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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06. 2023

주식을 팔아야 할 때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라는 말은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단 주식에 투자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더 와닿게 되는 표현입니다. 저렴하다고 생각하고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한 없이 내려갈 때, 혹은 좋은 기업을 매수했다고 생각하여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도하지 않고 포지션을 유지했지만 수익을 전부 토해내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됐을 때 등 수 없이 많은 순간에 매도의 어려움을 느낍니다. 기본적으로 가치 투자를 할 때에 공식처럼 이야기하는 주식을 매도해야할 3가지 기준들이 있습니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변했을 때  

    내 생각이 틀렸을 때  

    더 좋은 투자 기회가 생겼을 때  


이 기준들은 기준으로써의 역할보다는 교훈으로써의 역할을 합니다. 나의 투자 선택이 옳았다면 왠만하면 매도하지 않을 것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교훈은 결국 수 많은 가치투자자들의 언행과 합치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유 기간은 '평생'이다"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한 투자의 전설 워렌 버핏을 비롯하여 모니쉬 파브라이, 테리 스미스, 닉 슬립과 같은 투자자들도 훌륭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투자가 가장 이상적인 투자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역시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워렌 버핏은 대만의 반도체 기업인 TSMC를 2022년 3분기에 크게 매수를 하고 2022년 4분기에 80%이상을 매도하더니 2023년 1분기에는 남아있는 주식 역시 매도했습니다. 워렌 버핏이 얘기하는 본인이 선호하는 보유 기간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겨우 2분기 만의 매도였습니다. 테리 스미스 역시 작년에 어도비에 큰 지분을 투자했지만 2023년 1분기에 전량 매도했습니다. 테리 스미스도 전형적인 훌륭한 기업에 투자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투자자임에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한 주식을 크게 매수했다가 모두 팔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보유기간은 왜 스스로도 지키지 못하는 걸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매도의 기준에 그 답이 있습니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변했을 때  


테리 스미스는 어도비에 큰 지분을 투자하면서 어도비가 훌륭한 기업이기에 투자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어도비는 해당 산업에서 확실한 해자와 훌륭한 자본 배분과 성장을 증명해왔습니다. 이러한 주식에 대한 매수는 테리 스미스의 투자 성향을 생각했을 때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하지만 테리 스미스는 올해 2월에 어도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습니다. 경쟁사인 피그마의 인수에 200억 달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듣고 테리 스미스는 그 특유의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어도비가 지금까지 보여왔던 유기적인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를 엄청난 가격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것에 테리 스미스는 불쾌함을 표현했습니다. 이 인수가 실패했으면 좋겠다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어도비는 테리 스미스의 운용 자금 정도로 유의미한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작은 회사가 아니기에 결국 테리 스미스는 전량매도를 진행합니다. 본인이 생각했던 어도비의 유기적 성장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변했음을 명확히 인지하고 빠른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물론 테리 스미스가 어도비를 팔았기 때문에 어도비가 더 이상 훌륭하지 않은 기업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배울 점은 투자자로써 어떤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릴 때에는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단순히 주가만을 생각했을 때는 테리 스미스의 결정이 장기적으로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테리 스미스는 그의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는 어도비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자신 스스로의 이해가 분명히 있었고, 그 변화를 인지하자마자 결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기업의 매수 이전에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명확히 이해를 한다면 비즈니스 모델이 변했을 때 미련없이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생각이 틀렸을 때


올해 5월에 진행된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 총회에서는 당연하게도 TSMC 매도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질문자는 "TSMC를 매도한 이유가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이라고 했지만 버크셔 해서웨이가 TSMC를 매수하기로 결심한 시점과 매도한 시점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TSMC에 대한 투자를 재고하게 됐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워렌 버핏은 조금은 애매한 답변을 했습니다. "TSMC는 훌륭한 운영진이 이끄는 중요한 기업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능하다면 그 곳이 아닌 미국에 그런 기업이 있다면 그 곳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일본 기업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옆에 있던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워렌은 대만에 대해 조금 더 낙관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워렌 버핏은 '본인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 것과 같습니다. TSMC라는 기업은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워렌 버핏이 처음에 생각했던 투자 이유가 추후에 재고했을 때 흔들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워렌 버핏의 매수 시점과 매도 시점 사이에 지정학적 리스크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기에 다른 이유로 (내부자 정보 등을 듣고) 매도하고 그럴듯한 이유를 이야기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떠나 워렌 버핏은 본인의 생각이 틀린 것에 대해 빠르게 인지하고 매도라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워렌 버핏은 이전에도 본인의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지 못하여 손실이 커진 것에 대해 후회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워렌 버핏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인 항공사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TSMC에 있어서는 본인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매도하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테리 스미스와 어도비의 예와 마찬가지로 워렌 버핏의 매도가 TSMC를 훌륭하지 않은 기업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워렌 버핏은 TSMC가 훌륭한 기업이라고 칭찬을하며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투자자로써 기업에 투자하기 전 내가 어떤 이유로 이 기업에 투자하는지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입니다. 1번에서의 이야기와 결국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결국 가장 어려운 매도 조건은 3. 더 좋은 기회가 생겼을 때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매도 조건은 굳이 따르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현금 흐름이 있는 경우가 많고 그 현금 흐름으로 새로운 좋은 투자 아이디어에 투자하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매수를 진행하기 전에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내가 투자하는 이유를 명확히 한다면 매도가 한결 단순해집니다. 다시 말하자면, 기업의 매수를 진행할 때 최대한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다면 매수의 시점에서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이미 확정시킨 것과 마찬가집니다. 결국 훌륭한 가치투자자에게는 매수가 예술이며 매도가 기술입니다.


5/1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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