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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18. 2023

살만한 주식이 보이지 않는다

시장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올해 1분기에는 투자하고 있던 주식들이 대부분 목표 매수가 아래에 있었고 매 달 계획대로 추가적인 매수를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올해의 첫 세 달 동안은 보유중인 종목의 대다수에 계획대로 매수를 진행했으며 3월 말 기준 마이크로소프트만이 목표 매수가를 넘어 매수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2023년의 두 번째 분기가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서 지금까지 진행해온 매매를 돌아보면 기업들의 주가가 점점 목표 매수가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곧 작성하게 될 2분기 서한에서 더 자세히 다루려고 하지만, 현재 2023년 2분기의 매매 내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4월 - 퀄컴, 닌텐도, 텐센트, TSMC, 로지텍 매수

5월 - 퀄컴, 도유 매수, TSMC 부분매도

6월 - 퀄컴 매수 (예정)


보통은 월 말에 매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아직 6월의 매매는 진행하지 않았지만 큰 변화가 없다면 퀄컴을 매수하는 것 정도가 매매의 전부일 것으로 보입니다. 1분기를 마무리하는 3월 말에는 6개 기업에 대한 매수를 진행했고 2분기의 시작인 4월 말에도 5개의 기업을 매수했지만, 5월에는 매수 종목이 두 종목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6월에는 퀄컴 이외에는 목표 매수가 아래에 있는 기업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럴 때가 많은 투자자들에게 괴로운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저와 같이 투자의 초입에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더욱 더 어려운 시기입니다. 매 월 월급이라는 현금흐름은 있는데 투자처를 찾지 못한다면 이 현금흐름을 어딘가에는 사용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는 웃어넘기는 말이지만 코로나 이후 파괴적인 대세 상승장이 찾아왔을 때 레이 달리오의 '현금은 쓰레기다'라는 말이 조명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에라도 투자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현재 시장의 방향성이 당시의 분위기를 다시 떠오르게 합니다. 실제로 올해 시장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봐도 가장 좋았던 수준의 반기 성과였습니다. 보통 전반기의 성과가 좋을 때 주식 시장은 역사적으로 후반기에도 좋은 성과를 보여줄 때가 많았습니다. 이럴 때가 흔히 말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심해지는 시기입니다.


지난 세 달간 매수할 수 있는 주식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저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리서치는 늘 게을리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평범한 직장인 투자자라는 조금은 비겁한 핑계로 아무래도 매수할만한 주식들이 이미 레이더에 들어와있다면 조금은 풀어지게 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매수할 수 있는 주식이 점점 줄어들게 되면서 레이더를 넓힐 필요성이 있었고 올해 벌써 20개가 넘는 기업을 리서치했습니다. 20개라는 숫자가 누군가에게는 많을수도 적을수도 있지만, 저는 하나의 기업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시간이 꽤 긴 편이기 때문에(저의 초보적인 투자에 그 원인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업 분석에 할애해왔습니다.


20개의 기업들 중에는 줌이나 페이팔과 같이 주가가 역사적으로 저렴한 수준이지만 설득이 될만한 해자를 찾지 못하고 미래의 경쟁 우위를 보지 못하여 매수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기업들도 있으며 마스터카드나 어도비처럼 마음에 드는 부분은 많지만 현재 주가가 너무 높아 매수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린 기업도 있습니다. 또한 인모드나 하이어퀘스트같이 여러모로 좋은 점들이 보이지만 해당 분야에 대한 부족한 지식과 상대적으로 작은 시가총액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있게 매수하지는 못하겠다는 애매한 결정을 내린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2분기 동안 진행한 기업분석 중에서 매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기업은 단 한 개도 찾지 못했으며 올해로 그 범위를 넓히면 3월 말에 첫 매수를 시작한 퀄컴이 유일합니다.


결과만 놓고보면 이렇게 비효율적일 수 없습니다. 1년의 절반을 투자하여 찾아낸 기업이 단 한개라는 것은 그렇게 즐거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수 많은 기업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투자할 기업을 찾지 못했기에 FOMO가 한결 덜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물론 저의 기업 분석이 많은 부분에서 잘못되어 실제로 훌륭한 기업임에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거나 내재가치대비 저렴한 주가인데도 비싸다고 오해했을수도 있습니다. 혹은 단순히 운이 없어서 분석하지 않은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있었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앞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오르는 것을 놓치는 것이 제 투자의 부족함이나 운에서 온다면 크게 낙담하지는 않고자 합니다.


저는 1분기 서한에서 밝혔듯이 '기다리는 투자자'입니다. 찰리멍거나 가이 스피어처럼 몇 년씩이나 매매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저 역시 저의 노력과 분석을 믿고 제가 원하는 시점에서만 배트를 휘두르고자 합니다. 현재는 제가 좋아하는 공이 거의 오지 않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저의 비활동(inactivity)에 야유를 하거나 돌을 던질 사람은 없습니다. 피터 린치가 말했듯이 매 월 실적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개인투자자가 가진 가장 큰 이점입니다. 살만한 주식이 보이지 않는 이 시기에도 원칙을 고수하며 더욱 더 열심히 투자하고자 합니다.


6/27/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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