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와 '리듬'을 모르면 대중가요는 만들 수 없다.
노래를 몇 가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분해를 하자면
노래 멜로디와 코드, 그리고 리프 반주와 리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리프 반주는, 반주는 반주인데 단순히 코드만 잡아주는 반주가 아닌
일정하게 반복되는 멜로디를 지니고 있는 반주를 말한다.
리프 반주는 모든 노래에 100%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가요라면
90% 이상 리프 반주가 사용되고 있다.
이 리프 반주를 통해 노래 멜로디가 훨씬 더 잘 살기도 하고 또는 죽기도 한다.
최근 미국의 팝 음악은 '미니멀리즘' 음악 트렌드가 유행하며
빌보드 차트 상위권의 노래 중 상당수가
노래 멜로디와 리프 반주, 거기에 비트. 딱 이렇게 3가지 정도만 사용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미니멀리즘 음악에 속하며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새로운 장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래칫(Ratchat)이다.
미국의 DJ Mustard가 어느 날 갑자기 들고 나온 이 장르로 인해
요즘 대부분의 힙합 장르는 래칫에 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박재범이나 현아가 이 장르의 음악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아래는 래칫 장르의 대표적인 곡 중 하나이다.
이 곡을 들어보면 도입부에 베이스로 연주되는 리프 반주가 처음부터 곡이 끝날 때까지
똑같은 멜로디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노래를 이끌고 나간다.
심지어 이 곡은 비트도 거의 없다. 베이스의 리프 반주가
반주와 리듬 역할을 모두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래칫 장르의 음악들은 비트 역시 대부분 유사하다.
이 곡 역시 래칫 장르에 속한다.
베이스를 통한 리프 반주와 비트를 살펴보면 위의 곡과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이 곡은 리프 반주 위에 Bell소리의 가상악기를 넣어 리프 반주를
더 화려하게 꾸며주고 있을 뿐이다.
래칫 장르는 세련되고 그루브감은 좋지만 워낙 단순하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기 쉽다.
그래서 보통 처음에 새로운 장르가 나오게 되면 그 이후에는 조금씩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며
Freshness를 실리고는 한다.
방금 곡의 경우 리프 반주 위에 Bell소리를 추가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위의 곡처럼 기존 래칫 장르에 최근 또 다른 트렌드인 EDM 요소를 가미한 음악을 쉽게 볼 수 있다.
위의 사례들을 통해 리프와 비트라는 음악의 요소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대중가요들은 바로 이 리프와 비트를 얼마나 잘 뽑아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린다.
노래 멜로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게 레슨을 해주는 선생님은 노래 멜로디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으며
대부분의 프로 현업들은 노래 멜로디 작업보다 리프 만드는 작업에
몇 배의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리프와 리듬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노래의 사례를 들어본다면
위에서 말한 리프와 리듬의 중요성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노래를 살펴보면 첫 시작부터 반복되며 지속적으로 음악을 끌고 가는
베이스 리프 반주부터 그 리듬까지 래칫 장르를 도입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의 곡들에서 느껴지던 것처럼 그루브가 느껴지지도 않고 뭔가 애매하다.
노래는 세련된 것 같기는 하지만 신나지도 않고 반복해서 듣고 싶지도 않은 음악이다.
얼핏 듣기에는 앞의 노래들과 유사하고 거기에 한국 대중가요 스타일을
가미한 것 같기는 한데 왜 느껴지는 것은 이렇게 다른 것일까.
우선 이 곡은 래칫과 사운드적으로는 무척 유사한 리프 반주를 사용하고 있으나
멜로디 라인으로 보면 전혀 다른 멜로디를 사용하고 있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래칫 음악들의 리프 멜로디는 음폭이 넓으며 다양하고 역동적인
멜로디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리프 멜로디만 듣는다고 하여도 충분히 좋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Rewind라는 이 곡의 리프 반주는
사운드면에서는 앞의 곡들과 유사하지만 멜로디 라인은 단순하게 올라가기만 하고 있다.
올라가는 멜로디도 하나의 코드 범주 안에서 한 단계씩 올라가다 보니(예를 들면 '도 미 솔'처럼)
이것을 멜로디 라인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정말 단순 무미건조하기 그지없는
리프가 되어버렸다.
래칫 장르는 리프와 반주가 각 각 50대 50을 차지한다고 할 정도인데
거기에서 리프를 말아먹었으니 처음부터 귀를 사로잡기 힘들 수밖에 없다.
또한 이 곡의 코러스 부분에서는 신디 패드를 사용해 화성 반주를
서스테인 형식으로 연주하고 있다.
래칫은 리듬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리프 반주 역시 화성 반주가 아닌 단음 멜로디를 사용한다.
그런데 여기에 서스테인 형식의 화성 반주를 넣어버리니 그나마 남아있던 리듬까지도
완전 뭉개버리고 말았다.
이 곡의 프로듀서는 최근 미국에서 트렌드인 래칫 장르를 아이돌 음악에 맞게 튜닝하여
기존 아이돌 음악과 차별화를 하려고 했겠지만
래칫 장르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이해하지 못해
결국 래칫 흉내만 냈을 뿐 전혀 래칫 같지 않으며 듣는 사람 귀에도 좋게 들리지도 않는
이상하고 애매모호한 노래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국내 음악 중에도 래칫 장르를 잘 반영한 음악들이 있다.
우선 박재범의 '몸매'는 정통 래칫 장르의 음악이다.
첫 번째 사례의 곡처럼 베이스의 리프와 비트만을 주축으로 노래가 전개되며
전체적으로 완성도도 높다.
또한 현아의 '잘 나가서 그래' 역시 래칫이다.
이 곡은 세 번째 사례의 곡처럼 EDM적인 사운드를 추가하였고
한국 음악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코러스 부분에서 멜로디 요소를 강화하였다.
또한 Pre Chorus부분과 간주 부분에서는 EDM 비트의 변주까지 삽입하며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래칫의 단점을 없애려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EDM 사운드를 사용하다 보니 위의 Rewind와 같은 신디 패드 악기를 사용하였지만
위의 곡과 다르게 서스테인 형식으로 연주한 것이 아닌
리듬에 맞춰 음을 바꿔가며 연주하여 전체적인 그루브감을 살리면서
새로운 요소를 잘 가미시켰다.
이처럼 국내 노래 중에도 래칫 장르의 핵심을 잘 반영한 노래들이 있으나
애초에 멜로디컬 한 음악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음악 스타일과 워낙 반대되는 장르이다 보니
그렇게 큰 히트를 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국내 프로듀서들이 해외의 새로운 음악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어떠한 시도를 하고 있고, 어떠한 관점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는지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최근 대중가요에서는 리프와 리듬이 무척 중요하며
그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래칫이 아닌가 싶다.
래칫이라는 장르는 사실 한계가 많은 장르이다.
워낙 단순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보니 그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 장르이다.
하지만 대중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리프와 리듬 개념을 배우기에 최적의 장르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미니멀리즘적인 음악이 트렌드를 잡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이언티가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렇지 않아도 중요한 개념인 리프와 리듬은
앞으로 대중음악에서 더욱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리프와 리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매력적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절대 히트곡을 쓸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대중음악에서 리프와 리듬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