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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08. 2023

TSMC 1

워렌 버핏 뒤에 숨겨진 그림자

2022년 3분기 13F가 발표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을 놀라게한 워렌 버핏의 새로운 편입 종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 였습니다. TSMC는 기술 혁명 시대의 쌀이라고도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워렌 버핏의 투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워렌 버핏이 애플을 기술 기업이라기보다는 소비재 기업으로써 인식하여 매수를 했듯이 TSMC 매수 역시 반도체를 더 이상 기술으로만 보지 않고 기술 혁명 시대의 필수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보고 투자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TSMC는 실제로 해당 분야 2위인 삼성전자와도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큰 격차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1등 기업입니다.


하지만 더욱 더 충격적인 뉴스는 한 분기가 지난 2022년 4분기 버크셔 해서웨이 13F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장기투자의 상징과도 같은 워렌 버핏이 TSMC의 투자지분의 80%이상을 한 분기만에 매도한 것입니다. 주가의 변화를 생각해봤을 때 워렌 버핏이 이 투자를 통해 유의미한 이득을 봤다고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 소식은 저에게도 꽤나 충격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워렌 버핏이 TSMC를 매수하기 전부터 TSMC를 보유하고 있었고 워렌 버핏의 매수가 기업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투자자 중 하나인 워렌 버핏이 내가 보유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꽤나 의미있는 일이였습니다. 하지만 채 3달도 되지 않아 거의 대부분의 지분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워렌 버핏은 이후 인터뷰에서 TSMC의 지정학적 리스크, 즉 중국과의 갈등에 큰 영향을 받는 지역임을 이야기하며 TSMC의 매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2023년 1분기 13F가 나오기 전부터 TSMC의 남은 부분들 매도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실제로 최근 발표된 13F에서 잔량을 매도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최근 있었던 자본주의 우드스탁으로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도 역시 TSMC의 매도는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이라고 재차 밝혔습니다. 이 이유가 정말 매도의 전부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은 차처하더라도 워렌 버핏의 TSMC 매수와 매도는 꽤 많은 효과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워렌 버핏의 매도와 함께 TSMC를 매도했으며 오히려 반대로 워렌 버핏의 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기회로 생각하고 TSMC를 매수하기 시작한 투자 기관도 다수 있었습니다. 결국 지금 TSMC의 이야기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면 매도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매수하는 것이 됐습니다. 실제로 워렌 버핏도 TSMC를 '훌륭한 운영진이 이끄는 중요한 기업'이라고 말했으니 지정학적 리스크만 없다면 훌륭한 기업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저는 이로부터 파생되는 TSMC의 다른 재무적인 요소들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CAPEX와 매출마진 입니다.


CAPEX, 그 끝은 어디인가


TSMC는 기업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너무나도 명백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TSMC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 생산 공장을 대만과 중국 이외의 지역에 건설하는 것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칩의 생산량을 지정학적 리스크의 대상이 되는 곳이 아닌 안전하다고 판단 되는 곳으로 집중시키는 것입니다. 특히 최신 기술로 생산되는 반도체의 경우 더욱 더 그 필요성이 부각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해소를 위해 TSMC는 2021년부터 해외 공장 증설을 위해 큰 규모의 CAPEX를 지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Brownstone Research


위 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2021년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CAPEX는 2022년에도 360억 달러로 높게 유지됐습니다. (위 그래프의 $44B는 잘못된 수치로 실제 발표된 수치는 $36B입니다). 최근 TSMC는 경기의 악화로 인해 줄어드는 반도체 수요로 인해 CAPEX를 2023년에는 조금 줄이기로 했지만 여전히 320억 달러의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TSMC의 공장 글로벌화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명백합니다. 현재 TSMC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17개의 대표 공장 중 단 하나의 공장만이 미국에 위치하고 있으며 14개의 공장이 대만에, 나머지 두 개의 공장은 중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위치한 공장 중 하나는 '기가펩'으로 분류되는 대규모 공장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TSMC의 공장 집중도는 이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이지 해결되고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에 큰 규모로 투자한 미국 애리조나 공장 역시 실제 가동은 2024년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리조나의 신설 공장은 분명히 거대한 공장이지만 TSMC의 집중도를 해소하기에는 일부분일 뿐입니다.


TSMC가 앞으로도 꾸준히 지정학적 리스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곳에 공장을 신설하고자 한다면, 지금 수준의 CAPEX를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유지해야 합니다. 경기의 둔화로 인하여 반도체의 수요가 출렁이는 시점에 TSMC는 CAPEX 투자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간 반도체 시장의 눈부신 성장이 뒷받침 됐을 때 이러한 투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미래 생산 역량을 늘리는 중요한 결정이였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투자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경기가 뒷받침 되어줘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우려는 결국 TSMC가 2021년 부터 순이익과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CAPEX를 지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부각됩니다. 특히 2023년의 매출이 유의미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 시점에서 CAPEX는 2022년에 비해 11%가량 감소했을 뿐입니다. TSMC는 해당 산업에서 압도적인 1위 기업으로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잠깐 휘청일수는 있어도 큰 틀에서 꾸준히 늘어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수 년전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던 (생산량을 늘리기만 한다면 매출량의 증가가 보장되던) CAPEX투자가 더 이상 같은 그림을 그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공장이 유의미하게 지속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수준에서 CAPEX 투자가 멈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TSMC는 진정한 의미의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를 위해서라면 앞으로도 남은 16개 규모의 공장을 증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TSMC가 수요 이상의 공장을 지으면서까지 지정학적 리스크의 완전 해소를 추구할리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대체 언제까지 이 규모의 CAPEX를 유지해야 하는가는 분명히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높은 이익률, 유지할 수 있는가


TSMC는 놀라온 기술력의 격차와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점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산업에서 믿기 어려운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매출 총 이익률은 60%에 육박하고 영업이익률 역시 40%를 가뿐히 넘습니다. 2인자로 분류되는 삼성전자가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점을 생각하면 최소 4배 이상의 영업이익률입니다. TSMC의 가장 큰 힘은 역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결정권입니다. 비슷한 세대의 반도체에서조차 삼성의 반도체와 TSMC의 반도체는 그 수율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퀄컴이 단순히 회사의 대표 칩인 스냅드래곤의 생산 기업을 삼성에서 TSMC로 바꾼 것으로 성능 테스트에서 큰 개선을 이루어냈다는 점이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TSMC의 강요된 해외 공장 증설은 이 이익률에 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과의 협업, 애리조나 공장 증설은 분명히 유의미한 노력입니다. 더 복잡하고 중요한 기술을 바탕으로한 반도체 생산 지정학적으로 안전한 지역에서 진행함으로써 현재 대두된 지정학적 리스크를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진국으로의 진출은 곧 원가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대만의 최저임금은 2022년 기준 월 110만원 정도이며 닛케이아시아의 조사에 의하면 대만 노동자의 4분의 1은 최저 임금만을 받고 일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상대적으로 대만에 비해 임금이 높은 지역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진출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해소임과 동시에 원가 상승의 원인이 됩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TSMC가 불가피한 원가 상승을 가격 상승으로 상쇄할 수 있는가입니다. TSMC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TSMC가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원가의 상승을 100%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이루어지는 일이며 실제로는 TSMC가 원가 상승의 일부를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정리해보면 TSMC는 두 가지 연동된 리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를 위한 해외 공장 증설은 불가피한 원가 상승을 초래합니다. 불가피한 원가 상승을 통해 이익률이 낮아진다면, 해외 공장 증설에 부담이 더 커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공장 증설을 이어간다면 이는 원가의 더욱 더 가파른 상승을 야기할 것이며 결국 또 다시 해외 공장 증설에 대한 부담을 커지게 만듭니다. 이 악순환 속에서 TSMC가 어떤 대답을 보여줄지가 중요합니다.


결론


TSMC는 훌륭한 기업을 넘어서 위대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TSMC가 없어진다면 시장 전체에 엄청난 폭풍이 몰아칠 것은 확정적입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없으며 미국이 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SMC가 마주하게 된 문제점들은 반도체의 절대적 호황기에서 맞이하던 문제들과는 그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TSMC에 투자함에 있어서 두 가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TSMC의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 필요한 비용은 얼마나 크며 실제로 해소될 수 있는 리스크인가   

선진국 공장의 가동 이후에도 TSMC의 높은 이익률이 유지될 수 있는가          


1번은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음과 동시에 제대로 된 판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투자에 있어서 얼마나 고려해야하는가는 어려운 문제지만 TSMC가 이 부분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그 의지의 현실화에 필요한 비용이 어느정도인지는 가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TSMC가 앞으로 이 문제에 사용할 돈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무게감을 떠나서 분명히 비용입니다. 2번은 상대적으로 명확합니다. 다만, 애리조나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는 2024년 이후와 추가적인 해외 공장 증설 이후에 확인이 가능한 수치라는 점에서 당장은 지표로 삼을 수 없습니다.


워렌 버핏의 짧은 보유와 매도로 인하여 온전히 지정학적 리스크 그 자체에만 투자의 관점이 집중된 지금, 오히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어떤 재무적인 문제가 발생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성을 느낍니다.


Disclaimer: 이 글은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5/22/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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