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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09. 2023

후야/도유 1

무시하기에는 너무 낮은 주가

저의 투자는 현재 크게 세 가지 투자 카테고리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퀄리티 기업  

    고퀄리티 후보 기업  

    극단적 저평가 기업  

고퀄리티와 고퀄리티 후보 기업은 제가 다른 글에서 지속적으로 밝혀온 성장하는 훌륭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반영하고 있으며 현재 전체 투자의 88%가 이 두 카테고리의 기업들에 투자돼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고퀄리티 기업이 81%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12%는 흔히 'too cheap to ignore'라고 하는, 무시하기에는 너무 낮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극단적 저평가 기업에 투자돼고 있습니다. 이 카테고리에 속한 주식은 극단적 저평가의 상태에서 적정가치 평가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다만, 이 투자 방식은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10% 정도의 낮은 비율로 아주 매력적인 기회가 있을 때만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할 기업인 인터넷 스트리밍 기업 후야와 도유가 그 주인공입니다.


비즈니스 모델


후야와 도유는 이해하기 쉽고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들입니다. 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의 아프리카tv, 미국의 트위치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트리머들이 주로 게임과 관련된 방송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며 스트리밍 후원 및 선물 수수료와 광고비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구조입니다. 이 산업은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게임 산업의 성공에 직접적인 수혜를 입음과 동시에 특정 게임의 흥망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게 됩니다.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 게임의 흥망에 회사의 미래 수 년이 달린 게임 기업들과는 달리 스트리밍 기업들은 게임 산업 그 자체의 인기만 식지 않는다면 여전히 시청자들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단순하고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후야와 도유는 극단적인 저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후야의 매출 대비 주가는 0.57, 즉 1년에 버는 매출의 57%이며 자산 대비 주가는 0.49로 자산 가치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입니다. 도유는 더욱 더 심각한 모습으로 매출 대비 주가가 0.32, 자산 대비 주가는 0.35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극단적 저평가의 이유


후야와 도유가 이러한 저평가를 받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1. 정부의 규제와 미중 갈등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2. 기업의 운영에 명백하게 문제가 많습니다.


1. 정뷰 규제와 미중 갈등


여타 다른 중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후야와 도유 역시 정부의 규제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오히려 컨텐츠 산업에 포함 돼어있는 기업들인만큼 이에 민감한 중국 정부로 인해 다른 기업들보다 더욱 더 깐깐한 규제에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현재 도유의 경우에는 컨텐츠에 대한 문제가 발견되어 정부가 직접 관여하여 도유 본사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정부는 게임 자체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게임 관련 규제 완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작년에는 1년 내내 게임 판호의 허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을만큼 게임 산업 성장 자체에 큰 걸림돌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으로 인한 미국 상장 ADR의 상장폐지 여부 역시 두 기업의 평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후야와 도유의 산업 자체는 미국와의 갈등으로 인해 기업 운영에 피해가 생길 요소는 적지만 홍콩 증시에 상장이 돼있는 경우가 많은 다른 중국 기업들과 다르게 후야와 도유는 홍콩 증시에 상장돼있지 않아 상장폐지가 이루어질 경우 자본 유입에 있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이 이슈는 중국 정부의 협조로 인하여 어느정도 정체되어 있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된다면 언제든지 미국 정부의 카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2. 끔찍한 기업 운영


첫 번째 이슈는 기업 자체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외부적인 요소지만 두 번째 이슈는 기업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이며 개인적으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외부 환경과 다르게 제대로 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개선의 여지가 없는 기업 내부 문제를 더욱 더 큰 리스크로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스트리밍 플랫폼 산업은 상당히 매력적인 산업입니다. 실제로 한국 기업인 아프리카tv의 경우 최근 회계연도 기준 영업 마진 26%로 상당히 훌륭한 마진을 보여주고 있으며 미국 상장 기업들과 달리 전반적으로 저평가받는 한국 상장 기업임에도 자산 대비 주가가 3.29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반해 후야와 도유는 처참한 매출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0년에 잠깐 영업이익을 기록하여 후야가 6%, 도유가 17%의 영업 마진을 기록했지만 그 이후에는 영업이익 자체를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기업의 처첨한 영업 마진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작용합니다. 첫째, 수 많은 시청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 기업임에도 광고 매출을 크게 기록하지 못하고 있으며, 둘째, 매출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을 스트리머에게 환원하고 있습니다. 후야와 도유는 지난 2년간 어닝 컨퍼런스에서 늘 이러한 문제점들이 장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수익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시청자 수 증가와 플랫폼 확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보다 고객에 대한 환원을 우선시하여 장기적인 성장을 이루어낸 기업들은 여럿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코스트코나 아마존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다른 마트들과 차별화된 14% 고정 마크업을 유지하며 수익성을 제한하여 구매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아마존 역시 상품의 가격을 매력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며 수익성을 낮게 유지하돼 구매자를 빠른 속도로 늘리는 공유 경제 구조를 만들어내어 크게 성공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당장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후야와 도유 운영진들의 이야기는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상당히 처참합니다. 두 기업은 2020년 이후 매출 자체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유저 수 역시 2020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했습니다. 코스트코와 아마존이 수익성을 제한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구매자를 더욱 더 끌어들여 규모 자체의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기 때문이였습니다. 두 기업은 수익성을 제한하더라도 꾸준히 높은 수준의 매출과 구매자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하지만 후야와 도유는 거창한 목표와는 다르게 수익성이 제한되지만 규모 자체도 축소되는 끔찍한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점점 줄어드는 매출과 유저 수는 두 기업의 목표에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기에는 너무 저렴한 가격입니다. 버려진 담배꽁초에는 물론 손을 대기 싫지만 마지막 한 모금이 남아있는 것에 비유되는 담배꽁초 투자와 같은 맥락입니다. 현재 두 기업은 보유 현금보다도 낮은 주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즉, 이 기업들은 기업 운영을 포기하고 당장 가진 현금을 배분하기만해도 지금의 주가보다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두 기업이 지난 2년 현금 유출 상태임을 고려하면 시장은 미래에 후야와 도유가 보유 중인 현금을 지속적으로 잃을 것이며 가지고 있는 현금만큼의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보유 현금보다 낮은 주가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기업이 당장 모든 자산을 유동화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한 상황에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가지고 있는 자산이 앞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라면 당연히 보유 자산보다 낮은 가치로 평가받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후야와 도유의 현금 유출과 보유 현금을 실제로 비교하여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현금이 바닥나는 것을 '기업이 망하는 것'의 기준으로 본다면 두 기업이 망하는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요? 후야의 보유 현금은 약 100억 위안이며 2022년 회계연도의 현금 유출은 13억 위안이였습니다. 간단하게 계산해보면 현재의 현금 유출이 유지되고 후야의 현금이 보충될 요소가 전혀 없다면 약 8년 후에 가진 모든 현금을 잃게됩니다. 도유의 경우는 보유 현금 약 60억 위안 현금 유출 약 4억 위안 (흥미롭게도 도유는 현금 유출 상태에서도 1억 위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습니다)으로 15년 정도 후에 가진 모든 현금을 잃게 됩니다.


주목해야할 점은 두 기업 모두 매출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출의 조절을 통해 현금 유출의 정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기업 모두 실제로 2021년 회계연도에 비해 현금 유출의 심각성을 유의미하게 줄이는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유저 수의 감소세가 2023년 1분기에 들어 그 속도가 감소했으며 매출의 감소세 역시 둔화되고 있습니다. 매출과 유저 수 감소의 둔화는 현금 유출의 둔화를 의미하며 보유 현금 대비 현금 유출의 심각성 역시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현금 유출의 가장 큰 리스크로 판단되는 부채가 전혀 없다는 점 역시 리스크를 완화시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후야와 도유의 현금이 바닥나버리는 위험성은 현실적으로 높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업의 현금 유지력이 증명된다면 당연하게도 기업 가치는 최소한 현금보다는 높게 책정되게 됩니다.


후야와 도유의 지금까지의 운영은 끔찍하다는 말로도 부족하지만 중국 게임 산업의 규제가 완화되며 게임 산업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중국의 게임 시장은 지속적인 정부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함께 1,2위를 다투는 대규모의 시장이며 앞으로 더욱 더 성장하여 세계 1위 게임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또한 두 기업은 상당히 매력적인 산업에서 이미 복점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비리비리와 같은 동영상 산업과 비교할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지지만 중국 게임 스트리밍 시장의 대부분을 후야와 도유가 복점하고 있으며, 두 기업은 모두 텐센트를 대주주로 두고 있어 비이성적 출혈 경쟁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후야와 도유는 분명히 개선해야할 점이 많습니다. 총 매출 대비 극단적으로 낮은 광고비를 다른 스트리밍 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매출 구조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하며 정부 규제의 완화를 확실하게 유저 수 증가 및 이익 증가로 이끌어갈 필요성이 있습니다. 현금 유출의 감소세를 지금과 같이 매년 유의미하게 유지시키고 가까운 미래에 2020년과 같은 수준의 현금 유입과 매출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시장의 평가는 냉정합니다. 후야와 도유의 현재까지의 모습을 바탕으로 미루어봤을 때 다시는 2020년 수준의 매출을 기록할 수 없을 것이며 현금 유출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지도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는 산업에서 복점 구조를 갖추고 있는 두 기업이기에 현재의 냉정한 평가는 그 정도가 너무 극단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포트폴리오의 12%는 후야와 도유에 투자 중입니다.


Disclaimer: 본 글은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6/4/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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