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음악의 팔 할은 리듬이다.
요즘 한국 대중가요에서 자이언티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자이언티가 대세이다.
미디어에서도 그렇고,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도 심심치 않게 이런 말이 나올 것이다.
"자이언티 신곡 들어봤어? 이번 노래도 정말 좋아"
음악은 취향 편차가 큰 분야이다.
하지만 자이언티의 음악을 듣고 좋은지 모르겠다는 의견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이언티의 음악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이언티가 다른 가수들의 음악과 다른 요소가 무엇이길래 그런 것일까?
우선,
좋은 노래. 좋은 음악.
노래 좋다라고 우리가 말하게 되는 노래들의 공통적인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중에게 사랑받는 노래들의 공통된 특징을 뽑는다면
대략 5개 ~ 8개 사이의 요소들이 존재한다.
프로 작곡가 또는 레이블의 프로듀서들은 모두 이러한 요소들을 매뉴얼 화하여 지키고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뽑는다면 2가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리프 멜로디와 노래 멜로디의 조화가 그 첫 번째.
두 번째는 노래 멜로디가 얼마나 다이내믹하냐.
우선 첫 번째.
리프 멜로디와 노래 멜로디의 조화이다.
대중음악에는 90% 이상이 노래 멜로디뿐만 아니라 리프 멜로디라는 것이 있다.
리프 멜로디란, 쉽게 말해 반주이다.
그런데 단순히 코드를 반주하는 것이 아닌,
반복된 멜로디를 지닌 반주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음악들은
대부분 노래 멜로디도 좋지만 리프 멜로디 또한 좋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절대 노래 멜로디와 리프 멜로디는 겹치면 안 된다.
즉 같은 코드 안에서 각 각 다른 멜로디 라인을 그리면서도 조화가 되어야 하며,
그 각 각의 멜로디는 모두 각자 좋은 멜로디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정말 쉽지 않다. 설명하기도 힘드니 만들기가 오죽 힘들겠는가.)
해당 내용에 대한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얼마 전,
인기차트 상위권을 맴돌았던 소유의 '어깨'가 있다.
이 곡은 반주로 악기가 몇 가지 사용되지도 않았다.
기타 리프 반주와 드럼 비트, 거기에 피아노 키보드를 활용한 포인트 사운드 정도.
그런데도 허전하거나 빈틈없이 들리며 감미롭게 들린다.
무엇보다 처음에 기타 반주가 귀를 사로잡는다.
반복되는 기타 연주이지만 이러한 기타 소리만 들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잠시 후 보컬이 노래 멜로디를 부른다.
기타가 연주하는 리프 멜로디와 노래 멜로디는 전혀 다른 멜로디이다.
그런데 같은 코드 안에서 전혀 다른 멜로디가
완벽히 조화되어 감미롭게 들리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노래 멜로디 리듬의 다이내믹함이다.
대중 노래의 구성에는 정답은 없지만 가장 일반적인 형태를 표현하자면
Intro-> Verse1-> Verse2(또는 Pre-Chorus) -> Chorus ->
간주-> Bridge-> Chorus->Outro 정도가 된다.
여기에서 노래 멜로디가 나오는 부분인 verse나 Chorus 부분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해당 부분의 노래 멜로디 리듬이 각 각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돌 음악의 경우, 대부분 verse부분에서는 랩을 하며 멜로디 리듬이 잘게 쪼개지고,
chorus부분에서는 서스테인 형식의 노래 멜로디가 이어진다.
또는 Chorus 역시 잘게 쪼개진 멜로디 리듬이라면
verse2(또는 Pre-chorus) 부분이 박자를 길게 가져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리듬의 다이내믹함을 넘어,
chorus 한 구간 안에서도 리듬의 쪼개진 정도가 변하는 노래들이 있다.
두 말할 필요 없는 현재 전 세계 최고의 뮤지션 중 한 명인
페럴 윌리암스의 최근 히트곡이다.
이 곡의 chorus 부분을 들어보면
멜로디 리듬이 서스테인 형식과 잘게 쪼개진 형식이 번갈아가며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happy~~"부분은 서스테인 형식으로 그 뒤로는 멜로디 리듬이 잘게 쪼개지고 있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 역시
chorus 부분을 살펴보면
"누난 너무 예뻐~~"부분은 긴 리듬이지만 그 바로 뒤로는
"그 그녀를 보는 나는 미쳐"로 리듬이 잘게 쪼개지고 있다.
이처럼 한 구간 안에서도 리듬이 변하게 되면
듣는 사람의 예측을 더욱 벗어나기에 긴장감을 높이며 지루하지 않게 들리고,
풀어졌다 조여지는 변화되는 리듬이 반복되며 그루브가 살아난다.
그렇다면 이제 자이언티의 노래를 살펴보자.
우선 자이언티 음악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꺼내먹어요'이다.
이 곡을 들어보면 처음에 귀에 잡히는 소리는 피아노 반주이다.
얼핏 들으면 단순히 코드를 반주하고 있는 것 같지만
멜로디에서 가장 핵심적인 음만을 연주하기 때문에 그렇게 들릴 뿐
사실은 코드 반주가 아닌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는 리프 반주이다.
핵심 음만을 연주하고 있기에 깔끔하고 세련되게 들리면서도
피아노 반주만 들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즉 첫 번째 요소였던 리프 멜로디와 노래 멜로디가 조화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코러스 부분을 들어보자.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먹어요~"라는 앞 부분은 긴 리듬의 멜로디이다.
하지만 그 바로 뒷 부분은
"피곤해도 아침 점심밥 좀 챙겨 먹어요. 그러면 이따 내가 칭찬해줄게요."로
멜로디가 잘게 쪼개졌다.
그다음으로는 자이언티 곡 중 가장 최근 곡인 '노메이크업'이다.
이 곡에서 사용된 악기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다.
이 중 피아노는 '꺼내먹어요'처럼 리프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래 멜로디와 다른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지만
두 멜로디 간의 조화가 이루어져 있다.
또한 노래 멜로디의 다이내믹함 역시 존재한다.
"넌 모를 거야~~"부분은 verse부분보다 훨씬 더 긴 리듬의 서스테인 형태를 사용하였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대중가요의 형태이다.
그런데 그 뒷부분부터는 리듬이 더욱 잘게 쪼개져 진행이 된다.
즉 다른 대중가요보다 멜로디의 리듬 진행이 훨씬 더 다이내믹한 것이다.
이처럼 같은 구간 내에서 노래 멜로디 리듬이 변화되는 곡은 POP에서 조차 흔치 않다.
리듬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면서도 매력 있는 멜로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음감 역시 지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이언티의 노래를 악보로 뽑아서 분석해보면
노래 멜로디의 음역대가 무척 좁은 편이다.
보통 이렇게 되면 듣는 사람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자이언티의 노래는 리듬이 다른 곡들에 비해 훨씬 더 다이내믹하기 때문에
멜로디 음의 Range가 좁아도 전혀 지루하게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쉽게 따라서 만들 수는 없다.
(김연아가 점프를 어떻게 하는지 개념적으로 이해했다고 똑같이 점프를 할 수 없는 것처럼)
국내 뮤지션 중에 자이언티처럼 리듬을 감각적이고도 자유롭게
마음껏 갖고 노는 사람은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자이언티의 노래가
유독 세련되고 좋게 들렸던 이유라고 판단된다.
워낙 단순히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영역이라
타인이 나의 글만 보고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위의 내용을 단 한 줄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이 되지 않을까 싶다.
"리듬을 이해해야 좋은 멜로디가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