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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텀 Jul 17. 2023

너무 쉬운 투자 3

가치투자

주식 투자는 결국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행위'입니다. 투자의 세계관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투자 전략들이 있지만 결국은 이 하나의 원칙으로 수렴합니다. 다만 다양한 방식의 투자에 있어서 '싸다'와 '비싸다'의 개념이 각기 다르게 인식될 뿐입니다. 모멘텀 투자자들에게는 모멘텀을 받기 시작한 종목은 주가와는 별개로 싼 종목일 것이고 모멘텀의 끝자락에 닿은 종목은 비싼 종목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매크로 투자자의 경우에는 매크로 지표들이 좋지 않을 때는 시장이 너무 비싼 상태일 것이고 매크로 지표가 바닥에 가까워 반등을 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 싼 상태일 것입니다. 가치투자자들의 가격에 대한 판단은 기업의 내재가치에 기반해있습니다. 기업이 내재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 싼 것이며 내재가치를 상회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 비싼 것입니다.


하지만 가치투자는 어느 시점부터 그 정의가 너무 광범위해졌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생각하며 거래하는 모든 방식을 가치투자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혁신적 성장주의 대명사인 캐시 우드조차도 본인을 'deep value investor' 즉, 초저평가 주식을 거래하는 가치투자자라고 정의합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으로부터 시작된 가치투자의 개념은 이제는 너무나도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어 '가치투자'라는게 정말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애매모호한 대답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너무 쉬운 가치투자


가치투자는 안타깝게도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적 중 하나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가치투자의 상징인 워렌 버핏이 이러한 현상에 의도치 않게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워렌 버핏이 말하는 '위대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매수한다'는 투자전략은 어느 순간부터 뒷 부분이 생략된 채 단순히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동화로 와전되기 시작했고, 이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위대한 기업을 매수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입니다. 개인의 견해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위대한 기업은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세계 기업 가치 1,2위를 다투는 기업들 뿐만 아니라 테슬라나 엔비디아와같이 떠오르는 강자들도 위대해 보입니다. 이런 기업들을 사서 영원히 함께하면 훌륭한 수익률이 나온다니,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 투자인가요?


이러한 투자 방식을 택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라고 부르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단어 선택입니다. 가치투자의 기본은 '내재가치보다 저렴한 주식을 사서 내재가치보다 비싸졌을 때 파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투자자들은 이 기본적 원칙의 양 쪽을 모두 무시합니다.


한 없이 가벼운 가치


이런 자칭 가치투자자들에게 기업의 내재가치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위대한 기업을 매수하여 영원히 함께하는 것, 그 자체가 가치투자라고 쉽게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을 가치투자자라고 칭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내재가치에 대한 계산이 수행돼야 합니다. 워렌 버핏의 '위대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매수하라'는 이야기에서 자주 무시당하는 '적당한 가격'이 바로 그 단계입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할 수 없다면 적당한 가격이 얼마나 적당한 가격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자칭 가치투자자는 이 부분이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가치를 한 없이 가볍게 여기며 워렌 버핏의 말의 일부분을 잘라내어 가치투자를 호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수의 결정 시점에서 이미 가치에 대한 계산이 배제돼다보니 매도의 결정도 불분명해집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내재가치보다 저렴할 때 매수하여 내재가치를 넘었을 때 파는 것이 가치투자의 기본적인 전략인데 내재가치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보니 내재가치를 넘었다는 판단을 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러한 치명적인 문제조차 많은 자칭 가치투자자들은 '장기투자'라는 애매모호한 이야기로 그 치부를 감추고자 노력합니다. '주식을 영원히 보유하라'고 워렌 버핏이 이야기했으니 깔끔하게 이어지는 이야기 같습니다. 또 다시 듣고 싶은 부분만 골라내어 이어붙이니 단점보다는 장점만 보이게 됩니다. 내재가치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한 방식으로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명백하며 아래 글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https://brunch.co.kr/@valueingrowth/17


반쪽짜리 가치투자


아즈워스 다모다란 교수는 '영원히 보유하는' 가치투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가치투자의 과정에서 내재가치를 계산하여 계산된 내재가치보다 저렴하다고 판단되는 주가에 매수를 했다면 계산한 내재가치에 도달했을 경우 반드시 매도해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만일 내재가치에 도달했는데도 매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런 투자자들은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라고 이야기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다모다란 교수가 이야기 하는 것은 이러한 방식의 가치투자는 '반쪽짜리 가치투자'라는 것입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하여 저렴한 주가에 매수를 했다면 먼저 가치투자의 매수 부분은 정확하게 행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매도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시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가 이야기하는 '영원한 보유'에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기업이 좋고 적당한 가격에 매수했다면 큰 문제가 없는 한 주가에 상관없이 장기간 보유하는 것을 하나의 전략으로 이야기합니다. 이 전략의 효용성과는 별개로 이러한 방식은 내재가치 평가를 통한 매수의 의미 자체를 희석시키는 행위입니다. 매수와 매도는 독립적인 프로세스가 아닌 연결된 유기적 과정입니다. 내재가치보다 저렴하여 매수를 했지만 내재가치를 넘었을 때 매도하지 않는다면 그건 스스로 본인이 처음 계산한 내재가치가 정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그렇다면 매수 결정 자체가 비논리적인 결정이였다고 시인하는것과 같습니다.


가치투자의 맹점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반 쪽자리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조차 많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내재가치에 대한 계산을 제대로 실행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꼭 이런 방식의 투자가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가의 변동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며 내재가치의 계산 또한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오히려 정확성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가치투자자라면 정확성이 떨어지더라도 내재가치에 대한 투자자 자신의 판단을 통하여 수치화를 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수치를 기준으로 매수와 매도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개인 투자자들 중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라고 칭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치투자의 근처에조차 있지 않습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 (There is no free lunch)


'월가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은 투자에 있어서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다는 격언입니다. 이는 곧 '너무 쉬운 투자'에 대한 경계로 이어집니다. 이 글을 만일 가치투자 자체가 너무 쉬운 투자이며 이러한 투자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이해했다면 아마 저의 글솜씨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글의 요지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치투자'라는 변명으로 너무 쉬운 투자를 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의 투자는 유의미한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방식이며, 무엇보다 가치투자라고 부를 수 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로부터 지금의 가치투자는 많은 방향으로 변화해왔습니다. 워렌 버핏의 투자는 이제 그의 스승이 이야기했던 가치투자의 방법론과는 어느정도 거리가 생겨 상당히 다른 모습을 띄고 있으며, 최근에는 워렌 버핏의 방식을 또 다시 변화하고자 하는 많은 젊은 가치투자자들이 있습니다. 가치투자의 변화에 대해서는 아래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https://brunch.co.kr/@valueingrowth/4


중요한 점은 가치투자를 방패로 삼은 투자자들의 너무 쉬운 투자는 가치투자의 변화가 아니라 가치투자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열화판 아류작이라는 것입니다. '가치투자'라는 단어가 다른 투자 방식들보다 단어 그 자체에서 오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더 주의하여 본인이 하고 있는 투자가 정말 가치투자가 맞는지에 대해 고려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6/27/2023

Value Investor's Sanc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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