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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09. 2023

잃지 않는 투자의 중요성

워렌 버핏의 2원칙

워렌 버핏의 투자 2원칙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 첫째, 돈을 잃지 말것. 둘째, 첫 번째 원칙을 지킬 것.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는 투자 격언이기에 또 다른 진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 경험이 쌓일수록 이 격언에 접근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땐 이 격언을 듣고는 투자 대가의 좋은 충고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당연히 돈을 잃지 않는 것은 좋은 것이고 그걸 지킬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그 때의 저는 돈을 잃지 않는 것보다는 돈을 버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는 2021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이후 가파른 상승장에서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에 FOMO로 인하여 주식을 시작한 사람이 다수 있었지만 딱히 그런 접근은 아니였습니다. 직장 생활을 막 시작하여 꾸준한 현금 흐름이 생기기 시작했고 학생 때부터 때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자금이 없었기에 시작할 수 없었던 투자를 이제 시작해보겠다는 마음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을 때 주식 시장은 이미 꽤나 과열된 상태였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비이성적인 장세라는 결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저 주식 시장이란 이런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대학교에서 경영과 재무에 대해 나름 배웠던 저에겐 '시장효율이론'에 대한 얕은 지식이 있었고 당시의 시장 역시 일정 부분 고평가일순 있어도 시장효율이론에 의하면 어느정도는 합리적인 시장일 것이라고 가정하여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 결과는 꽤나 처참했습니다.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그랬듯이 고성장주에 투자하며 이 기업들이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시장의 열기가 차갑게 식으며 손해의 늪에 빠지게되며 영구적 자본손실을 입게 됐습니다. 당시 큰 충격을 받고 투자에 대해 다시 한 번 공부하며 방향성을 다잡은것이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되어 어떻게보면 유의미한 경험이였지만 그 당시에는 워렌 버핏이 말한 '잃지 않는 투자'를 전혀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저 얕은 지식으로 시장에 뛰어들어 손해를 본 수 많은 투자자들의 흔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2022년의 실패를 통해 '잃지 않는 투자'가 도대체 왜 중요한가에 대해 나름의 이해를 하게됐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잃지 않는 투자'는 '스노우볼 효과' 관점에서 필수불가결한 조건입니다.


'스노우볼 효과'는 눈덩이가 구르면 구를수록 그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에 빗대어 무언가가 점진적으로 더욱 더 빠른 속도로 커지는것을 이야기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리가 스노우볼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복리의 위대함은 이미 다들 인지하고 있습니다. 연 10%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10년 동안 꾸준히 수익을 올린다면 10%에서 10배가 된 100%가 아니라 무려 그 두 배가 넘는 259%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는 것이 복리의 위대함입니다. 하지만 복리에 대한 많은 투자자들의 관점은 단순히 "내가 이 정도 수익률으로 앞으로 10년간 수익을 올린다면 내 돈은 이만큼이나 불어날 것이다" 정도의 행복회로를 돌리는 것에 불과할 때가 많습니다 (2021년의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복리는 단순히 수익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눈덩이를 굴려 점점 더 기하급수적으로 눈덩이가 커진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더 빠르게 굴린다거나 더 눈이 많은 곳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눈덩이가 깨지지 않는 것입니다. 눈덩이에 붙은 눈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눈덩이를 굴리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져 눈덩이가 반으로 깨진다면 그 순간 스노우볼 효과는 크게 후퇴합니다. 반 남은 눈덩이가 다시 그전의 크기까지 가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혁신적인 성장주, 밈 주식 등은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빠르게 눈덩이를 굴렸지만 2022년에 대부분의 눈덩이는 깨지고 말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다수의 눈덩이들은 반 정도로 깨지는 것에 멈추지 않고 10분의 1만 남은 경우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내 눈덩이가 10분의 1이 됐다면 이 눈덩이가 다시 원래의 크기를 되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마어마합니다. 그 이후에 정말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여 연 20%의 수익률을 꾸준히 낼 수 있다고 가정한다고해도 1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복리는 투자자에게 남아있는 시간에 비례해 더욱 더 그 위대함이 커집니다. 영구적 자본 손실은 복리의 원동력을 상실케하는 가장 치명적인 적입니다.


워렌 버핏의 '잃지 않는 투자'는 복리의 힘을 그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체감한 그가 이야기하는 복리의 위대함을 온전히 누리기 위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이러한 울림을 가지고 잃지 않는 투자를 했다면 좋았겠지만, 저 역시 여러번의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지를 것입니다). 다만 다행인 점은 이 교훈을 제 투자 인생의 극히 초반부에서 얻었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말한 영구적 자본 손실의 위험성은 사실 앞으로 투자기간이 많이 남은 사람들에게는 다행히도 그 위험이 덜합니다. 상대적으로 앞으로 생길 현금흐름에 비하여 크지 않은 돈이고 자본 손실 그 자체를 투자 수익이 아닌 현금 흐름(월급 등)으로 채워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도 당시 입은 영구적 자본 손실이 있음에도 투자 금액 자체는 당시보다 커졌다는 점에서 눈덩이를 다시 채워넣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이 눈덩이를 크게 깨는 우를 범하지 않고자합니다. '잃지 않는 투자'를 통해 복리의 위대함을 실현하는 것이 워렌 버핏에게서 배운 저의 교훈입니다.


5/2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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