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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15. 2023

너무 쉬운 투자 2

주식을 영원히 보유하라

워렌 버핏의 수 많은 투자 격언들 중 가장 잘못 인용되는 격언은 역시 "내가 가장 선호하는 보유 기간은 '영원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맥락의 격언으로 "주식을 10년 동안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면 10분도 보유하지 말아라"라는 격언이 인용되기도 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 격언들을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방식은 '주식을 영원히 보유하면 수익이 보장된다'라는 낙천적인 생각입니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과 같은 대기업들의 주가 그래프를 올려놓고 10년 전, 20년 전에 이 주식들을 사고 영원히 보유했다면 몇 천 프로의 수익이 났을텐데 생각하며 역시 주식은 영원히 보유하면 된다는 생각에 확신을 더합니다. 말 그대로 너무 쉬운 투자입니다.


생존 편향과 확증 편향


어떠한 가설에 대한 반론을 펼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같은 가정을 두고 분석했을 때 유의미하게 다른 결과물들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의 많은 데이터들은 영원히 보유하는 전략은 전혀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주식을 영원히 보유한다는 전략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들은 모두 생존 편향과 확증 편향의 결과물입니다. 투자자들이 지금 볼 수 있는 주식들은 전적으로 '살아남은 기업들'뿐입니다. 살아남지 못한 기업들은 이미 시장에서 보이지 않으며 마치 없었던 것과 같이 취급됩니다.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미국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종목은 총 179개로 이는 나스닥과 NYSE에 상장된 주식의 3%에 이르는 숫자였습니다. 살아남은 기업들만이 분석이 되는 생존 편향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상장폐지된 기업들 역시 데이터에 포함돼야만 합니다. 하지만 상장폐지된 기업들의 정보는 대부분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가설에 사용되는 자료는 근본적으로 편향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확증 편향이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영원히 보유했을 때 오히려 손해가 된 주식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장기 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들고 오는 기업들은 모두 확증 편향에 기반한 기업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기업은 물론이고 몬스터 베버리지나 코파트같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기업들이 100배 오른 것을 예시로 들며 단순히 유명한 기업들뿐만아니라 이런 알려지지 않고 소외된 기업들 역시 장기간 보유했다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줬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채 상장폐지됐거나 전혀 시장대비 아웃퍼폼을 하지 못하는 주식들을 예시로 반박할 것도 없이 인텔과 같은 대기업이 약 20년전과 주가가 같은 수준이며 GE의 경우 25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지금의 주가 수준이였다는 것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영원히 보유하는 것을 논파하는 예시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좋은 기업'을 영원히 보유하라


사실 위와 같은 반론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며 논리적인 사고 체계를 가진 투자자의 경우 단순히 '영원히 보유하는 것'은 통용될 수 없는 전략임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보유하라'는 말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 '좋은 기업'이라는 전제입니다. 얼핏 들으면 좋은 전략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기업'이라는 전제가 생겼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기업들에 조금 더 설득력이 생깁니다. 애플이나 엔비디아는 말 그대로 좋은 기업들이며 이런 기업들에 장기간 투자한다면 훌륭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생각은 '좋은 기업'에 대한 판단을 지금까지의 기업가치 성장에 두기 때문에 일어나는 오류입니다. '좋은 기업'은 지금까지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이라는 결과론적 판단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투자의 기준은 미래에 대한 예측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평범하게 '좋은 기업'이라는 것은 어떤 기업들일까요? 현재 미국 주식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https://companiesmarketcap.com/usa/largest-companies-in-the-usa-by-market-cap/


투자자들 모두 이름만 들어도 아는 훌륭한 기업들입니다. 이러한 기업들이야말로 '좋은 기업'아닐까요? 모두 각자 견고한 해자를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며 어마어마한 매출과 훌륭한 현금흐름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이런 기업들을 영원히 보유하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전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러한 전략은 유의미한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과 같이 지난 2001년부터 15년간 시가총액 상위 5위 안에 있었던 기업들 중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한 모두가 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11년에는 상위 5위를 지키지 못했지만 2016년에는 다시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유일할 정도로 대부분의 기업은 시가총액 상위에서 밀려날 경우 다시 해당 위치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2023년 현재 기준 시가 총액 상위 5위는 페이스북이 엔비디아로 교체됐을 뿐 큰 변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반복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이 기업들 역시 현재 위치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출처: visualcapitalist.com


단순히 시가 총액 순위에서 개별 기업들이 밀려난 것과 반대로 실제로 시가 총액이 높은 기업들을 좋은 기업으로 판단하여 장기간 보유한다면 역사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을지는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시가 총액 순위에서 밀려나는 것과 별개로 주식 시장 자체의 규모가 커져가고 있으며 꼭 상위 5위 혹은 10위를 지키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투자했다면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다면 1927년부터 2019년까지 주식시장의 약 90년 역사에서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출처: Dimensional Fund Advisor


시가 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경우 시가 총액이 커져 상위 10개 기업에 들어가기 이전에는 시장에 비해 최대 24.3%, 최소 10%이상 시장 지수를 상회하는 기록을 올렸지만 상위 10개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이후에는 시장에 비해 이후 3년간 0.7% 상회의 초라한 성적과 심지어 기간을 늘릴 경우 시장에 투자하는것보다 낮은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과거에 이런 결과가 있었다고 미래에도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좋은 기업들이 시장에 비해 부족한 성과를 올릴 것이라는 보장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보유하라'는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이미 '과거'에 수 천 프로 상승한 기업들만을 예시로 들면서 반대의 결과가 도출되는 과거는 인정하지 못한다면 근본적으로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좋은 기업'을 골라내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동안 시장 수익률을 상회한 주식은 전체 주식의 22%에 불과했습니다. 이 22%의 기업들 역시 단순히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을 뿐, Bessembinder의 지난 20년 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시장 수익의 대부분은 당해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한 4%의 주식이 이끌었습니다. 결국 '좋은 기업'을 찾는 것은 아무리 쉬어도 상위 22%, 진정한 의미로 성공하려면 상위 4%의 기업을 골라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좋은 기업을 영원히 보유하라'는 투자는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너무 쉬운 투자이며 이러한 투자 방식은 시장대비 초과성과를 이뤄내기 어렵습니다.


영원히 보유할 수 있는 유일한 것


존 보글의 위대함을 기리며, 적어도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영원히 보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시장 전체'밖에 없습니다. 시장에 투자했을 경우에도 물론 무조건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과거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어떠한 가설에 대한 효과적인 반론은 같은 가정으로 다른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인데, 시장에 대한 투자는 역사적으로 늘 훌륭한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너무나도 운이 좋지 않아서 지난 20년간 시장의 최고점만 골라서 투자를 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왔습니다. 무언가에 '영원히' 투자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역사적 근거는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워렌 버핏의 투자 격언들은 투자에 대한 이해나 노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 아닙니다. 워렌 버핏은 여러 번 일반인들은 S&P 500 인덱스 펀드와 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또한 본인의 투자 방식에 공감하고 그러한 방식이 초과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면 본인을 따라하기 보다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투자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은 듣고 싶은 부분만을 듣고, 그 부분을 확증해주는 편향된 근거만을 바라보며, 너무 쉬운 투자로 초과 수익을 원합니다. 


이론적으로도 너무 쉬운 투자는 성립될 수 없습니니다. 투자를 통한 수익은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서로 주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데서 발생합니다. 어떠한 주식을 특정 주가에 사서 수익을 보기 위해서는 해당 주가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주식을 팔아주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 주식들을 사주어 주가가 올라가며, 내가 팔고자하는 주가에는 그 주가가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합니다. 결국 투자는 상대방이 틀렸음을 주장하는 행위인데, 너무 쉬운 투자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모두가 그런 방식으로 투자를 할 것이고 결국 의견의 불일치가 이루어질 수 없게 됩니다. 결국 단순하기만한 쉬운 투자 방식은 단기간에는 작동할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를 낼 수 없게됩니다.


6/24/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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