만이라도 릴랙스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잠깐 쉬는 시간을 갖거나, 산책 혹은 간단한 숨쉬기 운동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퇴근 후에는 운동이나 명상, 또는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서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겠습니다.
운동은 여러 가지 위험인자의 발현을 방지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액티브한 라이프스타일은 심장 건강뿐만 아니라 체중감량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데요. 사실 규칙적인 운동은 관상동맥질환, 당뇨병, 뇌졸중, 고혈압 등의 다양한 만성 질환 발병률을 20-50% 가량 줄여줍니다. 앉아서 생활하는 좌식 생활방식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적극적으로 해결 및 완화하기 위해 WHO가 권장하는 만 18~65세 성인의 주당 권장 운동량은 적절한 운동의 경우 최소 150분, 격렬한 운동의 경우 최소 75분입니다. 일주일에 5일을 운동한다고 했을 때 하루당 15~30분꼴이기 때문에 크게 부담스러운 운동량은 아닙니다.
업무 스케줄이 빡빡해 도저히 피트니스 센터에 갈 시간이 없다면 일상생활에서의 평범한 활동과 움직임도 사실 운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집안일,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도 모두 150분 목표 운동량에 포함되는 활동인 것입니다. 액티브한 생활을 하겠다고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느라 수십, 수백만 원의 돈을 들일 필요가 굳이 없다는 말입니다. 직장에서 조금 먼 곳에 주차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탈 경우 내려야 할 정거장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걷는 양을 늘리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간단한 생활 속 변화를 통해 목표 운동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주말에 오랫동안 산책하러 나갈 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 걸으면서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길러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고 싶지만 비싼 회원권이 걱정이라면 주민센터 헬스장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피트니스 센터 연간 회원관 할인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프랜차이즈 피트니스 센터의 경우 가격 정보가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되어있는 편이기 때문에 회원권 종류나 가입 기간 등에 따른 비용을 자유롭게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의 경우 회비가 매우 저렴해 장기 가입의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주민센터 헬스장은 전문 피트니스 센터급의 장비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셔야겠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확률이 매우 높은 경우든, 아니면 이미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든, 관련 치료 비용을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발병 위험이 매우 높은 사람이라면 합리적 가성비를 가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나은 보장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CI(Critical Illness: 중대한 질병) 보험상품 가입을 고려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품은 대부분 중증 질환 진단 시 보험금이 일시금으로 지급되며,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진료비를 실비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은 대개 지병이나 만성 질환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관련 질환의 진단 이력이 없을 때 미리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진단자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비싼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치료 비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잡아야 합니다. 저렴한 대체 약제 처방, 입원이나 치료 등의 제반 비용이 저렴한 병원 조사, 정부 보조금 수령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효성분이 동일한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복제) 의약품이 있다면, 전자 대비 후자의 가격경쟁력이 훨씬 높기 때문에 제네릭 의약품을 처방받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미국의 대표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경우 제네릭 가격은 오리지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약제마다 어느 정도의 비용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효가 같다면 비싼 오리지널 대신 제네릭을 선택해 약제비를 절약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치료 제반 비용이 합리적인 병원을 물색해 보는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위급상황에는 가능한 한 최고의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일반 치료를 받는 경우라면 저렴한 옵션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1인실 병실료 등의 비급여 진료비 데이터를 보면, 심혈관계 질환의 진단이 가능한 PET 전신촬영 비용이 대구가톨릭대병원은 90만 원인데 반해 길병원은 이보다 1.7배 높은 155만 원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병원별 요금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치료 전 이를 잘 알아보고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치료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병원비 납부와 관련해 병원 측과 상의해보고 저소득 국민의 의료문제를 국가가 보장하는 의료급여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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